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 속의 낯선 효과,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

글 입력 2021.12.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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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거장들: 보이만스 판뵈니언 박물관 걸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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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

초현실주의 혁명(La Révolution surréaliste)

간행물, 1924, 28,6 x 20,2 x 0,3 cm

© André Bret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전시를 보기에 앞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 등을 포함한 작가들과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문(Manifeste Du Surréalisme)'으로 초현실주의 시작을 알린 앙드레 브르통을 주목해야 한다.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기이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

 

(앙드레 브르통)

 

 

그들의 작품에서 초현실주의 키워드로 불리는 꿈, 심리와 무의식, 사랑과 욕망, 낯설지만 익숙한 이질적인 조화를 볼 수 있다. 또한, 미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문학, 그림, 영화, 오브제 등으로 꽃 피웠다.


그 결과 익숙한 소재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초현실주의 혁명은 이후 많은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 예로 명화를 리메이크한 <앤서니 브라운>작가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달리의 '기억의 지속'은 원작과는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이미지08_살바도르 달리-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jpg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Couple aux têtes pleines de nuages), 1936

판넬에 유채, 98,5 x 77 x 4,5cm(L), 87,5 x 72,4 x 4,5cm(R)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초현실주의를 떠올리면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작품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 거 같다. 미술책에서 한 번쯤 봤던 달리의 작품, 그 첫인상은 아주 강렬하다.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위 작품은 달리의 뮤즈이자 아내인 갈라와 본인을 묘사했는데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간의 왜곡이 느껴진다. 같은 공간인 듯 보이지만,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바로 초현실주의 특징 중 하나인 무의식의 세계가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의 머리 쪽에 푸른 하늘을 뒤덮고 있는 구름이다. 그 밑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가장 아래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처럼 달리의 작품에서 오브제의 형태나 위치, 그리고 구조를 살펴보면 편집증적 사고에 기초한 그의 기법을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다. 편집증적 사고란, 하나의 이미지를 보면 끊임없는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그림 곳곳에 달리가 숨겨놓은 의미들을 찾으며, 해석하는 시간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투명하게 비친 인간의 내면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런 의미에서 달리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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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태양열 테이블(Table solaire), 1936

판넬에 유채, 60 x 46 cm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태양열 테이블'은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에서도 등장한 테이블을 정면에 그렸다. 두 그림의 공통점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재와 바다 또는 사막으로 추정되는 배경의 이질감이다.

 

특히 '태양열 테이블'에서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부분은 배와 낙타, 그림자 유무, 회색빛과 하얀색의 조화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에는 흐릿하지만 해가 있다. 해가 비추어 테이블과 낙타, 그리고 배에 그림자가 보인다. 그러나, 소년의 그림자는 작품에서 볼 수 없다.

 

소년이 달리 본인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무의식 세계의 또 다른 자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작품의 해설을 들으니 여러 해석도 모두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달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인상을 주는 낯선 효과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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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여행 가방 속 상자(La boîte-en-valise), 1952

아상블라주 Assemblage, Closed: 10,5 x 41 x 38 cm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초현실주의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20세기 초반의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초현실주의 이전에 '다다(DADA)'이즘을 빠뜨릴 수 없다.

 

다다이즘은 체계적인 것을 멀리하는 '유연성'과 '무의미함'을 바탕으로 전개된 예술운동이다. 이는 훗날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준다. 또한, 초현실주의와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표되는 마르셀 뒤샹은 <레디 메이디>라는 개념을 통해서 기존의 일상품이 지니는 목적을 넘어선 또 다른 의미를 찾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라는 일종의 휴식처 또는 현실도피가 지니는 의미는 일상품에 특별함을 부여하였다.

 

특히 '여행 가방 속 상자'는 뒤샹의 작품을 모아 놓은 상자이다. 그는 오브제의 아름다움 또는 특이함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취향 및 기호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언급했다. 오늘날 우리가 개성에 맞는 취미를 가지고 즐거움을 찾는 것, 오브제에 더 관심을 두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자 전체를 놓고 보아도, 상자 속 각각의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떠올려봐도 뒤샹이 좋아하는 작품을 담은 것만은 틀림없지 않을까? 아니면 여행의 설렘처럼 간직하고 싶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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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

자연사 시리즈, 나뭇잎의 관습(Les mœurs des feuilles, uit de serie Histoire Naturelle), 1926

포토그라이버 인쇄, 49,7 × 32,2 cm

© Max Ernst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나무와 나뭇잎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 작품은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 '나뭇잎의 습관'이다. 막스 에른스트는 화가이자 조각가, 콜라주 제작자 등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다양하고 자유로운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중에서도 위 작품에 사용된 '프로타주 기법'은 돌이나 나뭇잎 등의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이나 색연필로 문지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보니 미술 시간에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그렸던 그림이 떠올랐다.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져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프로타주, 콜라주 등의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보며 다소 어려웠던 초현실주의 작품에 대한 이미지와 틀이 깨졌다. 더욱이 관람객들이 창작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길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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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금지된 재현(La reproduction interdite), 193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81 × 65,5 × 2 cm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모든 작품은 세계적인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의 소장품이다.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원화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더 특별하다.

 

특히, 메인 포스터에 실린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금지된 재현'은 전시장 앞쪽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 작품은 전시의 마지막 세션에 위치한다. 공간의 제목은 '기묘한 낯익음'으로 글의 맨 처음에 언급했던 초현실주의 키워드가 모두 돋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마그리트의 작품은 마치 하나의 프레임 속 장면처럼 느껴진다. 프레임의 안과 밖을 구분한 듯한 그림에서 우연성이 강조되는데 위의 작품도 이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이 어딘가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작품의 제목인 금지된 재현을 강조하듯이 책은 거울 앞에서 대칭이 바뀌어 있는 반면에 사람은 뒷모습만 보여준다.


이처럼 일상적인 소재에서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낸 우연한 이미지는 다양한 사고의 확장을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20세기 초반부터 오늘날까지 현실과 이상의 괴리, 변화하는 일상에 적응하는 것은 매 순간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진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사고를 찾아가는 과정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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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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