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의 소설 - 기묘한 미술관 [도서]

명화 속 미스터리
글 입력 2022.01.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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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은 미술관에 가기 힘든 시기에 흩어진 명화를 가상의 미술관에 모았다. 상상 속 미술관에서 전시관을 나누고 그에 맞는 이름을 붙여 꼭 전시된 유명한 작품을 설명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구성한 기묘한 미술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명화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치며 소설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는 추악한 진실도 외면받았던 현실도 궁금했던 비밀도 담겨 있어 익숙했던 작품들을 낯설고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묘한 미술관은 다섯 개의 관으로 나누어 비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명화에 대해 다루었다. 1관은 ‘취향의 방’으로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한 배경과 화가의 취향을 보여주었다. 2관은 ‘지식의 방’으로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알레고리 해석 등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작품을 주로 다루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기존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 사이에서 무엇을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준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죽음과 가까이 있던 화가들이 죽음을 어떻게 그려내었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해석되지 않아 흥미로운 작품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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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수식어를 붙인 화가들의 낯선 작품에 눈길이 갔다. 그중 4관 ‘죽음의 방’에 잠들어있는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죽기 하루 전날의 발렌틴>이 기억에 남았다. 그의 작품 중 그나마 친숙한 <밤> 대신 죽음이라는 공포와 슬픔의 주제를 담은 생소한 제목의 작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페르디난트 호들러는 스위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결핵으로 조실부모하고 남은 동생들까지 세상을 떠나 성인이 되기 전 고아가 되었다. 죽음은 그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으나 예술 활동에 있어서 작품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또한, 호들러는 고갱, 조르주 쇠라의 작품과 시인 루이 뒤쇼살의 영향으로 사실주의 기법에서 불안과 죽음, 꿈과 무의식 등을 강조하는 상징주의로 옮겨 갔다. 더불어 인물들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 대칭적으로 배열하는 ‘병렬주의(parallelism)’라는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죽기 하루 전날의 발렌틴>은 죽음의 트라우마를 주제로 누구를 그린 것일까. 호들러는 여성 편력이 심했는데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발렌틴 고데다렐을 그린 것이다. 이전까지 호들러는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여인을 만나고 결혼하기도 했으며, 재혼 후 또다시 외도를 벌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마지막으로 열렬히 사랑했던 발렌틴이 암에 걸렸다.


작가는 호들러가 그를 평생 따라다닌 죽음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연인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죽음의 순간까지 그려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의도된 구성에 담아낸 호들러의 정신적 결핍을 그의 인생과 작품의 구성, 화가의 특징과 함께 설명하였다.

 

작가가 들려준 작품 이야기는 죽음과 관련된 것을 수평으로 그리는 화가의 특징을 알아채기 전에 화가 개인의 삶과 죽음, 사랑과 트라우마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호들러가 그린 발렌틴의 연작에서 그의 애정과 다가올 죽음의 슬픔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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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익숙한 화가도 있었고 그보다 작품이 익숙한 화가도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잘 아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어느 시대의 화가이고 어떤 화풍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승과 제자는 누구인지와 미술사적 의미를 천천히 되짚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흥미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무 설명 없이 작품을 감상하게 된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진부하고 전형적인 설명보다 매혹적인 해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된 주요 사건과 화가의 특징, 작품의 형식과 양식을 알게 된다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향유할 수 있다. 흥미로운 해설은 그에 더해 개개인에게 어떠한 감흥을 주며 미술관을 나와서도 작품을 생각하게 한다.


기묘한 미술관이라는 제목처럼 비밀스러우면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작가도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미술사, 작품의 사조와 화풍, 기법 등을 소개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명화를 둘러싼 뒷이야기를 풀어낸다. 많지 않은 기록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화가와 작품에 관심을 두게 한다. 기묘한 이야기로 가득한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해설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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