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계속 쓰는 사람들을 위하여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글 입력 2021.12.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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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_표1.jpg

 


글 쓰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을 것이다. 그 백지 안에는 나와 당신이, 그리고 세계가 있다.


- 9쪽

 

 

 

글을 쓰고자 하는 당신에게


 

글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글쓰기와 관련된 책도 많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을 살피다 보면 혹하는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쓰면, 저렇게 쓰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한편으로는 그런 문구가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애초에 글이라는 게 책 한 권 읽는다고 잘 써지는 것이었던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의 정지우 작가는 서문에서 그 점을 못 박아 둔다. 자신이 아는 한 글쓰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만한 책이나 강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더불어, 글쓰기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에 익은 습관 같은 것으로, "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일이며, 몸이 머리를 이끌고 가는 일"이라고.

 

그러니 이 책은 글을 '잘 쓰려는' 사람보다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 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도 쓰는 쪽을 더 자주 선택하는 사람, 혹은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저자가 "글쓰기에 관한 증언"들을 모았다.

 

20여 년 동안 칼럼,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온 저자의 경험이 정갈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진다.

 

 

 

당신이 글을 쓰면 생기는 일


 

글을 오랫동안 써온 사람에게는 당연히 나름대로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다. 글을 쓰는 태도나 생활에 대해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방법도 이야기하게 된다.

 

이 책도 잘 쓰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쓰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저자는 어떻게 써야 더 좋은 에세이가 되는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연과 절제의 기술'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지, 글을 쓸 때 어떻게 하면 자기만의 맥락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팁을 안내해준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글을 쓰는 이유와 태도, 실제로 글을 쓰는 생활의 면면에 대한 것이다.


 

글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자신의 상상력으로 자기 자신을, 세계를 대하는 법을 알게 한다. 시간을 무수히 잘게 쪼개어 그 이름마다 새겨진 비밀들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또한 그 시간으로부터 규정되는 우리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게 하고, 우리를 언어의 힘으로 지탱하게 한다. 우리는 바로 그 언어의 힘 위에서 이 삶을 가장 단단하게 이어갈 수 있다.

 

- 126쪽

 

 

매일 쓰는 사람, 또는 쓰고자 하는 사람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 왜 우리는 쓰고자 하는지.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안에서 정리되는 감정과 새롭게 솟아나는 생각들, 다 쓰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후회되면서도 뿌듯한 감정과 뭔가를 해냈다는 작고 선명한 기쁨에 대해서.


저자는 오랫동안 써온 사람답게 이런 부분을 구체적인 언어로 독자에게 상기시켜준다. 그에게 글을 쓰는 것은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오늘 하루 뭘 했는지 쓸 때조차도 쓰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되어 해석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글을 쓰며 단순히 하루 일상을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상처나 실패의 경험을 그렇게 정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기도 한다. 글쓰기는 이처럼 글 쓰는 사람의 삶을 더 생생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글쓰기는 분명 자기만족과 치유의 성격을 띠지만 거기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글쓰기의 또 다른 매력은 '연결'에 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혼자 하는 거지만 쓰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늘 읽는 사람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글 쓰는 사람은 백지 너머에 있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연결된다.

 

쓰기 전에는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과 글로만 가능한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계속 같이 써보자는 다짐


 

글쓰기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글을 꾸준히 쓰기란 어렵다. 단순히 활자의 나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글을 쓰려 노력하는 모습은 때로 싸우는 일과 비슷하다. 글 쓰는 사람은 주어진 언어를 의심하고 통념을 거스르며 그 안에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찾아야 한다. 잘하고 있다는 신호는 희박하다. 자격증이 있거나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이정표 없이 글을 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계속 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우리는 계속 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다소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의외로 글쓰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글쓰기에 따라붙는 부수적인 욕망에 집중할 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하나 받는 재미, 공감 하나 받는 재미가 의외로 강력한 동기가 될 수도 있고, 글을 써서 유명해지고 돈을 벌겠다는 목적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관점은 글쓰기가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글을 쓰며 자기 자신 속으로 깊게 파고들기도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존재,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해 깊이 사색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글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더 넓은 세계, 더 깊은 인간상이 담겨 있다. 그 글들이 결과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를 더 크고 넓게 만들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방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는 것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그가 좋은 글을 쓸 거라 믿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가 글을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자' 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기다림이 이 세상을 분명 더 낫게 만들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 쓰는 자의 기다림은 옳다. 그가 발굴해낼 것 중에서는, 그가 아니었으면 결코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 그 어떤 존재가 반드시 있다.

 

- 34쪽

 

 

글 쓰는 사람은 쉽게 외로워진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기 전 홀로 글을 쓸 때면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이 든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에 수많은 작가들 역시 끝없는 의심과 불안과 설렘으로 백지 앞에 선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그렇게 쓰고자 하는 사람을 '쓰는 삶'으로 이끌고, 쓰는 사람에게 무한한 응원을 건넨다. 실제로 알지는 못하지만 쓴다는 것만으로 어딘가 연결되어 있을 이들과 함께 내년에도 계속 쓰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2021년의 마무리를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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