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과 성서 이야기 - 샤갈 특별전 [전시]

"나는 유대인이기에 예술을 할 수 있었다."
글 입력 2021.12.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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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제국의 도시 비테스크의 유대인 가정에서 ‘모이셰 샤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비테스크는 러시아 서부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샤갈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영원한 고향이다. 샤갈은 이곳에서 비록 가난했지만, 미술을 공부하며 비교적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러시아를 떠나 파리로 가는데, 파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로 샤갈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파리를 ‘나의 두 번째 비테스크’라고 불렀고,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마르크 샤갈’로 바꾸기도 했다.
 
1930년 성서 작업을 의뢰받은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그에 감명받아 성서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이를 시작으로 유대인의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기는데,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에 유대인을 투영시킨 작품들도 많이 탄생한다.
 
이번 <샤갈 특별전> 전시는 샤갈이 성서를 주제로 작업한 그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유대인의 고난과 운명을 투영한 그림에는 다소 어두움이 보이기도 하며, 가끔은 작은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또한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긴 파리의 생동감을 향한 동경으로 탄생한 작품은 다채로움을 뿜어내기도 한다.
 
 
 
샤갈의 모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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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에서는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본다. 여러 모티프 중에서도 샤갈이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샤갈은 스물넷의 나이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했고, 야수파와 입체파 등의 모더니즘 회화를 접하며 파리에서 점차 예술적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가 파리를 배경으로 제작한 석판화에는 에펠탑, 노트르담 드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데, 다채롭고 풍부한 색채가 눈에 띈다. 그는 파리에서 본 자유로움, 다채로움, 생동감을 잊을 수 없다고 얘기하며, 파리를 향한 그의 인상 깊은 감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파리가 샤갈에게 준 ‘살아있음’의 강렬한 느낌은, 그가 파리의 풍경을 아주 톡톡 튀는 색채로 표현한 것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두 번째 섹션에서는 샤갈이 다룬 성서적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1930년, 마흔다섯의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받은 영감으로 25년에 걸쳐 105점의 연작을 완성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성서 전개 과정을 녹여낸 샤갈의 작품은, 함축적이지만 어딘가 굉장히 섬세했다. 나는 전시회에서 제공해 주는 오디오 서비스로 성서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했다.
 
105점의 작품은 총 15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주제는 나누어져 있지만 이야기는 이어져 있어 모든 오디오를 들으며 작품 감상을 끝내고 나면, 마치 하나의 큰 책 속에서 이야기를 경험하다 나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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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를 만들어 인류를 구한 노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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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中
 
 
성서를 중심으로 다룬 섹션에서는 특이하게도 작품들의 색채가 없다. 샤갈의 톡톡 튀는 색채보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따라가기 위함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른 섹션에서는 작품의 색채 기법으로 그의 생동감 혹은 좌절을 짐작할 수 있었다면, 이 공간에서만큼은 샤갈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멈춰있는 한 장면이었지만, 그 너머로 나는 상상의 미래를 펼치고 있었다.
 
 
 
모세와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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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성서 이야기 중 모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 중 하나이다.

 

모세는 신의 부름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끈 인물이다. 신의 도움으로 홍해를 가르기도 하며 이집트인들에게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해내 광야로 향한다. 그러던 중 모세는 신에게 다녀오겠다며 백성들을 두고 잠시 산에 다녀온다. 산에서 40일을 머문 모세는 신에게 십계명이 적힌 석판을 받아들고 내려오는데, 모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백성들은 금송아지 동상을 만들어 축제를 열고 절을 한다. 그 모습을 본 모세는 절망하고 분노하며 석판을 깨트린다.

 

샤갈은 성서 인물들에게 유대인의 모습을 자주 투영하기도 했는데, 특히나 모세에게 그 모습을 가장 많이 투영했다고 느낀다. 샤갈이 그린 모세의 모습은 다양했다. 석판을 애지중지 들고 내려오는 모세의 표정이 온화해 보이기도 했으며, 화사하고 밝은 색채들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같은 작품이지만 절망적인 표정과 어두운 색채로 모세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의 양면성을 관람하며,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인한 민족의 고통과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절망을 표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따스함을 작품에 녹여내 그림에 대한 사랑을 완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전시의 끝자락 즈음, 나는 벽에 적힌 한 문구 앞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 Marc Chagall

 

 

[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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