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 찍는 대학생 [사람]

아름다웠던 순간, 그 순간들을 기록하기
글 입력 2022.0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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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9 집 앞 산책로에서 발견한 나비)

 

 

나는 사진을 찍는다. 그렇다고 전문 사진작가처럼 보기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이나, 상업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취미로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할 때, 그 순간을 간직하고픈 풍경을 목격할 때 사진으로 그 감정까지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이다.


어린 시절의 사진이 나에게 많지 않다. 지금처럼 사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였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다. 과거를 추억할 만한 사진이 많았으면 하고 항상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 때부터 휴대폰으로 일상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정도만 찍었던 것 같다. 항상 공짜폰만을 사용했기에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2018년 가을날 새로운 휴대폰이 생겼다. 처음 사용해 보는 아이폰! 이전의 휴대폰과는 비교할 수없이 카메라가 좋았다. 그래서 그날을 기점으로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예쁜 풍경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결과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신 부모님께서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DSLR 카메라를 선물해 주셨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들을 찍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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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5 학교 가는 길에서 발견한 고양이)

 

 

주변 사람들이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으면 "그냥 취미로 하는 거지 뭐."라고 답한다. 이유가 좀 낯부끄러워서 본심을 말하진 못한다. 벅차오르는 그 순간을 눈으로, 마음으로만 담기에는 아쉬워서라고 어떻게 말하겠냐고.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글과 영상 또한 좋아한다. 글로 써내려간 나의 순간의 감정과 영상으로 만들어낸 그 당시의 관찰자인 나의 감정들 역시 사진처럼 후에 돌아봄에 웃음을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나의 개인 SNS 계정의 소개글이 '글, 사진, 영상을 좋아하는'이라고 썼겠는가. (웃음)

 

같은 시간대의 같은 길이라도 어깨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과장 조금 보태서 청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세상 속에 음악의 선율이 깃든다. 생명들이 자신을 기록해 주길 바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심코 지나쳤던 회색 시멘트 벽의 낙서 자국이 카메라를 들고 지나다 보면 한 청춘의 아로새김 같다. 콘크리트 사이의 민들레에서 강인한 생명력이 흘러넘친다. 그런 신선한 자극이 나로 말미암아 계속 카메라를 들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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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올림픽공원에서 '나 홀로 나무'를 바라보며)

 

 

'오늘은 이곳에 가서 이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지. 사진의 주제를 잘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역광으로, 이 각도가 좋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는 편은 아니다. 그저 돌아다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몽글몽글한 감정을 자아내는 것들에 셔터를 누르는 편이다.

 

사전에 의도해서 찍은 사진은 정말로 몇 없다. 그렇다고 그런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존경한다. 많은 고뇌와 노력이 들어간 사진을 찍으시니까. 몇 년 동안 새벽 물안개 가득 찬 두물머리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나란 게으름뱅이는 따라 하지 못하는 열정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진에는 감정이 담긴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활력 넘치는 시선이 담기기도 하고, 덧없는 시선이 담기기도 한다. 사진으로 담지 않으면 찰나 지간 스쳐 지나가는 시선들이 셔터를 누르고 기록되는 순간 영원토록 남는다. 몇 년이 지난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면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셔터 밖의 배경들이 상상 속에서 구현된다. '아, 그때 그랬었지. 어떤 길을 지나다가 발견했지. 그때 이런 감정이었지.'

  

가끔 기분이 침잠하는 날이면 지나간 사진들을 하나하나 힘주어 바라본다. 몽글몽글한 감정이 나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주는 느낌이다. 나만의 힐링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내가 사진을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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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아랍에서의 아름다웠던 노을)

 

 

신기하게도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있었지만 문장으로 정리하니 또 새로운 기분이다. 영원토록 간직하고픈 찰나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때의 그 벅찬 감정들을 언제고 꺼내어 보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에 난 사진을 좋아한다.

 

작년엔 좀처럼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가지 못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단지 귀찮았는지 혹은 시기가 좋지 않았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다짐한 것들 중 하나가 '다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이다.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싶다. 더 많은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다. 더 많은, 벅찬 날들을 맞이하고 싶다. 후에 돌아봄에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을 많이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영원토록 남기고 싶은 찰나들을, 살아가고 싶다.

 

나는 그렇기에 나를 '사진 찍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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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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