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이유 [사람]

2021년은 좀 더 느리게 흘러가기를 바라면서
글 입력 2021.01.1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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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지 않은 나이지만 더 어렸을 때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렀다. 매해의 시작 역시 낯설고 새로웠다. 한 해 동안 익숙했던 숫자에 1이 더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신년맞이도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당장 2021년을 맞이한 2주 전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마음가짐의 변화 때문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학창시절과는 달리 새로운 변화가 달갑지 않은 지금,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글을 읽었다. 쉽게 예를 들자면, 5살짜리 어린아이가 느끼는 1년은 인생의 1/5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지만 80세의 노인이 느끼는 1년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의 주장으로, 그는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나이와 시간의 속도가 정비례한다고 보았다.
 
이 주제에 흥미가 생겨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한 여러 글을 살펴보았다. 그 사이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내용은 '반복되는 일상일수록 시간은 빠르게 느껴진다'였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한 실험에서 참여자들에게 번지점프를 한 뒤 상공에 있었던 시간을 짐작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실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즉 우리의 뇌는 새롭거나 충격적인 경험은 실제보다 긴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고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글먼의 주장은 폴 자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설명한다. 이미 여러 경험을 축적한 노년층은 청년층에 비해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나이와는 무관하게, 생활 방식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리 느껴질 수 있다는 방향으로도 읽어낼 수 있다.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이와 색다른 도전을 거듭하는 노인, 둘 중 누구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를 것인가?
 
이제 2020년이 유독 쏜살같이 지나간 이유를 명확히 알 것 같다. 작년 한 해는 그 어떤 때보다도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전염병 탓에 1년간의 학교생활이 모조리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나는 본가에만 주로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갑갑한 생활 속에서 그리웠던 건 거창한 희망사항이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카페에 가고 전시를 보는 것,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눈을 마주치며 집중해 수업을 듣는 것, 공강 시간에 동기들과 수다를 떠는 것, 룸메이트 4명이서 부대끼며 생활했던 기숙사, 하물며 밤을 지새웠던 시험 기간의 과방과 자습실까지도 그리웠다.
 
이렇듯 평범하고 소소했던 즐거움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2020년의 내 일과는 매일매일 똑같았다. 늦잠 자기, 수업 듣기, 밥 먹기, 과제하기, 식사 준비하기, 설거지하기, TV 보기가 순서만 달라진 채로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됐다. 학교생활에 집중이라도 잘했다면 또 모를까, 온라인 수업은 내게 쥐약이었다. 나는 원래 집중력이 부족해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언제든 누울 수 있는 침대 옆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항상 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모든 시험이 오픈북으로 진행된 탓에 암기 위주였던 평상시의 공부량이 반으로 줄어들며 나의 나태함은 최고치를 찍었다.
 
원하는 걸 할 수 없는 상황과 학교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하는 게으른 내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모든 외부 요인과 나 스스로를 계속 탓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마저도 쉬워졌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솟았고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 피해를 입을 때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 불평은 의료인이나 자영업자, 수험생 등 다른 이들의 고충에 비하면 철없는 투정에 불과할 것이다. 같은 대학생들과 비교해도 그랬다. 나는 캠퍼스 라이프의 로망을 잃어버린 새내기도 아니었고,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마주해야 하는 졸업생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2020년을 지루하게 보냈다는 것 자체가 코로나 19로 인한 큰 어려움 없이 한 해를 무탈하게 보냈음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료했던 나의 1년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은 몇 가지 없었다.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흘러갔던 여러 날들은 하루처럼 압축되어 기억에서 흐려졌다. 2020년은 없던 셈 치자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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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인도의 예언 소년이 코로나 19의 안정기를 올 11월로 예언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한 정보지만 전반적인 백신 보급 현황을 고려해 보면 그 시기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1년 가까이를 작년처럼 보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올해마저도 2020년처럼 속수무책으로 잃어버릴 수는 없다.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는 새해다. 2021년은 부디 덜 빨랐으면 좋겠다. 나의 1년을 느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뇌가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집 바깥에서만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불합리한 조건과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굴하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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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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