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지막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 [음식]

글 입력 2021.11.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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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부터 어떤 궤도가 그려질지 알고 있었으면서, 150년 동안 막지 않은 것의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38억 년 진화의 결과물들이 20세기와 21세기에 지워졌습니다. 인류는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정세랑 단편소설 <7교시> 중

 

 

도심은 언제나 복잡하고 낮이나 밤이나 밝다. 전염병의 기습 이후 즐거운 일상은 주춤하는 듯했지만, 빌딩 숲을 이루는 건물 야경의 불빛은 지난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야경을 만드는 조명들에 얼마나 많은 전기가 사용되고 있을까.


올해 여름에 정세랑 작가의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었다. 현실적이지만 늘 놀랍도록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는 그는 <7교시>라는 유독 짧은(5쪽) 단편을 통해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처음 책을 빌려 읽고 반납 기일이 되어 도서관에 반납했다. 인상 깊었던 기억으로만 남긴 채 지내다가 최근 16명의 작가가 참여한 책 <무민은 채식주의자>를 읽던 중 다시 발견했다.


<7교시>는 정세랑 작가가 여러 작품을 통해 꾸준히 보여주었던 그의 환경 문제를 보는 섬세한 시각이 이 작품에 집결되어 단단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하기에 적은 5쪽이지만 현대인의 식습관, 문제 해결의 책임을 다음 세대로 전가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꼬집고 위기를 느낀 인류의 대처를 상상력으로 담았다. 그는 소설을 통해 환경운동가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다시금 전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전무후무한 식량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이제껏 지금처럼 규모 면에서나 다양성 면에서 많은 먹거리가 존재하던 적이 없다. 하루에 만족스러운 세 끼니를 먹으면서 우리는 매번 우리의 선택에 따른 즉각적인 환경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현재 누리고 있는 것에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기보다는 늘 반복된 식사의 익숙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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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만찬은 영원하지 않다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가 향유하는 식량은 정점에 달한 이래로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려면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먹는 건 일생을 사는 데 당연하게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인데 이것이 위협받고 있다. 원인은 물론 인류의 꾸준한 잘못 때문이다. 영원한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위기가 놓인 지도 모른 채 혹은 알고도 침묵으로 눈을 가린 채 안일히 전과 같은 소비를 하고 있다.


식량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온도, 식물이 자라기 충분하지 않은 습도, 대기오염, 질병 취약성 증가 등이 있다. 사람들의 불필요한 소비, 과도한 전기 사용, 가까운 거리도 차를 운전하는 행태는 이산화탄소 수치를 증가시킨다. 이산화탄소보다 최소 20배 이상 더 많은 열을 가둘 수 있는 메테인은 가축을 기르고, 먹다 남은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생긴다.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지금 책상에 사과, 물고기, 꿀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것들은 냉장고에서 당장 꺼내 먹을 수 있거나, 근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먹거리이다. 전문 과학저술가이자 현재 조지메이슨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시어도어 C. 듀머스는, 50년 안에 혹은 그 이전에 우리와 친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과거에 쓰던 다이얼식 전화기처럼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한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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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매일 우리의 식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 식물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열매를 맺기 위해 일정 시간 낮은 온도가 필요한 식물(사과, 체리, 복숭아, 배, 포도)이 있고, 비교적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식물(아보카도, 병아리콩, 카카오)도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어느 정도는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된다('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라고 배웠던 생물 시간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그 밖의 오염된 대기는 식물이 녹병에 걸리게 하거나 산화시킨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벌레가 살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 충해를 입는 식물들은 사전 경험이 없어서 면역력과 방어력이 약한 상태이다. 바이러스와 벌레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는 생태계에 필요한 수분을 돕는 벌과 곤충들에게 피해를 준다. 기후 변화는 식물에 해로운 곰팡이가 서식지를 넓혀가기 좋은 날씨 패턴을 만들어 낸다. 곰팡이들은 자라고 번식하는 데 습기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땅으로 포자를 퍼뜨릴 때 가뭄과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식량이 겪고 있는 위기


 

다음은 사과, 물고기, 꿀이 각각 어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아 위기에 놓였는지를 정리한 내용이다.


사과는 온도와 벌레의 공격에 영향을 받는다. 사과나무가 휴면기를 끝내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겨울 추위가 필요하다. ABA(아브시스산)라는 발아를 억제하는 호르몬의 대사 작용으로 사과가 열리는데, 필요한 추위를 겪지 못하면 따뜻한 날씨에 유지되던 ABA 수치가 충분히 떨어지지 못해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게 된다. 벌레에 유리해진 기후 변화로 인해 노균병, 진딧물, 잎과 열매를 공격하는 붉은곰팡이병은 사과를 죽게 만든다.

 

물고기는 인간과 기후의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있다. 기후 또한 인간의 소비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정리하면 인간의 행동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인간의 허술한 어업 관리에 피해를 보았다. 어업 제한구역을 지키지 않는 해적 어업과 정해진 범위 이상의 남획으로 인해 물고기 세대 번식력과 개체군 크기가 감소 중이다. 가리비와 연어는 수온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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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Act는 2048년에 물고기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입는 환경적 피해는 곧 벌의 멸종과 연결된다. 벌은 전 세계 식물의 80%를 수분시킨다.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되는 주요한 꽃가루 매개자인 벌은 최근 10년 동안 빠르게 죽어갔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벌 서식지 남쪽 경계는 해마다 줄어들어 1970년대 이후 약 320km 이동했다. 온난화로 인해 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수분을 돕는 벌과 상호작용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도 있지만, 수분이 빨리 이루어진 식물은 서리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식물과 벌에게 문제가 된다. 이는 결국 꿀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마지막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



환경운동가들은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우리가 사는 땅, 지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모두가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내용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도 늘 비슷하다.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며 개인의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자. 에너지 효율 높은 전구로 교체하자. 난방하기 전에 옷을 껴입자. 핸드폰 사용을 줄여서 전기를 절약하자. 불필요한 소비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


이 글 또한 익숙하게 들어오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만약 이제 지겹다고 생각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하나라도 실천해 본 적이 있는지, 한순간이라도 전기를 사용하는 일에 예민해진 적이 있는지를 말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선생님들께 환경 교육을 이따금 받은 내가 이제서야 일상적인 행동 일부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반복적인 메시지 전달'이 소수였던 환경운동가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규모를 키울 수 있게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계속해서 인식하고 바로 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시작에 소개한 정세랑 작가의 소설 또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맛있고 영양분이 풍부한 먹거리들은 지금도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의 실천적 행동 없이는 위기를 만든 원인이 줄어드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기후가 지속해서 악화되는 일의 해결책에는 앞서 말했듯 누구나 실천 가능한 영역이 있다. 중요한 건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미 진행 중인 온난화를 완전히 멈추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도, 늦출 수 있는 능력은 지니고 있다. 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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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해 보험을 들고 연금에 돈을 넣으며 노후를 준비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식탁이 사과가 없고 물고기가 없고 꿀이 없이 허전한 모습이진 않을 것이다. 인류 모두가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 결국 각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대로 환경 보호를 실천하면, 미래에 만날 다음 세대도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에 '노임팩트맨(뉴욕 한복판에서 1년간 지구에 무해한 삶을 산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콜린 베번의 가족)'이 되는 건 어렵더라도 '레스(less)임팩트맨'이 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의 풍요로운 식사가 지구에서의 마지막 주문이 되지 않기 위해 이제는 움직일 시간이다.



+ 참고 자료 +

시어도어 C. 듀머스,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 롤러코스터, 2021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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