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흔들릴 수 없는 외로운 사랑 - 키스마요

글 입력 2021.12.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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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끊어지는 문장. 찾아볼 수 없는 쉼표. 감각적인 표현. 반복되는 리듬.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자 여타 소설책과의 차이점이다. 두세 줄씩 넘어가는 문장은 마치 금기라도 된 듯 전혀 보이지 않고, 쉼표를 사용해도 되는 구간은 마침표로 마무리된다.

 

여러 문장이 감각적인 표현으로 구성되어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하고, 애매모호한 의견이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반복되는 리듬은 운율을 띈다. 그렇기에 긴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기보다 많은 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느낌이 더 강하다. 만약 내가 사전정보 없이 읽었더라면 책장을 덮고 나서야 이러한 특징들을 납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 이 책은 시인의 소설이다. 시인 김성대가 쓴 첫 장편소설로 그가 시를 통해 보여줬던 세계들의 집합체다. 시인의 소설답게 시만이 가지는 특징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다. 또 한 가지, 여기에는 추가적인 부가 설명을 찾기 힘들다. 그 때문에 읽다가 앞장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던 적도 잦았고, 가끔 미간도 찌푸려졌다.

 

이야기가 발생하는 배경이라든가, 등장인물의 생김새 및 특징이라든가, 또는 소설의 세계관 등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하면서 해석의 몫은 온전히 독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초반에는 유독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더러 있을 수 있다.

 

<키스마요>를 단순히 해변을 지칭해서 사용한 건지, 주인공이 말하는 ‘너’는 어떤 인물인지, SF에 초점을 맞춘 건지 연애에 초점을 맞춘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쏭달쏭한 것 천지인 <키스마요>는 감히 미확인 장르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색을 지녔다.

   

 
“너는 사라졌다. 나를 너의 꿈속에 남겨 두고. 나는 너의 꿈속을 혼자 헤맸다.” - 50p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이 있던 날 ‘나’는 애인인 ‘너’와 산책을 하고 있었고, 도시를 환하게 밝히던 모든 빛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너’도 사라졌다. 아니, 증발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마치 빛처럼.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처럼.

 

예고 없는 이별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잠시, 동시에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던 소행성은 지구 종말을 앞당겼다. 지구 종말로 인해 위에 있던 사람도, 아래에 있던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던 사람도, 모두 혼돈이라는 단어 아래에 동일 선상에 놓였다. 위치도. 행동도. 그 속에서 ‘나’만이 ‘너’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나’에게는 눈앞의 지구 종말보다 갑작스레 사라진 ‘너’의 부재가 심각한 사안이고, 자살로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너’의 건강이 더 걱정이었다. 주인공이 ‘너’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안 야속하게도 세상은 시끄럽게 흘러갔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기다리고, 외계인의 메시지를 받고, 영문 모를 바이러스와 백신의 부작용, 침묵의 저항을 나타내는 알몸시위, 블랙홀의 발견, 사이비 집단의 등장, 집단 자살, 개개인의 자살 ··· 하나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쉽사리 휩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사라진 ‘너’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에는 오로지 ‘너’와 ‘나’만이 존재하고, 사라진 ‘너’를 찾는 ‘나’의 혼잣말로만 이루어져 있다. 앞서 소설이 주는 의문 중 SF소설인지 연애소설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 책은 완전한 연애소설이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패닉이 된 사람들 틈에 홀로 ‘너’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주인공, 그가 내뱉는 모든 혼잣말에는 전부 ‘너’가 저변에 깔려있었다.

 

 

“몸에 힘이 없었다. 네가 사라지고 나는 중력을 잃었다. 네가 사라지고 알게 되었다. 네가 나의 중력이라는 걸.” - 52p

 

 

주인공이 주장하는 ‘나’와 ‘너’의 사랑이 무엇이길래 지구 종말을 한낱 먼지 부스러기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적지 않은 이별과 만남을 겪었지만, 주인공이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관계로 여기는 그의 모습을 보며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 떠올랐다. 두 권의 책은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비슷했다. 세상에 둘밖에 없는, 함께이지 않더라도 함께 하는, 행복하기 위함이 아닌 불행하더라도 둘이 같이 있고 싶은. 다만, <구의 증명>에서는 그게 쌍방이었다면 <키스마요>에서는 일방적이었다.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블랙홀의 크기로 누군가를 헤아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너를 헤아릴 수 없었다. 나의 공허로는.” - 130p

 

“나는 죽을 수 없었다. 네가 오기 전에는” - 138p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이별, 소수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충분한 고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글을 철저히 ‘사랑’에 초점을 두어 써 내려갔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하는 말이지만 아직 그만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 무엇도 나에게 확실한 공감을 끌어낸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렇다 할 환상도 없을뿐더러 <키스마요> 주인공인 ‘나’의 사랑이 그저 생경하기만 할 뿐이다.

 

책 군데군데 보이는 시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단어들은 때로는 강한 몰입을 이끌었고, 때로는 상상력을 동원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이별과 ‘나’의 상실감이 너무도 커서 지구 종말에 따른 여러 사건이 묻히는 것만 같았다. 과연 그들은 끝끝내 만났을까. ‘나’의 방황에 마침표를 찍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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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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