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만큼 지루하면서 또 흥성대는 시기가 없다. 남은 일이 지나온 개월보다도 적어질 때 더더욱 그렇다. 年末이다. ‘끝’에 다다라간다. 어쩔 수 없이 여태 벌여온 일들이 닫히기 위해 우리에게 몰려온다.
12월 끝자락은 뭔갈 시작하기보단 끝낼 수밖에 없는 즈음이다. 정신없이 이것저것 끝내가는데 괜히 울적해진다. 뭔갈 하다 보면 누굴 만날 틈도 없어지는데, 꼭 나 홀로 남은 것 같아 축 처진다.
연말우울증이라도 있는 걸까? 새해는 어떻게 또 보내고 견뎌야 할지도 걱정이다.
그러다 듣게 된 게 뱃사공의 <외롭지만 괜찮아>였다.
리짓군즈의 ‘Camp’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도 뱃사공의 노래를 즐겨듣고는 했다. 깊게 모든 앨범을 들을 골수팬은 아니고, 꽤 알려진 <탕아>를 즐겨 듣다가 <콜백>이나 <다와가>, [Rainbow] 정도가 마음에 들어 몇 개 같이 챙겨 들었을 뿐이다.
힙합은 잘 모르지만 제법 귀에 잘 꽂히게 하는 스타일이고(아마 붐뱁?), 특히 필자가 환장하는 기타 사운드를 자주 쓴다는 점이 좋았다. 꽤 감성도 맞아 들었다. 가사가 담백하고, 꽤 통찰력 있다.
솔직히 했지 고민
어쩜 모든 게 다 쓸데없는 고집
근데 그걸 버리면 난 뭐지
<다와가> 中
나이가 더 찰수록 세상은 안 예뻐
(중략)
야 뭐라도 되긴 될 거야
희미하게 보여 Rainbow
[Rainbow] 中
세상을 꾸짖는다, 날선 현실 비판이다, 라는 투의 평가가 어울리는 가사는 아니다. 라임이라든지 힙합 본연의 요소가 수려한 것도 아닌 듯핟. 아마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을 뿐일 거다.
그런데도 어느 곡보다도 좋았다. 꼭 내 얘기 같았다. 음악을 타자의 이야기로 듣는 나로선 익숙지 않은 경험이었다. 종종 내가 부려온 아집이나 관성처럼 해온 일들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올 때의 심정을 대변해준 것 같기도 했다. 해온 일을 해 나가야 할 이유를 얻어가기도 했다.
새해에 처음으로 듣는 곡이 한 해를 결정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농담처럼 시작된 유행 같았는데, 다들 새해는 잘살아 보겠다는 다짐은 꼭 담아두고 사는지 그게 몇 년이 되고 꽤 오래 다들 따라왔다. 필자는 기꺼이 2022년의 첫 곡으로 이 노랠 틀어보려 한다.
내리고 있는 비도
다 이유가 있겠지
잠시만 멈춰주렴
다시 또 언젠가 문득 만나면
오래된 사이처럼 말없이 함께 걷겠지
<외롭지만 괜찮아> 中
모든 구절이 좋은데 다 소개할 순 없으니 훅만 추려본다.
‘가야 해 그리고 내 선택에 후회가 스밀쯤엔 난 또 다른 시야를 얻겠지’란 구절이 있다. 지금은 전야다. 새해전야고 성탄전야고, 당장 내일의 전야다. 올 한해는 어떻게 흘러간 건지 모르겠다는 속절없는 세월 원망을 입에 달고 산다.
올 한해 닥쳤던 비중엔 꽤 거센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내년에 닥쳐올 비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넘길, 딱 그만큼의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 아직도 새해전야의 곡을 못 골랐다면, 적당히 물기있고 건조한 2022년을 위해 <외로워도 괜찮아>를 귀에 건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