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슈미' - 테이블로 나타낸 관계, 그리고 욕망

글 입력 2021.11.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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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 포스터.jpg

 

 

흥미롭지만 쉽지 않은 연극<슈미>를 만났다. 고전 희곡 <헤다 가블러>를 2021년 한국 현대사회의 <슈미>로 재창작한 이번 연극은 인간의 정신 탐구극이자 사회 고발극이다. 연극은 '슈미'라는 인물을 통해 포스트 모더니티 사회에서 인간이 이상이라 여기는 것의 허위와 그 이상마저도 이용하려는 지금의 시대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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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 다섯 인물의 다섯 욕망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는 슈미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 임용을 앞둔 경만은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왔다.


이들의 친구 애경은 슈미와 경마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영국에서 깜짝 귀국한다. 그리고 유완이 영국에서 책을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곧 나올 후속작은 자신이 집필을 도왔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도규는 슈미와 경만을 호시탐탐 자극하며 슈미를 손에 쥐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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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등장인물 5명은 모두 친구관계로, 겉으로는 일반적인 친구관계같지만 1대1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연극을 보며 느낀 등장인물들의 두드러진 관계를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슈미 - 규만 : 남편 규만을 사랑하지 않지만 슈미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랑하는 척을 한다.

슈미 - 애경 : 애경에게 친구인척 하지만 그녀를 자극하여 자신이 원하는 사실을 얻어낸다.

슈미 - 도규 : 내연관계로 슈미는 도규를 이용하고, 도규는 슈미를 지배하고자 한다.

슈미 - 유완 : 슈미는 유완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완성을 꿈꾸며, 유완은 슈미의 사랑을 갈구한다.

애경 - 유완 : 애경은 돈 때문에 남편과 사랑 없는 결혼을 했지만, 유완을 입주가정교사로 들이고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유완의 원고작성을 돕는다.


이들의 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단연 '슈미'로, 그녀는 자신이 이들을 발 아래두고 모두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관계의 우위에 서 모두를 지배하고자 한다. 연극 중간중간 슈미는 "난 스스로 아름다워"와 같이 자기애가 넘치는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연극을 통해 만난 슈미는 자신의 계획대로 친구들을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충족해 나가는 듯 했다. 규만과의 결혼으로 자신의 풍족한 삶을, 유완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도규를 통해 권총과 같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물품들을 손에 쥐며 "스스로 아름다운 자신"을 완성해나간다.

 

 

 

지배



연극이 필자에게 남긴 단어는 '지배'다.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 또는 허상'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연극 <슈미>는 포스트 모더니티 사회에서 인간이 이상이라 여기는 것의 허위와 그 이상마저도 이용하려는 지금의 시대를 고발한다. 그리고 이는 등장인물, 그 중에서도 '슈미'를 통해 표현된다.

 

항상 자신이 위에 있다는 우월감으로 가득 찬 슈미는 자신이 4명의 친구들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유완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슈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유완에게 권총을 건내고, 계속하여 머리를 쏘아 자살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이라 세뇌했던 슈미의 뜻이 완성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완은 슈미의 바람과는 달리 침입자에 의해 가슴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슈미는 자신의 뜻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그리고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던 관계들이 사실은 아니었음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자신이 유완에게 바란 방법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테이블로 나타낸 관계, 그리고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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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슈미>는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과 비뚤어진 조명, 그리고 화분으로만 채워진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무대에 두 명의 인물이 나와 연기를 할 때면 마치 자신의 힘을 나타내듯 테이블을 번갈아 민다. 테이블은 시소의 형태를 띠었다가 직선을 이루고, 또다시 시소의 형태를 띠었다 직선을 이룬다. 이처럼 배역 간의 힘의 우위, 관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테이블은 후반부에 도달하면 관객과 굉장히 가까이 위치하게 된다. 이는 마치 각자 마음 속에 숨겨져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드러남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처럼 무대는 최소한의 소품으로 단순하게 꾸며졌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뿐더러, 배우들의 연기와 극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슈미3.jpg

 

 

연극은 결코 쉽지 않았다. 5인의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대사 속에 내포된 뜻을 이해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했다. 함께 연극을 관람한 친구와 꽤 오랜 시간 연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비로소 연극의 내용이 정리가 되었다. 글에는 많이 생략되었지만 등장인들간의 관계, 테이블의 의미, 대사의 의미, 결말의 의미 등 서로의 의견과 견해를 나누고서야 지금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인터미션없이 2시간 동안 쭉 이어지기에 부담이 될 수는 있으나, 배우들의 호흡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연극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리뷰에 작성된 의견은 필자와 필자의 친구가 연극을 통해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으로, 직접 연극을 관람한다면 연극 속에 숨겨진 의미를 새롭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의 공통된 의견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연극이었다'라는 것이었다.

 

현재는 공연의 막이 내렸지만, 다시금 연극 <슈미>의 막이 오른다면 한 번쯤 관람해 보기를 권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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