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타임머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2022년 새해의 새로운 다짐
글 입력 2022.01.0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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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은 한 드라마를 봤다. 연애 시절과는 딴판인 아내에게 질린 주인공이 과거로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는 줄거리였다. 다른 사람과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아내를 변하게 만든 건 본인임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약간은 식상했지만 2022년 새해가 밝아서인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됐다.


사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대중문화 매체에서 시대를 가리지 않고 늘 등장해 왔다. 시간여행물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백 투 더 퓨처>나 <닥터 후> 시리즈부터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혹은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이르기까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이제 하나의 장르 혹은 클리셰로 분류될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영화나 드라마 속 시간여행은 더이상 우리에게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주제가 끊임없이 변주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있다면, 시간여행이 누구에게나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한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해도 며칠 전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을 망가뜨린 뒤 AS센터에서 수리비가 얼마인지 알게 된 순간 시간여행이 더없이 간절해졌다. 이렇게 사소한 순간뿐 아니라 앞으로의 진로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학창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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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다루는 창작물에서도 많은 사건이 주인공이 과거를 후회하거나 현재의 상황에 불만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로 떠나기보다는 현재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변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과거에 개입해 일으킨 작은 변화가 미래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구조가 흐름상 더 극적이기도 하니까.


실제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누구든 미래보다야 과거를 택할 것이다. 미래를 엿보고 돌아와 현재에 충실한 것보다는, 이미 살아온 과거 중 한 순간을 변화시켜 보장된 성공을 얻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드라마 바깥의 세상에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문득 지금껏 돌아가지도 못할 과거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변화할 세상을 예측하고 적절한 방향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이전에 벌어졌던 일들 혹은 내가 달성하지 못했던 것들을 두고 후회하기 십상이었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에 더 나은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도 미래의 시점에서는 과거가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결국 타임머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과거보다는 내가 현재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를 더 고민해야 한다.

  

*

 

새해가 밝을 때마다 유독 '시간'이라는 주제에 빠져들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나이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 풀어서 말하자면 지금의 시기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가 보다. 작년 이맘때에도 2020년 한 해에 유독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이유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 역시 202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찰했던 글인지라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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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0년이 유독 쏜살같이 지나간 이유를 명확히 알 것 같다. 작년 한 해는 그 어떤 때보다도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무료했던 나의 1년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은 몇 가지 없었다.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흘러갔던 여러 날들은 하루처럼 압축되어 기억에서 흐려졌다. 2020년은 없던 셈 치자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는 새해다. 2021년은 부디 덜 빨랐으면 좋겠다. 나의 1년을 느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뇌가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집 바깥에서만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불합리한 조건과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굴하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고 싶다.

 

[Opinion] 2020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이유 [사람]


 

작년의 나에게 2020년은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나날이었다. 대조적으로 작년 한 해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는 여러 사건과 경험을 마주하면서 비교적 느리게 흘러갔다. 위 문장에 적었던 2021년의 목표를 일정량 달성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내년 이맘때에도 2022년을 돌아보면서 이 글을 다시 읽는다면, 작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 지금처럼 성취감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두고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무기력한 태도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 2022년의 새해가 밝은 시점에서 마음 속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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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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