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말을 맞아 아부인사를 올립니다 [사람]

아부가 안부가 되기 위해
글 입력 2021.12.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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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까지도 연말이 맞나 갸우뚱했는데 성탄절이 지나가고 나서야 흥성대는 연말 특유의 분위기가 물밀 듯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짜 겨울이 온 건지 따뜻하던 날씬 온 데 없고 손이 얼어붙을 만큼 시린 바람이 분다. 끝이라는 단어가 늘 그러하듯, 연말은 사람을 괜히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올 초에 계획했을 작심삼일은 반성한 지 오래지만, 어찌 되었든 내가 올해 무얼 했는지가 주 이슈다.

 

다만 올해는 다를 듯싶다. 사람을 만나기 힘든 해였다. 곧 끝나려나 싶던 전염병은 갈수록 퍼져가고 사람들은 자신에 갇히기 시작했다. 비대면, 재택이 우리의 입에 붙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정말 우리 관계의 거리감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밖에 나가기가 어렵고 나갈 일이 없어졌다. 특히 새 사람을 만나기란 힘든 일이었고, 그렇기에 새로 만나게 된 인연들은 더 뜻깊다.

 

 

 

안부를 남기기 바쁜 2021년 연말


 

그래서인지 올해는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게 유행이었다. 물론 서로 메세질 남기는 롤링페이퍼는 고전적인 방식이고, 매해마다 SNS상에서 유행하는 웹페이지들이 꼭 있었지만, 유독 2021년 연말에 들어 편지처럼 짧은 글을 남기는 게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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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직접 추가’ 기능이 생겼다. 여기에 질문이나 태그 기능을 더해 ‘2021 나의 이미지’,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고마운 사람’ 등의 주제를 보여주고 편지처럼 답장을 받기도 한다. 모두 공개된 계정으로 글을 남기게 되기에 직접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우리는 늘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주변 사람이 날 어떻게 여기는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시선을 은연중에 엿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혹은 종종 잘 모른다 생각했던 사람이 남긴 메세지에 놀라면서도 괜한 친밀감을 느낄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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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장 많이 보인 것은 바로 colormytree였다. 이름 그대로 나의 트리를 꾸며달라며 올리게 되는 이 홈페이지는 익명으로 편지를 받고 25일 크리스마스에 그 편지들이 공개되는, 일종의 우체통이다.

 

원한다면 자신이 누군지 밝힐 수도 있고 혹은 숨길 수도 있단 점에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누군지 모르는 편지를 받을 수도 있단 기대감과 성탄절의 설렘이 어우러져서인지 큰 호응이 일었다.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아부라도 해보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애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애정을 표현받길 원한다.

 

연말이면 우리 모두에게 그동안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다. 바쁜 탓에 점차 멀어졌던 사람에게 연말 잘 보내라는 핑계로 메시지 하나 보내며 그간의 공백을 메꿔볼 수 있다. 서먹한 사이에 새해에 한번 보자는 핑곗거리를 던져볼 수 있다.

 

아부는 '남의 비위를 맞추며 알랑거림'을 뜻한다. 평소라면 아첨쟁이 정도에 그치겠지만 연말이면 이상하게도 다들 그걸 모른 체하며 받아준다. 별 것 아닌 체 슬쩍 말 걸어 볼 기회이자 그간 소홀했던 사람에게 주어지는 면죄부인 셈이다.

 

그렇다면 연말 인사는 안부보단 아부에 가깝지 않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해가 넘어갔다면 연초 인사라도 보내보면 된다. 의외로 가벼운 말이 무거운 관계의 물꼬를 틀기도 한다.

 

그간 소원했던 사이에 아양이라도 떨어보며 아부인사를 건네보자. 그 사이에 주춧돌 니은이 생겨 서로 안부를 챙기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김가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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