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주 익숙한 것들 - 초현실주의 거장들

글 입력 2021.12.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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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포스터_1108.jpg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면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떤 작품을 볼 때보다 더 집중하게 되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 말고도 나만의 상상을 펼쳐보게 된다.

 

내가 초현실주의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거나 혹은 아예 벗어난 작품들은 마치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일상에서는 겪을 수 없던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전시를 보며 그림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내는 재미도 느끼고 작품 뿐만 아니라 영상물과 다양한 자료 및 글을 통해서 초현실주의의 세부적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는 문학과 시에서 시작되었으나 회화, 조각, 영화, 사진, 공연과 디자인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상의 이미지를 초현실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르네클레르의 '막간'을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짧은 영화는 편집만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보여주기도 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적인 풍경을 아주 어지러울 만큼 표현 해 내기도 한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펠바운드' 중에서 남자의 꿈 속을 재현한 한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달리가 떠오르는데, 1944년 히치콕은 달리에게 영화의 세트 디자인을 요청하였고, 그렇게 둘의 합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이미지로 가득한 두 영상은 초현실주의에 대해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이렇게 총 6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 꿈꾸는 사유는 무의식과 초현실주의의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사회적 관습이나 이성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버전의 현실로 다가가기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꿈은 필수적 요소였으며 그들은 내면의 세계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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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델보의 '붉은도시, '달의 위상'은 마치 어린 시절 들었던 신화(또는 이야기)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실제로도 작가는 어린시절 겪었던 경험이나 좋아했던 것을 작품속에 많이 담아냈다고 한다. 꿈이나 스쳐가는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더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수술대 위에 놓인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은 소설 <말도로르의 노래>에서 이 문구를 보게되었고, 이것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이상하고 파괴적인 세계에 대한 비전이 되었다. 그들은 친숙함을 훼손하는 것을 즐겼으며, 단어와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을 가지고 놀면서 언어가 세계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는 정도를 강조했다.


르네 마그리트의 '살아있는 거울'은 이러한 언어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림이 아닌 단어 자체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찬장, 지평선, 새들의 울음소리, 웃음으로 표효하는 사람. 이렇게 네가지 단어를 보여준 뒤 마치 우리에게 머리 속에서 그림을 그리라는 듯한 반대된 경험을 선사했다.

 

그림에서 단어는 보통 제목에서 보게 된다. 작품과 매치가 안되는 것도 있고, 반대되는 의미도 있었으며, 제목으로 인해 작품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것도 많았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고, 제목을 보며 '아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거울'은 마치 그림의 열린결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객 모두가 머릿속에서 그린 이미지가 작품이며, 이렇게 독특하고 재치있는 경험이 초현실주의의 매력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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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은 나의 인상에 아주 강하게 남은 작품이었다. 전시의 마지막에서 이 그림을 봤을 때, 무서웠고 흥미롭기도 해서 아주 오랫동안 바라봤다.

 

제목처럼 '금지된 재현'은 내가 거울 속에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거울을 볼 때 뒷모습을 마주할 수는 없다. 주로 앞모습을 바라보고 그것이 내 모습이라고 한다. 거울이 아닌가 하고 자세히 바라보니, 책은 또 반대되어 그려진걸 보니 거울이 맞다.

 

거울, 뒷모습의 사람, 책. 아주 익숙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나 역시도 이 그림을 그림 속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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