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턴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글 입력 2021.12.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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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갓 벗고 아직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20살의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아직 고등학교 밖의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의심하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바로 모든 경험은 모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는 기획자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경험을 중요시 생각하고 있었다.


덕분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다양한 것들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광고와 영상 소학회에 들어가 매주 기획에 관해 공부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그렇게 고민하고 성장한 것을 바탕으로 전공 수업 때 각종 기획서를 작성하여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아 감사하게도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익혔던 것을 기억해 다시 소학회에서 더욱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었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역량을 길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시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 모든 일은 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학생으로 활동하며 얻은 기회와 활동들이라는 점이 항상 마음 한쪽에 아쉬움으로 간직되었다. 학생이라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이기에 너무도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학생이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학교에서 촬영 장비를 빌릴 수 있다. 학생이기 때문에 기획서만으로 좋은 기획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보호를 받으며 순탄하게 기획과 제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영원히 학생으로 머물러있을 수 없고, 세상은 학교만큼이나 친절하지 않을 것이었다. 촬영 장비는 학교에 있을 때보다도 더욱 제한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기획서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막상 실행에 옮기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는 경우가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사람이 문제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쌓아 올리는 경험들이 정말 유의미한 것이었다는 것을 스펙 쌓는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과 교수님께 소개받아 시작하게 된 인턴 생활은 이런 나의 소망을 해소할 소중한 기회였고, 그렇게 나의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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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인턴을 하기로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전시’와 밀접한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영상은 학교에서 장비를 빌려 촬영하면 되었고, 디자인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가능했다. 하지만 전시는 오로지 기획서로만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아무리 좋은 전시 기획서를 만들어도 이것을 학생의 신분으로 있는 사람이 실제 전시를 여는 것으로 이어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 전시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법을 배울 기회라니,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인턴 생활을 시작하고 나의 담당 업무인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전시 기획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그토록 배우고 싶어 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

 

처음 전시 기획안을 봤을 때, 나는 이 전시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준비되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께서는 당신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 큰 자부심을 갖고 계셨고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음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잘 기획해도 문제는 생겼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 텍스트를 많이 넣었더니 ‘보기 지루하다’라는 의견이 나왔고,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와이파이 문제로 라이브 방송 도중 잠시 중단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인턴 생활을 하는 회사에서는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코로나로 인해 도슨트 프로그램이 없었던 전시에는 오디오 도슨트가 생겨났고,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에 놀란 시청자들에게는 확실하고 깔끔하고 진솔된 사과를 전달하며 현장 상황을 안내해주고 빠르게 다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전시라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기획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모든 과정들은 신선한 충격들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보고서에 세세하게 적어낼 수 있었다. 미래의 내가 다시 학교로 가서 기획서를 작성했을 때, 예전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만 머물러있던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만약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미래의 한걸음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학생으로 있어야 할 테지만, 인턴 생활을 겪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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