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통음악 알려드립니다 -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도서]

글 입력 2021.12.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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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국악이라면, 지루하거나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전통 음악이라고 생각했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각보다는 MZ세대들에겐 새롭고 재미있게 해석할 요소가 무궁무진한 음악 장르가 되었다.

 

물론, 대중의 생각이 단적으로 변하게 된 건 대중문화 아티스트와 차세대 국악인들의 세련된 재해석이 가장 큰 몫을 했다. 그 중심은 역시 한국관광공사의 광고 영상 속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아닐까. 처음 음악을 들을 순간을 잊지 못할 정도였다. 충격적이고, 세련된 감성으로 선보인 음악과 영상은 단순히 서양악기와의 퓨전이 아닌, 진정한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악계의 변신은 이전에도 진행되어왔다. 청소년들을 위한 국악 공연에서는 게임 테마곡이나 대중 아티스트의 곡을 국악으로 편곡하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보인다. 하지만, 가끔씩 국악 공연을 보러 가면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입문자들을 위한 공연만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국악에 대한 아주 기초 지식만 있고, 쉬운 공연만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더 깊게 발을 들이기도 어렵다. 국악에 관한 지식을 쉽게, 한 번에 배울 수 있는 걸 필요로 하던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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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입문서



 

"추구하는 예술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대중의 코드에 접속이 안 된다면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대중예술이든 아니든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예술이라 부르기 힘들겠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예술이 진정한 가치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p.35)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국악 입문서다. 국악에 몸담은 저자는 다른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공부할 정도로 국악을 알리고, 다른 문화와 접목하는 데 열정적이다. 또한, 국악 유튜브 채널 '청춘소리꾼 희재'를 운영하면서 국악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국악의 대중화와 더 나아가 세계화를 꿈꾸는 저자가 들려주는 국악 이야기는 초심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은 왜 인당수에 목숨을 던졌어야만 했는지, 베토벤의 음악은 익숙한데 산조 음악은 왜 공감이 안 되는 건지, 문학작품 같기도 하고 음악인데 연극 같기도 한 판소리는 언제 생기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전통 음악을 활용하여 새롭고 힙하게 자신만의 예술을 표현하는 당찬 음악인들은 누구이며, 존재가 예술 그 자체인 명창의 소리를 소개한다. 이를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 코드를 본문 곳곳에 심어놓은 것은 물론이다.

 

책의 구성은 총 세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마당-조선 힙의 원조, 판소리가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판소리라는 규정하기 어려운 장르에 대해 설명하고 '오늘'을 담은 판소리 다섯 마당을 살펴본다. [두 번째 마당-우리 소리 사용 설명서]는 우리 전통 음악이 서양 음악과는 우주가 다른 음악임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마당-판타스틱하게 잇다, 우리 소리]에서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힙한 국악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소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전통음악에 대한 사랑


 

 

"판소리를 감상하는 수준이 명창의 경지에 이른 귀명창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우리 시대의 명창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리의 참맛이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p.301)

 


사랑하는 것을 쓴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에는 무엇보다 판소리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고, 책을 읽는 내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랑하는 것에 대한 글은 한 사람이라도 이것을 더 알아줬으면, 더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역시 저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악(전통음악), 판소리의 가치를 위해 글을 썼으리라.

 

지식의 나열과 자랑으로 이뤄진 책이 아니라 대중의 입장을 고려한 책이다. 세 번째 마당에서 우리가 아는 '이날치 밴드'나 국악과 록을 섞은 음악을 만드는 '잠비나이', 등 전통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한 밴드에 관해서 열성적으로 설명하고 표현했다는 점에서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그러면, 국악을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를 세심하고 친절하게 덧붙이는 것까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국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떠한 예술이든 예술은 그 시대의 정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품에서 태어난 전통 예술을 즐기다 보면 우리 안에 내재된 신명과 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전통 음악과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알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통 예술가들의 유쾌하고 신선한 음악은 물론 명창의 무대까지 즐기는 귀명창이 늘어나기를 바라며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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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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