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는 누구인가? - 레드북 [공연]

당신은 누구인가요?
글 입력 2021.11.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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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의 가장 큰 업적이 결혼이었던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괴짜로 불리는 안나는 약혼자에게 첫사랑과의 경험을 고백해 파혼당하고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쫓겨난다. 첫사랑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던 어느 날 신사 브라운을 만나게 되는데, 브라운의 말에 용기를 얻어 로렐라이 문학회에서 글을 쓰게 된다.

 

안나의 글은 큰 호응을 얻는 동시에 비난을 받고 결국 출판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받게 된다.

 

 

 

난 뭐지?



안나가 맨 처음으로 부르는 노래이며, 이 극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안나는 보수적인 시대에 맞지 않게 본인 할 말 다 하고 사는 여인이다. 그런 안나를 사람들은 괴짜라고 부른다. 안나는 ‘난 뭐지?’라고 질문하며 ‘나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면서 나에게 ‘난 뭐지?’라고 질문할 일은 많이 없다. 누군가에게 그런 비슷한 질문을 받아도 간단한 대답을 하게 되는 일이 잦다. ‘나는 누구의 딸이며, 몇 살이고, 취준생이다.’ 등의 대답 말이다.

 

하지만 레드북에서 바라는 대답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야한 여자



안나가 처음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규정지었던 말이다. 나는 이 넘버에서 레드북이 아주 훌륭한 여성 서사이며 페미니즘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었던 때, 안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엮어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 속에서 자신을 야한 여자이며 나쁜 여자라고 규정 내리고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결국, 소설 내용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되는데, 브라운은 안나에게 정신 이상을 주장하자며 설득한다.

 

하지만 안나는 결국 그러지 않기로 하게 된다. 그때 부르는 넘버가 바로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다. 안나는 초반의 '난 뭐지?'라는 물음에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며 '야한 여자'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작 우리를 잘 말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를 숨기는 데에 정말 능숙하다고 생각한다. SNS에는 우리를 포장하는 글이 넘쳐난다. 우울하고 힘들어 속이 곪아가는 사람도 SNS에서는 세상의 행복을 모두 끌어안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냐고 물으면 누가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아니라고 할 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는 물론이고 꽤 최근까지도 여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모습은 손가락질받았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드센 여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본 표현일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드세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말이 얼마나 여성을 옥죄고 있던 표현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말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주저 없이 표현해내는 안나 같은 여자들에게 드세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나는 자신이 그런 '드센' 여성임을 인정하면서 당당하게 세상에 맞선다. 그리고 결국 자신과 주변인의 도움으로 그 세상과 싸움에서 이겨낸다.

 

 

[정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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