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설극장]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파동은 뮤지컬인가요, 연극인가요?

뮤지컬과 연극의 매력 전격 비교
글 입력 2021.11.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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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 중 어떤 공연을 더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연극을 보고 온 날은 연극이 더 좋고, 뮤지컬을 보고 온 날은 뮤지컬이 더 좋다. 못 고르겠다는 말인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두 공연이 갖는 매력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두 매력 중 어떤 매력에 더 끌리냐는 질문이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연극과 뮤지컬은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양상이 다르다. 마음을 파고드는 방향 역시 다르다. 따라서 난 "지금 내게 필요한 울림이 무엇인지"에 따라 연극과 뮤지컬 중 선택할 때가 많았다. 정확히는, 감동의 파동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늘 내게 선호의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같은 연극, 뮤지컬이라 해도 규모나 형식에 따라 매력이 다르지만, 큰 틀에서 어떤 파동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려 한다.

 

 

 

화려한 발성 vs 담백한 발화



뮤지컬은 화려하고, 연극은 담백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화려함"은, 큰 규모와 앙상블의 퍼포먼스 같은 표면적인 화려함이 아니다. 어떠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연극은 상황을 재연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뮤지컬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비언어적이고 다채로운 장치들이 더욱 풍성하게 들어간다.


뮤지컬에서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대사나 연기 외의 다양한 기법들이 많이 들어간다. 넘버와 퍼포먼스만 해도 그렇다. 감정 또는 상황을 전달하는 방식이 연극보다 화려하다. 음악이 들어갔기 때문에 무대장치의 적극적 활용이 훨씬 자연스러우며, 발화 이상의 "뮤지컬적 허용"의 범위가 넓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어떠한 판단이나 인식보다 직관적으로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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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극에서도 조명, 음향 등의 효과들이 쓰이지만, 뮤지컬과 그 목적이 조금 다르다. 관객은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주체적으로 감정을 갖는다. 인물과 관객이 완전한 호흡을 이뤄냈을 때 감정 전달 역시 극적으로 가능하기에, 연극은 모든 효과를 동원하여 관객의 이입과 공감을 끌어낸다. 연극의 가장 주요 수단은 발화, 즉 대사(언어)이다. 따라서 뮤지컬보다 전체적으로 담백하다고 느끼게 한다.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보단, 방식에 따라 감정의 발생 지점이 달라진다고 느꼈다. 연극의 감정 발생 지점은 관객의 내면에 있는 반면, 뮤지컬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고 느꼈다. 공연마다 다르긴 하지만, 지금껏 느낀 바에 따르면, 연극은 차를 음미하는 느낌이었고, 뮤지컬은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깔끔한 서사 vs 섬세한 묘사



대부분의 뮤지컬은 정해진 형식에 맞춰 깔끔한 플롯으로 진행된다. 넘버의 통일성과 조화를 위함이며, 긴 넘버와 퍼포먼스가 들어가면서 러닝타임에 맞춰 줄거리는 단순명료해지게 된 것이다. 한 문장으로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뮤지컬도 많고, 이미 있는 고전이나 전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음악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관객이 서사에서 길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뮤지컬의 기승전결에는 또렷한 감정선이 존재한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직접적이다. 그 감정은 이미 알고 있거나 진부한 감정이더라도,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만나 더욱 극적으로 묘사된다. 관객이 뮤지컬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특별하고 신선한 줄거리보단, 깔끔한 감정을 얼마나 강렬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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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극은 뮤지컬보단 플롯에 제약이 없다.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선에서, 다시 말해 전달력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든 담아낼 수 있다. 표현 면에서는 뮤지컬보단 담백할지라도, 그 안의 내용물은 더없이 많은 것들을 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섬세하다. 물론 섬세한 묘사의 전제는 전달의 효과성이다. 관객이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면 실패한 공연이나 다름없다.


뮤지컬이 "슬픔"을 관객에게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한다고 하면, 연극은 "애처로움", "공허함", "서러움" 등의 감정을 간접적이지만 다채롭게 묘사하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나는 슬픔을 쏟고 싶을 땐 뮤지컬을,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느끼고 싶을 땐 연극을 본다. 형식상의 이런 차이는 뮤지컬과 연극 각각의 가장 큰 장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르르 vs 후두두



앞서 말한 감동의 파동이 다르다 보니, 울림의 지점에 차이가 생겨 여운의 형태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공연을 보며 정말 많이 우는데, 뮤지컬과 연극 공연에서의 울음이 늘 달랐다. 사실 나는 뮤지컬을 보며 행복하고 즐거운 장면에서도 많이 운다. 현장에서의 감동과 벅찬 마음이 눈물로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넘버의 구성, 강렬한 퍼포먼스, 소름 돋는 연출까지 온몸의 감각들을 건드리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직접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인 표현들은 관객의 감정 역시 격정적으로 뒤흔든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감각을 타고 공연이 흐르는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새 그 감동이 눈물이 되어 또르르 흐르는 경험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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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뮤지컬처럼 공격적으로 감정을 뒤흔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조차 몰랐던 내 안의 깊고 섬세한 어느 감각 포인트가 건드려지고,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인물에게 공감하는 과정에서 묵혀뒀던 마음이 불쑥 살아나는 때가 있는데, 이 느낌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인물의 발화에 해방감과 갈증을 동시에 느끼고, 그 낯선 감각은 여운이 되어 공연 후에도 오래 떠나지 않는다.


연극을 보는 동안에는 덤덤히 보다가, 연극이 끝난 후에 귀갓길이나 집에 도착해서 갑자기 후두두 눈물이 쏟아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눈 앞에 펼쳐진 이야기에 차마 울음을 터트리지 못하고 함께 앓다가, 막이 내린 순간 여전히 남아있는 여운에 마음이 왈칵 터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길가에 서서 엉엉 울다 보면 그 어떤 때보다 강한 개운함을 느끼곤 한다.


뮤지컬을 본 후의 여운은 멜로디가 되어 남는 경험을 많이 했는데, 연극의 경우, 마치 내가 직접 그 상황에 있던 것 같은 간접경험의 형태로 남을 때가 많았다. 어쩌면 조금 더 깊고 무거웠던 경험이다. 아무래도 연극은 플롯에 제한이 적기 때문에 조금 더 내면 깊숙한 소재를 많이 다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

 

어떤 날은 강렬한 심장 박동이 느끼고 싶어 뮤지컬을 찾는다. 시놉시스를 통해 공연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원하는 감동의 영역을 정확히 뒤흔들 수 있는 공연을 찾아서 본다. 또 어떤 날은, 감정을 곱씹으며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 연극을 찾는다. 이때는 후기를 읽는 게 연극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 실제로 연극 후기에는 "공연을 보고 난 후" 어떤 상태였는지에 대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뮤지컬이나 연극이나 강한 감동과 여운으로 감정적 해소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어떤 지점을 명중하고 싶은지, 어떤 감각을 깨우고 싶은지, 어떤 파동의 감동이 필요한지에 따라 뮤지컬과 연극을 결정하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자극이 외부의 자극인지, 혹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의 울림인지 생각해보고 뮤지컬과 연극을 선택해보길 바란다.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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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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