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해를 맞이하며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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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21년의 마지막 밤과 22년의 첫 아침을 맞이했을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혹은 혼자. 시간은 좀 흘렀지만, 여러분 모두 해피 뉴이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는 한 해였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나보니 생각만 하고 시도하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뭐,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 중이다.
새해가 밝으면 으레 사람들은 새해 다짐을 한다. '올해는 다이어트를 해야지', '외국어 공부를 해야지'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그 사람들의 작년, 재작년의 새해 다짐이었을 수도 있다. (웃음) 왜 작년에는, 그전에는 그것을 하지 못했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하지 않을까? 나조차도 작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유로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서라고 변명 중이니 말이다.
모두가 같은 24시간을 보낼 텐데, 뭔가 나만 시간이 부족한 듯 느낀 적이 많다. 과제 제출 1시간을 남기고 시간이 부족하다며 절규하고, 헬스장을 가야 하는데 뭔가 헬스장 갈 시간이 없는 것 같고, 슬슬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뭐 그렇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의 신착도서 코너에서 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아나운서 이재은의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이다. 내 하루는 12시간 같은데, 이 사람은 무려 48시간으로 살 수 있단다. 무려 4배 차이다! 원래는 자기계발서를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신년 버프(?)도 받았겠다, 속는 셈치고 읽어보자 해서 읽게 되었다.
사실 뭔가 엄청난 비법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 방법들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실천에 옮기고, 누군가는 생각만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은 다들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었던 그 방법을 상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하다. 시간이 부족한 여러분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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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쓸모 없는 일은 없다.
'이게 도움이 되겠어?' 싶었던 일들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험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쓸모없는 일은 없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경험한 일은 단 하나도 헛되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일을 하면서 더욱 절감했다. 꿈을 향해 달릴 땐 머릿속 계산기를 지우자. '지금 이 일을 하면 나중에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의미가 없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모해 보여도 닥치는 대로 해보자. 그리고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보자. 그 상황에 충실했던 모든 경험은 어떻게든 어디서든 반드시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 가는 길은 두렵고 떨리지만 그래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순간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수많은 실수, 그리고 두렵고 막막했던 바로 그 시간이 모여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길이 되었다.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이게 도움이 될까' 싶었던 일들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험을 나도 몇 번 겪었다. 순수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아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했고,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하던 어느 날 외주(아르바이트) 제의가 왔다. 관광공사와 평창군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관련이었는데 조건이 1. 사진을 좋아하며 잘 찍을 것 2. 미러리스/DSLR 카메라가 있을 것이었다. 순수하게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조건에 부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한다는 설렘에 지원했다. 사실 협의 날짜가 맞지 않아 실제로 촬영을 나가진 못했지만, '쓸모없는 일은 없구나'라는 걸 느끼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사진도 좋아하지만 나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다. 걸음마 뗀 아기 수준이지만 프리미어 프로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어붙이고 어울리는 음악을 넣어 편집해 영상을 만드는 게 무척이나 재밌었다. 아동센터에서 공익 생활을 할 때였는데, 센터장님이 내가 취미 삼아 영상을 만드는 것을 보시고는 '아동센터 아이들의 사진들을 찍어서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하셨고, 흔쾌히 수락한 나는 영상을 만들어 드렸다. 이후 삼성꿈장학재단에서 아동센터들을 대상으로 사진/영상 콘테스트를 주최했는데, 일전의 일을 좋게 봐주신 센터장님께서 그 일을 전담해 보라고 하셨다. 결과는 동생 개념인 '디딤돌상'. 압도적인 실력으로 수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좋아해서 하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 이 일은 계속해서 인연이 되어, 소집해제 후 복학하여 대학생활을 하던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게 된다.
20년 초 아동센터에서는 축구교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집-도서관을 반복하던 나에게 연락이 왔다.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혹시 축구 강의 영상을 만들어줄 수 있겠냐'였다. 당시 학교생활로도 바쁠 시기였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오겠냐 싶어 제의를 승낙했고, 이후 몇 개월간 매주 1개의 강의 영상을 편집해 보내드렸다. 나의 첫 외주(?) 작업이었고, 첫 프리랜서 수입(?) 이었다. 감회가 정말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어려서부터 좋아한 것이 도움이 되어 교내 글쓰기 공모전에서 매번 수상(장려상이지만) 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 덕분에 교내 사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던 경험이 이후 굿네이버스 봉사활동에서 아이와 라포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게 도움이 되겠어?' 싶은 것들이, '이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하든 진심으로 노력했다면, 언젠가 쓸모가 있다. 씨를 뿌리면 싹이 난다. 어떤 싹이 먼저 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싹이 난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하다. 그 싹은 무럭무럭 자라 하늘까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주도적인 하루의 시작
내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새벽 기상이었다.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사람과 일에 치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새벽 기상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게 사라졌다. 사람이나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하루를 주도적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가고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면 새벽에 일어나보자. 이것만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매일 새벽 눈을 떠서 문밖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 새벽에 함께 꺠어 있는 청취자들 덕분이었다. 첫차를 타고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버스 기사님들, 독서실로 향하는 수험생들, 장사 준비로 분주한 사장님들, 이른 새벽부터 빵을 만들며 듣는 제빵사 분들까지.
내가 잠들어 있던 시간에 세상은 이미 깨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하면서 그동안 내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벅찬 하루를 살아본 적이 있던가.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작가는 새벽에 일어나 규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신만의 '모닝 루틴'을 만들어 보길, 새벽 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도전을 조금씩 꾸준히 하길 조언한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리한다던가, 따뜻한 차를 마신다던가,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것만으로 하루의 시작에서 자그마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 작은 성취감은 하루를 보내는 데 있어서 긍정적 요소가 된다.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쉬워 보이면서도 정말 어렵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난다면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하루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8시에 일어나는 것과 6시에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2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매우 큰 심리적 차이를 만든다. 8시에 일어난다면 부리나케 몸을 씻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바로 학교로 출근해야 한다. 시간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5, 6시에 일어난다면, 씻고 밥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해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되기도, 오늘 하루의 일정을 정리할 시간이 되기도. 인터넷 뉴스를 돌아볼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간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제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렇게 좋은 새벽 기상법인데, 왜 사람들은 늦잠을 자는 걸까. 아, 내가 그렇구나. 새벽에 어떤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새벽에 일어나질 않는다. 알람은 분명 새벽에 맞춰져 있는데, 들리는지 듣고 끄는지 일어나면 이미 아침은 지나있다. 피곤해서인지, 그저 잠이 좋은 건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지향하면서도 지양하는 나 자신이 참 모순되다.
계획의 필요성
아무리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도 확실한 목표와 계획이 없으면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거나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쏟아지는 업무와 일정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할 것인지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계획 없이 사는 하루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쉽게 무너진다.
아무리 꼼꼼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짠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간 관리의 핵심 중의 하나는 '이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업무 사이에 생기는 잠깐의 시간을 소홀히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은 1분, 5분, 10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이제 뭐 하지?'라는 말을 하지 않기.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작년 한 해 너무나 많았다. 집에 있으면 계속 늘어진 것 같아서 일단 집은 나왔는데, '이제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은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는데, 가서도 그 질문은 이어진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거나, 할 일이 생각나서 자리에 앉는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바로 시작하지는 않고 휴대폰을 켜 SNS를, 웹툰을, 웹 소설을, 유튜브를 본다. 10분만 보려던 것이 어느새 1시간을 넘어가 있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고, 할 일을 한다. 이후에 또 반복되는 '이제 뭐 하지?'의 시간. 하루는 24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런 시간들을 다 버리면 나의 하루는 거의 12시간이었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올해는 계획을 꼼꼼하게 짜면서 생활하려고 결심했다. 머릿속으로 하루의 일정을, 내일의 일정을, 주간의 계획을 짜기엔 한계가 있기에 다이어리를 하나 구입했다. 오늘 끝내야 할 것, 내일 준비해야 할 것, 한 달의 중요한 일정들을 정리했다. 그냥 노트 하나 사서 끄적인 것뿐인데, 이미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 된 듯한 즐거운(?) 망상이 들었다. 복학 전까지의 주기적인 루틴이 시각적으로 정리되자 안정적인 느낌이 든 것은 덤이다. 이것저것 조금씩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략적으로 이렇다.
월요일: 기고 글 주제와 한 주간 읽을 책을 정한다.
화요일: 쓸 글의 자료를 준비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수요일: 글을 쓰기 시작하고 책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공부한다.
목요일: 글을 완성하고 토론을 준비한다.
금요일: 넷플릭스(?)
토요일: 동아리 활동
일요일: 숙취(?)
한 가지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자투리 시간의 활용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투리 시간인지 잘 모르겠더라.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쉬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에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책을 읽던데, 나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를 하고 쉬는 시간엔 쉬어야 하는 게으른 베짱이 기질이 있는지 좀처럼 쉽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뭐,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며 자위하는 중이다.
공부는 끝이 없다.
어릴 때 자주 듣던 '공부는 끝이 없다'라는 어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학교 다닐 땐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대학에 합격하면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오니 이제는 주어진 일을 감당해 내기 위해 매일 공부를 하고 있다. 어느덧 10년 차 아나운서가 된 지금까지도 매일 공부를 하고 있으니 정말 공부에는 끝이 없는 듯하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40년을 교사로 근무하다 얼마 전 정년 퇴임을 한 아버지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인생 자체가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항상 하는 말.
"대학 가면 네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어. 그러려면 지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하하. 마치 지금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면, 이후에는 꽃길만 걸을 수 있다는 암시를 3년 동안 거셨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던 나는 그저 '그런가?!' 하며 대학에 가 영화 같은 캠퍼스 라이프를 보내고, 풋풋한 사랑도 하고, 졸업 후에 막 그냥 취업이 될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1학년 학점을 챙기는 것 외엔 모든 남는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대학 그렇게 다니는 거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복학 후엔 내가 그 선배가 되었지만.
2학년인가,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다'라는 학보 기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가 아니다. 시야를 차단하는 '눈 가면'을 벗어던지자는 골자의 내용이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경주마는 아닌데, 마라토너다. 앞만 보고 질주할 필요는 없겠지만 결승점을 향해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공부는 코스 중간중간 있는 물 같은 존재가 아닐까? 결승점을 골인할 수 있게, 지칠 때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아니면 마라토너의 운동화이거나.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 영어 공부를 하고, 가고자 하는 곳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하고자 노력한다. 입사 후 승진을 위해 공부한다.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돈을 불리기 위해 공부한다. 취미를 더 잘 즐기기 위해 공부한다. 노후를 위해 공부한다. 작가의 말대로, 인생 자체가 공부일 수도.
토끼를 보지 말고 결승선을 봐라.
오늘은 옷이 어떻고 헤어스타일이 어떻고, 살이 쪄 보인다느니 걷는 게 이상하다느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움츠러들었다. 자존감도 바닥을 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그런 말을 들은 날엔 화면 속 나는 마치 길 잃은 강아지처럼 잔뜩 겁먹은 모습이었고 목소리도 눈빛도 빛을 잃은 듯 힘이 없었다.
토끼를 보지 말고 결승선을 보고 달리자.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고 비교하는 말에 기분 나빠하지도 말고 흔들리지 말자.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아도 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멈추지 말고 열심히 달려나가자. 결국 해내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느린 것 같다고 조바심 내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움츠러들지도 않는다. 대신 멈추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계속 걸어나간다.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 속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류한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룹에서 배척되지 않으려 노력하기에, 타인의 말을 신경 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눈치를 본다.
명절만 되면 친척들은 결혼하지 않은 조카에게 '너는 살을 좀 빼야 해', '너는 언제 결혼할래? 주변 애들은 다 갔겠다'라는 말들을 한다. 기분 좋은 명절,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의 기분은 추락한다. '누구는 어느 대학에 붙었다더라', '누구는 전액 장학생이라더라'라는 말을 듣는 수험생 조카도 같이 추락한다. 눈치가 보이고 좌불안석이다. 내 노력이 부족한 걸까? 내가 시간을 버려왔던 걸까?
한 일본 광고에서 우리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그런데, 결승선이 정해져 있지가 않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도시를 달리고, 평원을 달리고, 바다로 뛰어든다. 인구가 70억이라면, 70억 개의 결승선이 존재한다. 모두가 같은 곳으로 달릴 필요가 없다. 69억 개가 넘는 다른 결승선이 존재하니까.
가수 에일리는 수능 전 날 인스타그램에 어떤 글을 남겼다.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 미혼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합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처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놀리지도 맙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을 뿐이고, 당신도 당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뿐입니다.
인생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긴장을 푸세요.
각자는 각자의 시간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마라톤을 진행 중이다. 그 마라톤 경주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누가 먼저 들어왔느니 하는 순위 메김도 없다. 참가자가 자신뿐인데 무슨. 타인과 비교할 필요가 하등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이, 그저 열심히 달리고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나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큰 공모전에서 수상한 적도 없다. 취업을 위한 토익 높은 토익 점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울해하진 않는다. 내가 내 속도대로 가겠다는데. 후회라는 놈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아주 가끔 틈이 생겨 들어올 때가 있지만, 오래 안주하도록 두고 보지 않는다. 나는 내 결승선만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니까. 설령 동화 속에 나오는 거북이보다 더 느린 속도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도달할 것이다.
모든 위대한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그때그때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기회가 찾아왔다. 훈련의 과정 없이 처음부터 내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 스스로가 버거워서 제대로 감당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그 자리에 걸맞은 실력을 쌓아야 무슨 일이든지 오래 잘 해낼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욕심부리지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그때그때 주어진 일에 집중하자.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훈련된 자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신에게 신발을 정리하고 지키는 일이 주어졌다면 그 일로 나라 전체에서 최고가 되어보라. 그러면 당신을 그 자리에 계속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한큐철도 창업자인 고바야시 이치조의 말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역시 저 사람에겐 믿고 맡길 수 있어", "저 사람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고 꾸준히 할 때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이재은 -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中
일본의 스시 장인 '오노 지로'의 영상이 떠오른다. 그의 식당에선 최소 경력 5년차의 스시 요리사가 '신입'이다. 그 신입은 처음 가게에 오면 3개월 동안 손님에게 나가는 물수건의 물기를 짜는 일만 한다. 어디가도 알아줄 실력의 스시 요리사가 말이다. 그 후에는 반 년동안 계란 초밥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해야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기본이 되지 않으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지금 맡은 일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그 일조차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다. 불만이 있는 업무에 최선을 다할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주방에서 같은 양파 껍질을 까는 일을 해도,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언제쯤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업 결과물부터 다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크지 않은 일이라고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 사실 이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은 듯하다. 남들은 이미 뭔가 최소한 나보다 큰 걸 하고 있다는 조바심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했듯, 각자의 시간대가 다른 것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쉽게 쌓아올린 것은 쉽게 무너진다. 기본부터, 작은 일부터, 사소한 것에서부터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타이밍을 기다리자. 기회를 기다리자.
결국, 모두가 아는 것들.
그렇다. 결국, 모두가 아는 것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뻔한 말들이다. 그렇지만 이걸 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은의 이 책은 22년의 시작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새로 고침'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끝으로 책에 나온 몇 가지 명언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두려워 말고 걸음을 내딛으라. 미리 다 그려진 지도를 바라지 말라. 뜻밖의 일이 벌어지게 두라. 뭔가 새로운 것이 자라게 하라. - 헨리 나우웬
사람의 운명은 새벽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정주영
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배움에 힘쓰는 사람이다. - 괴테
오늘 죽을 것처럼 살고 평생을 살 것처럼 공부하라. - 마하트마 간디
나는 폭풍이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헬렌 켈러
모든 위대한 일은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 - 피터 센게
한 해가 지나고 한 해가 찾아온다. 계속 반복되는 시간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목표를 다 이루고 다른 목표를 세울 수 있길 바라본다. 여러분들도 그럴 수 있길 소망한다. 다시 한번, 해피 뉴 이어 :D
[최원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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