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성이라는 기악곡. [음악]

프레디 콜과 세스 맥팔레인.
글 입력 2021.11.0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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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프레디.jpg

Freddy Cole - [My Mood is You]

(High Note, 2019)

 

 

프레디 콜은 자신의 목소리를 과장하지 않고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그의 목소리는 청자에게 더 넓은 품처럼 다가온다. 앨범뿐만 아니라 개별의 곡은 그마다 온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스토리 텔러로서 그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은 앨범 전반에 드러난다.

 

발라드 ‘My Mood Is You’에서 노엘 프람의 솔로와 함께 섞이는 콜의 이야기는 ‘Temptation’에서 사랑에 매혹당한 누군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비교적 빠른 템포이고, 리듬의 변화가 눈에 띄는 곡에서도 그의 음색은 흔들림이 없다.

 

빌리 스트레이혼의 ‘Love Like This Can’t Last‘에서 콜은 기타리스트 랜디 나폴레옹과 노엘 프람에게 자리를 내주며 곡의 도입부와 종결부에서 노랫말을 풀어내는데, 굳이 자신의 역량으로 모든 부분을 채우려 애쓰지 않는다.

 

그런 콜의 담담함은 ‘The Lonely One’에서 유독 돋보인다. 과거 그의 형 냇 ‘킹’ 콜이 같은 곡에서 들려준 젊은 음색과 노년의 자신이 함께 서려있는 듯하다. 랜디 뉴먼의 곡 ‘Marie’에서는 프레디 콜의 목소리와 소프라노 색소폰이 나란히 진행되다가 마침내 프레디 콜을 화자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위치시킨다.

 

이 역전 아닌 역전이 이번 앨범이 가진 진심으로 다가온다.

 

 

[trans]seth.jpg

Seth MacFarlane - [Once In A While]

(Verve, 2019)

 

 

여러 분야에 다능한 엔터테이너의 음반 취입은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이런 만능 엔터테이너들의 앨범 발매는 종종 음악이 가진 의미보다 그들의 연예 활동 반경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는 행위 자체로의 의미가 앞서기도 하는데, 이번 세스 맥팔레인의 앨범은 그런 시선을 충분히 전복시킬만한 음악들로 가득 차있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그의 음색이다.

 

빙 크로스비와 프랭크 시나트라로 대변할 수 있는 감미로운 크루너의 톤을 정통하면서도 세련되게 풀어냈다.

 

스트링의 선율과 트럼펫의 애수 어린 블로잉으로 시작하는 ‘Half as Lovely’에서 그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그것보다 느린 템포로 가사를 곱씹어나간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곡은 앤드류 커티의 편곡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밀도 높은 진행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다른 곡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맥팔레인은 다른 보컬리스트들의 해석과 호흡을 면밀히 살펴보고 결국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They Say It’s Wonderful’를 듣고는 조니 하트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답습의 의미가 아닌 그의 목소리에서 과거 보컬리스트들의 음악적 유산을 발견함과 동시에 충실하고 든든한 계승자가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로 다가온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렇게 또 한 번 무르익는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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