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드라마가 삶을 다루는 방법 [드라마/영화]
글 입력 2021.12.2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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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기묘한 이야기>,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다음 시즌은 내년 여름에, 이미 미국에서는 종영했지만 한국에는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브루클린 나인나인>. 이제 도대체 뭘 봐야 될까 싶을 때쯤 발견한 <코민스키 메소드>. 간혹 우연히 접한 게 뇌리에 깊이 박힐 때가 있는데, <코민스키 메소드>가 딱 그랬다.시니컬한 중노년들의 거침없는 입담은 대놓고 야한 19금 드라마보다 더 낯부끄럽다. 하지만 분명 시작할 때는 코미디였는데 극이 결말에 다다를수록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드라마였다.
꿈
주인공 샌디 코민스키는 연기를 사랑하지만 배우로서 인생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배우의 길 대신 연기 강사의 길을 선택한 샌디는 영화의 도시 LA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연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여전히 샌디는 배우로서 다시 재기하기를 꿈꾼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드라마를 노인판 <라라랜드>라고 말하고 싶다. <라라랜드>에서 셉과 미아는 틀어지기도 했지만 셉은 미아를 연인, 그리고 친구로서 지지해 주고 미아는 이런 지지와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결국 배우로서 성공한다.이 드라마에서 샌디와 노먼이 딱 그렇다.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던 샌디와 아이러니하게도 연예계 유명 에이전시 회장인 노먼. 노먼은 극 내내 티를 내지 않았지만 샌디에게 걸맞은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노먼이 감독에게 보낸 옛 연기 영상 덕분에 샌디는 ‘노인과 바다’ 리메이크 작에 캐스팅되는데, 샌디는 이 사실을 노먼이 죽고 나서야 알게 된다. ‘노인과 바다’로 에미상까지 받게 된 샌디는 한 평생 바라왔던 꿈을 이룬다.비슷한 관계성을 보고 <라라랜드> 같다고 한 것도 있지만 두 작품을 다 본 후에 어떻게 한 평생 한 꿈만 바라보고 살까, 그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감상도 비슷해서 더 겹쳐 보였던 것 같다.죽음
타인의 죽음도 마주하기 두려워했던 샌디, 죽음에 초연한 샌디의 오랜 친구 노먼과 그의 아내 아일린 그리고 샌디의 첫 아내였던 로즈. 영화 속 노인들은 대부분 더 이상의 삶에 욕심내지 않고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초연하다.심지어 자신의 장례식은 이렇게 해달라며 요구사항까지 말한다. 그런 영화 속 노인들을 보며 어떻게 남도 아닌 자신의 죽음인데 저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으면 다 저렇게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하지만 <코민스키 메소드> 속 주인공 샌디 코민스키는 그런 영화 속 노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연기 학원의 보조이자 딸인 민디가 도대체 언제 오랜 친구인 노먼의 아내 아일린을 보러 갈 생각이냐고 추궁할 때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러가기를 꺼린다.그런 샌디가 아일린, 노먼, 로즈의 죽음을 겪고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의 마지막 장면을 재연한 학생들의 연기 후 덧붙인 죽음에 대한 코멘트는 아주 인상적이었다.*스튜디오의 학생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리사와는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도 안 했던 첫 아내 로즈와는 친구처럼 지내고. 딸의 남편이 될 사람은 자신과 동년배라 만나기도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연기 강사로서의 삶에 만족하려던 찰나에 주어진 기회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상까지 탔으니 더 이상 강사로서 스튜디오를 운영하지 않아도 될 텐데, 샌디가 트로피를 가지고 들어간 곳은 스튜디오였다. 그리고서 그럼 수업을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드라마가 끝난다.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가 바로 자신이 원래 있었던 곳,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사실 노년이 주인공이라 시대착오적인 말도 꽤 많이 나오고 여성 캐릭터를 마냥 잘 썼다고 할 수도 없다. 눈물을 흘리려 하면 바로 피식 웃게 해, 코미디 드라마가 아닌 한 사람의 코미디 같은 노년을 보는 것 같았다.이 드라마가 삶을 다루는 방법은 극적이지도, 그렇다고 담담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신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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