[Opinion] 이모키드의 마음의 고향, MCR [음악]

밴드 My Chemical Romance 3집, ‘The black parade’
글 입력 2022.01.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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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기에 유난히 자주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한동안 “과거의 나”가 듣던 음악이라 치부하고, 그 시기를 벗어나려는 듯 의도적으로 좋아했던 음악을 멀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때 그 시절 음악을 다시 찾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나는 이런 음악들을 마음의 고향 같은 음악이라 부른다.


십대 때 들은 음악이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감정적으로 가장 예민했던 시절 가장 자주 찾았던 노래는 평생 마음 한 켠에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나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음악은 밴드 My Chemical Romance의 3집 앨범인 [The Black Parade]에 소속된 곡들이다.


My Chemical Romance(이하 MCR) 멤버들은 ‘EMO 록’이라는 장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부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MCR은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켰던 대중적으로 EMO 록으로 통칭하는 장르로 구분되는 밴드들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 중 하나이자, 나를 ‘이모 키드(EMO Kid)’로 만든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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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록 밴드들의 특징답게, MCR 역시 짙은 아이라인을 그리고 특이한 무대 분장을 한 채, 죽음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을 부른다. 해골이 그려진 검은색 의상을 입고, 요란하게 머리를 흔들며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은 소위 중2병 스럽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MCR 3집 [The Black Parade]에 수록된 곡들은 단지 중2병이라 치부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심도 높은 고찰을 담고 있다.


내가 MCR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시절 에이브릴 라빈의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보게 된 “Welcome to the black parade" 뮤직비디오 영상을 통해서였다. 흑백 뮤직비디오 속에서 다소 괴기하고 음울한 영상 분위기와 함께, 관자놀이까지 아이라인을 그리고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제라드 웨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정적으로,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We'll carry on, We'll carry on / And though you're dead and gone believe me / Your memory will carry on“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구가 좋았다. 예민하고 반항적이고만 싶었던 십 대 때에 나는 이 앨범이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음악이라며 매일같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즈음에는, 그렇게 좋아했던 이들의 시끄러운 팝 펑크 사운드와 검정 아이라인이 유치해 보였다. 어른은 조금 다른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날씨가 추워지면 이 앨범을 꼭꼭 들었다. EMO 밴드의 노래를 안 듣는다고 해서 내가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앨범의 가사를 곱씹게 됐다. 이 앨범이 더욱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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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R 3집 [The Black Parade]는 MCR의 전성기를 만들어 준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업적 성공과 MCR 이라는 밴드의 이미지와 팬덤을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앨범이다. The Black Parade 앨범은 ‘죽음’을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소재로 가져간다. 사랑의 죽음, 생의 끝, 반항심리를 노래한 곡 등 마음속 가장 어둡게 담아두는 주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에 대해 노래한다.

 

 

 

Welcome To The Black Parade


 

 

 

2억 뷰가 넘는 조회 수를 자랑하는 MCR의 대표곡이다. 아마 MCR의 팬이 된 이들이라면, 가장 잘 알려진 ‘Welcome to the black parade’를 통해 MCR의 노래를 처음 접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MCR의 대표곡답게, 이 노래에는 MCR 노래의 특징들을 압축되어있다. 사망을 앞둔 환자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흑백 뮤직비디오는 죽음에 대해 노래하지만, 마냥 암울하지만은 않은 해당 곡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MCR은 이 노래를 통해 죽음은 끝이 아니며 네 삶은 하나의 유산이 되어 이어지고, 남은 이들은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평소 좋아하던 배우가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노래가 다시 떠올랐다. 생이 끝나도 남겨진 것들은 영원하며, 남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떠난 사람은 계속해서 기억된다. 죽음은 언제나 허망하고 죽음 앞에서 우리가 초연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억은 계속해서 이어진다(Carry on)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무게를 아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나.


화려한 드럼과 보컬인 제라드 웨이가 내지르는 높은 고음을 듣는 재미 또한 있는 곡이다.

 

 

 

Cancer


 

 

 

‘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Cancer’을 제목으로 한 이 곡은 죽음을 앞둔 암 환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가사를 담고 있다. ‘Cancer’는 앨범에서 비교적 서정적인 록 발라드 형식의 곡이다. 제라드 웨이의 날카로우면서도 애절한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곡이다.

 

앨범에서 비교적 자주 듣지 않았던 이 곡을 즐겨 듣게 된 것은, 사람이 거의 없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랜덤으로 이 곡이 재생된 이후부터다. 조용한 곳에서 가사와 멜로디라인을 곱씹으며 듣는 것을 추천한다.


 

Baby, I'm just soggy from the chemo

But counting down the days to go.

It just ain't livin'

And I just hope you know

That if you say

Good-bye today

I'd ask you to be true

'Cause the hardest part of this

is leaving you

 

 


Famous Last Words



 

 

Famous Last Words는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노래하는 곡이다.

 

MCR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인 이 곡은, 불길이 치솟는 세트장에서 노래하는 밴드의 모습을 담음 뮤직비디오로 곡의 역동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The Black Parade’ 앨범의 마지막 곡인 ‘Famous Last Words’ 는 비장한 곡이다. 죽었거나, 혹은 죽으려는 상대방을 보며 역설적으로 가사의 화자는 삶을 노래한다.


 

I am not afraid to keep on living

I am not afraid to walk this world alone

Honey if you stay, I'll be forgiven

Nothing you can say can stop me going home

 

 

Famous Last Words는 진정으로 ‘The Black Parade’ 앨범을 완성하는 곡이다. 죽음을 큰 틀로 노래하는 이 앨범은, 마지막에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고, 혼자 세상을 걸어가도 두렵지 않다고 외친다. 죽음을 본 후 남은 이들은 안다. 물리학적으로 우리의 곁에 없더라도, 기억과 유산은 우리와 함께한다.

 

그러니 우리는 혼자 걸어도 혼자 걷는 것이 아니다. 사람 때문이든, 삶을 바꾼 노래나 음악 때문이든,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무섭지 않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때로 우리는 아주 작은 요소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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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The Black Parade’ 앨범은 자살이나 죽음을 조장하는 앨범이 아니다. 죽음은 항상 우리의 곁에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겪기도,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을 겪기도 한다. ‘The Black Parade’ 앨범은 이러한 모든 형태의 죽음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이것은 삶에서 꼭 다뤄져야 하는 주제들이다.


하지만 ‘The Black Parade’ 앨범은 동시에 앨범 내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며, 우리를 떠난 모든 이들은 우리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앨범은 이러한 메시지를 마지막 곡인 Famous Last Words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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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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