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춘소리꾼 희재, 우리 소리를 향한 질문에 답하다 -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도서]

청춘소리꾼 희재의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를 읽고
글 입력 2021.12.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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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음을 위해 산에 들어가는지.jpg

 

 

"득음을 위해서 산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훈련을 하나요?"라고 질문을 주셨는데, 제 대답은 "예스"입니다. (중략) 산공부라고 하죠. 지금도 가요.

 

- 유튜브 '청년 소리꾼 희재' 영상 中

 

 

여기 ‘국악과 판소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이야기의 고리’로 바꾸어 우리 소리의 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21년 차 젊은 소리꾼이 있다. 그가 이번에 우리 소리에 대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내고 새로운 시선을 덧입혀줄 책을 썼다. 청춘소리꾼 김희재의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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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은 왜 인당수에 목숨을 던졌어야만 했는지, 베토벤의 음악은 익숙한데 산조 음악은 왜 공감이 안 되는 건지, 문학작품 같기도 하고 음악인데 연극 같기도 한 판소리는 언제 생기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전통 음악을 활용하여 새롭고 힙하게 자신만의 예술을 표현하는 당찬 음악인들은 누구이며, 존재가 예술 그 자체인 명창의 소리를 소개한다.

 

- 보도자료 中

 

 

 

책 속으로



책을 펴면 ‘글을 읽기 전에’라는 소제목으로 ‘국악’이라는 용어 사용에 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본문을 읽기 전 단어에 대한 혼동이 없도록 ‘국악’과 ‘전통음악’을 확실히 규정짓고 혼용할 것을 명시한다. 국악이라고만 쓰기에는 단순화된 용어를 사용하니 옳지 못하고, 그렇다고 전통 음악이라고 쓰기에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국악을 명확히 지칭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의 세심하고 꼼꼼한 면모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어지는 본문은 판소리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세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마당- 조선 힙의 원조, 판소리가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판소리가 특정한 장르로 규정지을 수 있는 예술이 아님을 설명하고 대표적인 판소리 다섯 마당을 실제 판소리 대목을 발췌하여 풀어낸다.

 

이때 인상 깊었던 것은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 내용을 새로운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재해석하는 부분이었다. 요컨대, 《춘향가》는 ‘낭만적인 사랑’만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신분제의 부조리함을 뛰어넘는 사랑’이었으며, 《심청가》는 심청이 본래 선녀였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단순히 ‘효’에 관한 작품이 아닌 자신의 영혼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에 관한 작품이다. 또 《흥보가》에서는 놀보가 장남이고 흥부가 차남인 설정에서 장남이 모든 것을 물려받던 당시 조선 시대 상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이렇듯 판소리가 그저 당시의 시대상에 갇힌 작품이 아닌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본다면 또는 시선의 초점을 조금 달리 해 본다면 훨씬 더 넓은 시각으로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여, 본문 곳곳에는 판소리 대목을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심어져 있으니 궁금하다면 책에 발췌된 판소리 대목과 함께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두 번째 마당-우리 소리 사용 설명서’에서는 서양 음악과는 다른 우리 전통 음악의 ‘소리’에 집중하여 설명한다. 해당 본문에서 소리꾼들은 왜 폭포수 아래에서 소리 공부를 하는 것인지, 소리꾼의 목소리가 허스키한 이유는 무엇인지, 판소리에는 한의 정서보다는 ‘해학과 풍자’의 정서가 훨씬 더 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롯이 판소리를 이루는 요소, 역사, 문화에 스며들 수 있는 구간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마당-판타스틱하게 잇다, 우리 소리’에서는 우리의 소리가 어떤 판타스틱한 방법으로 세상 밖의 사람들과 활발하게 연결되는지 풍부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환각적인 상태로 몰아가는 <악단광칠>과 <씽씽밴드>, 아일랜드 민속악기와 판소리가 만난 <두 번째 달>, ‘범 내려온다’로 온 세계를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 <밴드 이날치>, 게다가 300년 지층이 축적된 ‘명창의 소리’까지 유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청춘소리꾼 희재의 감상 팁과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듣다 보면 아주 천천히 우리 소리의 고유한 매력에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란,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장르의 틀에 비추어 보면 한국 문화예술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독창적이며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장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한국 문화예술 중 하나인 전통 예술에 속하는 판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본문 곳곳에서 저자는 판소리가 무엇인지를 비롯하여 그것이 가지는 성격, 특징, 역할들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한다. 요컨대 다음과 같다.

 

 
⊙ 
판소리는 종합예술 놀이판이다.
⊙ 판소리는 음악이기도, 문학이기도, 또 극 예술이기도 하다.
⊙ 판소리는 잘 짜인 명작 소설이기도 하고, 배우의 연기로 우리 삶을 엿볼 수 있는 ⊙ 연극이기도 하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을 저격하는 맹렬한 음악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에 기능이 치우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판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 판소리는 저항 문화의 예술이다. 당시 사회 제도에서 비주류에 서 있는 존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이야기한다.
⊙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판소리를 통해 강렬하게 실어낸 《흥보가》에서도 볼 수 있듯, 비판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 해학과 풍자는 판소리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 인문 고전이 현대에 끊임없이 재해석되듯 판소리도 현시대에 끊임없이 새롭게 해체되고 재생될 수 있다. 이는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판소리는 도덕적 가르침에 기반한 내용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훨씬 반항적이고 개방적이며, 사회 구원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 판소리는 자신의 기운을 잘 다스려야 하는 상당한 공력을 요구하는 음악이다. 기세로 나오는 음악. 만물을 담아내는 판소리의 통성은 호탕하면서도 맹렬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판소리는 조선의 정서를 대변하는 예술이며 민족의 문화 원형이 보존된 예술이다.

 

- 본문에서

 

 

판소리에 대한 이런 저러한 정의를 모아본 결과 확실한 것은 판소리 또한 하나의 단어로 특정하여 ‘무엇이다’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판소리가 궁금해졌다면, 저자의 유튜브 콘텐츠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판소리 Q&A' 영상을 먼저 시청해 보기를 추천한다.

 

 

(출처=유튜브 '청년소리꾼 희재')

 

 

 

전통 예술이 세상에 공존하기 위한 방법



 
“단지 대중이 함께 즐기는 예술의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지 못해 접속하기 좋은 코드로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예술성에 있어서 주류와 비주류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p.225)
 

 

저자는 ‘전통 예술을 어떻게 세상에 내보일 것인가’에 대한 방법으로 무엇보다 판소리가 가진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본연의 매력을 지나치게 흔들지 않으면서 현시대 대중의 코드에 접속할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예술이 진정한 가치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사람들이 국악이나 판소리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이유는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리감 때문이라 말한다. 그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어렵다’, ‘지루하다’ 등의 두터운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방법을 생각해 내고 스스로 전통 음악과 판소리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쉽고 친절한 다리’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렇게 지금의 ‘청춘소리꾼 희재’가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말한 부분은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특히 더 고민하는 부분이라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우리의 소리를 듣게 될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가 먼저 즐기는 것이 세계화’라는 말이 특히 공감되었다. 본문에서는 적벽가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였다.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적벽가는 소설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판소리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고전인 삼국지가 우리 판소리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적벽가는 세계화를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단지 판소리를 너무나 사랑한 양반들 덕분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누비며 쓰고 갈고닦는 행위 자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p.117)
 

 

이처럼 판소리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국민이 즐기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가 좋아해서 ‘먹방’이 트렌드가 되고, ‘떼창’이 한국 콘서트 고유의 문화가 된 것처럼 마음이 동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독특한 생활방식을 만들어내고,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독창적인 문화예술이 세계에 통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문화예술의 힘은 크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한국의 콘텐츠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어느 시점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뜨겁게 사랑받고 있으며 세계는 앞으로의 k-콘텐츠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의 말대로, 세계화 이전에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소리, 판소리를 사랑하는지, 또 사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본질적인 접근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소리를 향해 취해야 할 마음가짐인 동시에 태도이다.

 

마지막은 저자의 전통 음악에 대한 애정과 바람이 한데 섞인 말을 덧붙이고 싶다.

 

 
여러분도 전통 음악을 굳이 배워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름과 바람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들어올 날이 있을 겁니다. (p.153)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컬쳐리스트.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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