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 입력 2021.12.0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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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하고부터였다.

 

고등학교 당시에는 막연히 기자가 되어야겠다 꿈은 있었지만 글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뒤 기자라는 목표와 학보사에 막연한 동경이 더해져 대학 기자로 일하게 됐다. 한 학기동안의 수습기자 기간을 거쳐 정기자가 되었고 1년간의 정기자 생활 후에 학술부장을 한 학기동안 역임하고 퇴사했다.

 

총 2년간 취재와 퇴고를 통한 전문적인 글쓰기 과정을 배우면서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찾고 기획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년간의 학보사 활동으로 기자라는 직업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나라는 존재는 연약하고 부족해서 직접적으로 사회 부조리와 맞설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과 열정을 글로 치환한다면 분명 강한 자에겐 강하고 약한 자에겐 약한, 그래서 힘든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 느낀 기자의 현실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대학언론사의 사장이 본교 총장이라는 한계 때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컸다. 매주 기획을 찾고 취재하기 급급했고 없는 인맥을 동원해서 학생들을 인터뷰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최소한의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연락을 유지하고 전화보단 문자가 편한 극한의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기자라는 일이 맞지 않았다. 과거 한 신문사에 견학을 갔을 당시 기자의 역량으로 ‘끼’, ‘깡’, ‘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2년의 대학 기자 생활을 통해 나에게는 기자로서의 끼도, 깡도, 꼴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학보사 생활을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글을 지속해서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점과 직업으로서 기자가 맞지 않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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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를 나온 이후로 글쓰기의 주제는 사회문제에서 문화예술 분야로 바뀌었다. 당시 영화라는 분야에 관심이 막 피어올랐고 막연히 영화제작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사 취재 중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고 그만두었다(내가 지나친 이상주의자인 것일 수도 있겠다).

 

작품을 보는 동안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과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기도, 지독한 현실을 깨우쳐주기도 하는 풍성함에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순전히 본 것을 기억하기 위해 간략하게 썼던 영화리뷰를 조금 더 유익하고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며 잘 써보고자 노력했다.

 

문화예술이라고 언급하였으나 아쉽게도 미술이나 음악 쪽에는 조예가 깊지 않아 영화 글만 쓰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상호 관계적이라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수록 보다 깊고 넓은 글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영화리뷰를 더 잘 쓰기 위해서라도, 또 다채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잘 정리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머릿속에 생각이 많거나 복잡할 때면 그것들을 글로 써내야 마음이 정리된다. 괜한 감정들과 무기력, 나태 때문에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들을 글로 표현해낼 때면 그때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나에게 글은 지나온 시간에 숨을 불어넣어 주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글을 읽고 쓸 때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신문, 잡지, 종이책 등의 존폐가 논의되는 시대에서 글로 먹고사는 길을 택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처럼 보인다. 때문에 잘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도 안정된 길과 좋아하지만 어려운 길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다만 고민한다고 당장 해결되는 바는 없기에 지금은 전보다 많이 보고 느끼면서 더 다채로운 글들을 지속해서 써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펜을 쥐고 자판을 두들기며 글쓰기를 가능한 오래 할 생각이다. 나의 글이 낯선 이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말이다.

 

 

 

컬처리스트 명함.jpg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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