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람]

노션(notion)으로 2022년 계획을 세우며
글 입력 2022.01.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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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친구들은 물론이거니와, 내야 하는 수많은 자기소개서가 같은 질문을 건넨다. 요즘 들어 그 질문에 유독 멈칫거린다.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려는 말이 온전히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세상이 바라는 건강한 청년의 모습인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 자기소개서를 너무 많이 쓴 탓인 것 같다.


난 원래 나를 잘 안다. 매일 밤 써온 일기가 큰 역할을 했다. 대충 내가 행복해지는 패턴을 알게 되었다. 울적한 날이면 산책길에 조용한 카페에 들러 사람 구경을 하고 책을 읽는다.


나와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도 나름 또렷하다. 하지만 그 탓에 더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취업 준비를 해본 사람은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평가받는 자리에서 나의 주관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건 아주 위험한 행위이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던 말이다. 평가하는 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무난한 단어를 선택한다. 그러다 보면 자기소개서에는 아주 심심한 내가 담긴다. 심심한 종이 위로 지원하는 회사에 따라 양념을 친다. 이걸 가장 잘하는 사람이었다가, 저기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된다. 완벽히 없는 말은 아니지만, 각 자기소개서를 위해 여러 양념을 준비해두는 모양새가 가끔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본격적인 취준생도 아니다. 아직 ‘취업 준비 준비생’에 불과한데도 (준비를 두 번 쓴 건 오타가 아니다) 벌써 이런 혼란을 겪는 게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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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계획은 노션(notion)을 이용해 세워보기로 했다. 유튜브에 ‘노션’을 검색해 적당한 템플릿을 찾았다. 한 해의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는 템플릿이었다. 계획을 세우면 잡생각이 더 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항목을 살폈다. 하지만 난 맨 첫 번째 칸부터 채우지 못하고 화면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피할 수도 없게 왼쪽 위에 자리 잡은 그 질문이 야속했다. 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계획부터 짜보려던 건데, 처음부터 모르겠는 질문을 하다니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뭐라고 써야 한 해가 잘 풀릴지 고민했다. 나도 모르게 취업을 기준으로 머리를 굴렸다. 세상이 원하는 답을 종일 생각하다 보니 이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취준생의 흔한 고민이겠지만, 나는 빨리 나를 되찾고 싶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렇게 쓰고 싶다. 초록색 옷이 많은 사람. 노래 잘 부르는 사람. 멋진 친구가 많은 사람.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그 가운데 나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 항목이 없었다. 음. 시답지 않은 추임새를 내며 삭제 버튼을 길게 눌렀다.

 

고민 끝에 내가 적은 네 가지 답을 소개한다.

-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

- 글과 아이디어로 돈 버는 사람

- 라디오와 잡지 만드는 사람

- 시간 활용 잘하는 사람

 

아직 자신감이 돌아오지 않아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을 살짝 가져와 적어보았다. 그래서인지 나란히 적힌 내 포부들이 아직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흐릿한 형체만 보이는 이 목표들을 올해의 끝에는 이룰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주관적인 항목들에 나를 ‘합격’이라고 생각할 자신감이 돌아올지가 의문이다. 그런 묘한 무기력을 안고 계획표를 채워나간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희진.jpg

 

 

[김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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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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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라
    • 찬찬히 돌아보는 모습이 공감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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