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는 영화, 모르는 이야기 : 방구석 1열 [예능]

글 입력 2021.12.15 21: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00707_133337_7660.jpg

 

 

2018년 5월, 늦봄의 어느 날 처음 1회를 보았을 때부터 185회차가 방송된 지금까지 나의 최애 예능 프로그램을 차지하고 있는 이는 <방구석 1열>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교양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은 <방구석 1열>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무한도전>을 이후로 '제발 종영하지 않았으면 하는 TV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만났기에, 많은 사람이 시청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공간이 방구석 1열로


 

처음 <방구석 1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프로그램의 목적성에 있었지만, 185회차까지 방영된 지금까지 지속해서 시청할 수 있었던 힘은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방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그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널찍한 여타 예능 프로그램의 세트장과는 달리, 다소 좁아 보이는 다락방 같은 세트장에서 대략 6명의 사람들이 앉아 열심히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해 보일 만도 한데 희한하게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나도 저들 사이에 껴 가까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해석을 말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20201128151057_5fc1e9f1500bf_1.jpg

 

 

내가 <방구석 1열>을 즐기는 방법은 이렇다. 내가 가장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안식처인 내 집, 나의 방에서 하루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쉴 수 있는 늦은 밤. 보기만 해도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원한 맥주와 함께 좋아하는 안주를 챙겨 TV나 노트북 앞에 앉는다. 못 봤던 <방구석 1열>의 회차를 재생하고 모든 불을 끈다. 내가 몰랐던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관련된 현재 사회 이슈에 대해 들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알아가기도 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출연자가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내 집 방구석과 <방구석 1열> 속 다락방이 마치 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어딘가에 푹 빠져 있다가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패널들 사이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것을 다음 회차 예고편이 나오고 텅 비어있는 맥주 캔을 보며 깨닫는다. 그만큼 <방구석 1열>이 전하는 이야기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아직 <방구석 1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는 회차나 평소 관심 있었던 주제를 다룬 회차를 하나씩 골라서 시청하는 것도 프로그램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


 

<방구석 1열>은 영화 이야기와 함께 해당 영화와 관련된 문화·예술·정치·사회·경제·인권 등, 인문학 토크가 주를 이룬다.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것이 프로그램 내에 다 들어있다.

 

아주 어렸을 적, 한때 영화에 푹 빠져있던 오빠의 영향으로 나는 자연스레 옆에서 다양한 영화를 섭렵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화는 내 인생의 두터운 한 축을 차지해 왔다. 오빠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내용이나 결말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때부터였는지, 어느새 나는 영화를 감상한 후면 꼭 후기를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타인의 생각은 어떠할지가 매우 궁금하고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또 다른 해석에 흥미롭고 나와 같다면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방구석 1열>은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이다.

 

영화에 대한 단순한 느낌이나 해석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나 출연한 배우, 제작사 대표, 혹은 관련 영화인이 직접 게스트로 나오기도 해서 영화의 속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박찬욱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전도연, 김희애 등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이 등장해 자신이 연출한, 혹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본 적 없는 장면이라 신선하고 흥미롭다.


<방구석 1열>이 다른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지니고 있는 차별점은, 영화와 인문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인문학을 영화와 함께 풀어내, 머리 아프게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해 듣다 보면 어느새 지식이 쌓여있는 느낌이랄까.

 

매주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게스트로 나와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데, 마치 베스트셀러인 '지대넓얕', '1일 1페이지 교양수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러한 책을 읽는 것보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확실히 더 마음에 와닿고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패널들 모두 정치·사회·문화 등 다채로운 주제로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답변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데, 그 속에는 책에서 느끼기 힘든 뜨거운 열정이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인 변영주 감독과 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은 영화를 비롯해서 다방면의 인문학적 지식을 누구든 알아듣기 쉽게 풀어 이야기하는데, 그들이 어떠한 일의 핵심 사항을 정확히 꼬집어 말해줄 때의 쾌감은 늘 새롭다.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이나 하고 싶었던 말을 그들이 놀랍도록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내가 <방구석 1열>을 시청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추천하는 회차


 

#46회 '친절한 금자씨', #47회 '박쥐'

 

 

박찬욱 감독과, 그와 함께 집필 작업을 해온 정서경 작가가 게스트로 등장한 회차이다.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에 대해 감독과 작가가 직접 코멘터리를 남기고 비하인드를 풀어냈다. 지금껏 공개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그들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로워 한눈팔지 않고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와 감독의 의외의 케미와 입담도 시청 포인트 중 하나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아가씨'는 각각 25, 26회에 소개된 바 있는데, 류성희 미술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 작품 속 예술적 감각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두 회차까지 모두 포함해서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81회 '메기', '벌새'

 

 

독립영화 특집이었던 81회차에서는 2019년 최고의 독립영화라 꼽히던 '메기'와 '벌새'가 소개되었다. 이 회차를 특히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독립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난 후 달라졌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다소 난해하고 심오한, 작품성이 강한 영화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방구석 1열> 덕분에 '메기'와 '벌새'라는 좋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고, 그러한 특징마저도 매력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독립영화 특유의 분위기에 새삼 매료되었고, 영화 장면의 장치와 표현 속 내포된 진짜 의미를 추측하고 알아가는 재미도 깨달았다. 이 외에도 12회차 '4등'과 '우리들', 31회차 '족구왕'과 '소공녀'를 비롯해서 최근에 방송된 183회차 '남매의 여름밤'과 '최선의 삶'까지 <방구석 1열>은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160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 제2탄이었던 160회차에서는, 재개봉했을 당시 내가 극장에서 모두 관람했던 영화 두 편을 다루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내 마음속 상위권에 드는 영화들이다. 애니메이션 전문가 한창완 교수와 배순탁 작가가 게스트로 함께해,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부터 히사이시 조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다른 작품인 '이웃집 토토로'와 '마녀배달부 키키'는 58회차에 방송되었으며,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 * *

 

이 외에도 38회차 '싸이코'와 '현기증', 80회차 '미쓰백'과 '가버나움', 108회차 '제로 다크 서티'와 '호텔 뭄바이', 127회차 '트루스'와 '나이트 크롤러' 등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매우 많다. 재미와 함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방구석 1열>의 시청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방구석 1열>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30분에 방영하고 있다.

 

 

 

KakaoTalk_20211119_203831417.jpg

 

 

[임정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