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겨울(winter): 일 년의 사계절 중 네 번째 계절

글 입력 2021.11.10 2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늘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물론 나에게는 워낙 이른 아침이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들은 것만으로 괜히 종일 설레었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서 태어나 그런지 나는 아직도 눈이 너무 신기하다.


나는 다른 계절이 지나가는 내내 겨울만 기다리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맘때의 차가운 공기와 살을 맞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가 아니라 적당히 손끝이 아린 선선함.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날씨에는 꼭 캄캄해진 저녁에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이 그렇게 좋다.


언제부터 겨울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겨울을 진심으로 좋아했다기보다는 그저 더운 여름이 싫어서 겨울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의 찬 공기, 군데군데 걸린 알전구, 따뜻한 코트와 목도리 등 겨울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진심이 되었다.


거기에 뜨끈한 전기장판과 희뿌연 김을 내뿜으며 나를 부르는 붕어빵, 호떡, 호빵과 만두까지. 하마터면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을 뻔했는데 겨울에는 벽난로만큼이나 따뜻한 캐롤도, 나와 함께 한 해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마음도 있다.


물론 연말 / 연초에 걸쳐있는 계절이기에 ‘나 올해는 잘 산 걸까’, ‘신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소문이 날까’와 같은 여러 생각들 덕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특히 세상에 던져질 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겨울을 마냥 기쁘게만 보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겨울은 그저 이름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한다. 또 글을 쓰다 보니 새삼 마음만 가지고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세상에 오롯이 마음만으로 좋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이 없으면 무언가를 좋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마음만으로 좋아할 수 있는 게 겨울과 사랑하는 사람들 말고 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지금은 도무지 생각나는 게 없다. 왠지 모르게 겨울 예찬으로 시작해 ‘좋다’라는 감정을 진중히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다.

 

 

[유소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