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또 한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글 입력 2021.12.3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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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화려한 불빛으로 단장하는 거리들과 모습을 드러내는 트리들은 그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브날의 기대감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가장 최고조에 이르고, 막상 찾아온 크리스마스에는 실체가 없다. 잔뜩 고조되었던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하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곤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크리스마스는 꼭 신기루와도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기대하는 크리스마스'란 특정한 이벤트라기보다는 관념 속의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마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연말이 다가오면 특선 영화로 줄곧 방영되던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보며 연휴를 만끽하고, 이런 영화나 매체 속에서 그려지는 크리스마스가 곧 크리스마스의 이데아처럼 여겨지게 되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면 모름지기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겨울의 시간, 펑펑 눈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낭만적인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넘쳐나는 빨강과 초록의 대비, 반짝이는 불빛 장식과 각종 오너먼트들은 크리스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싱숭생숭한 바람을 불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라는 화려하고 따뜻한 신기루가 사라지고 나면 한해의 끝과 신년이라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목을 매는 것일까. 24일과 25일의 사이보다 25일과 26일의 간극은 너무나도 커서, 25일이 지나고 나면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헛헛함이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매일 같이 즐겨 가는 카페는 크리스마스날이 지나자,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트리도 미니 알전구도 벽에 걸려 미소짓고 있던 루돌프 가랜드도 모두 떼어냈다. 언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냐는 듯, 이젠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연말을 핑계로 나 자신에게 용인했던 약간의 나태함과 젖어있던 감상에서 벗어나, 새 마음으로 마주할 2022년을 바라본다. 12월은 낭만적이고, 1월은 힘차다.

 

*

 

여러분들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나요? 꿈꾸고 상상했던 대로,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면 그 계획대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수 있었는지, 그게 아니면 막연하게 들뜨고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맞이한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공허함만 더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떠했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크리스마스일 테지요. 누군가에게는 원인 모를 공허함일 것에 대해 나누고 싶었고, 또 그것에 오랜 시간 메여 계시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행복한 기억은 추억으로 삼고, 아쉬웠던 기억은 경험으로 삼아 의연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길었던 올 한 해를 이만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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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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