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농담에 능한 사람이 가진 진지함. [음악]

피아니스트 매튜 휘태커의 2021년 앨범 [Connections].
글 입력 2021.11.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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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즈 사운드의 큰 요람 중 하나인 RVG 스튜디오는 뉴저지 주의 해컨색에 위치하고 있다.

 

재즈 팬들에게 해컨색이라는 낯선 동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20세기의 유산이 RVG 스튜디오라면, 21세기 재즈 팬들에게는 여기에 어떤 이름 하나가 덧붙여질지도 모르겠다. 바로 2001년에 태어나 어느덧 세 번째 앨범 [Connections]로 찾아온 피아니스트 매튜 휘태커다.

 

약관의 나이지만 휘태커는 이미 한국 팬들을 만나고 간 전력이 있다. 바로 2019년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구리아트홀에서 열린 매튜 휘태커 퀄텟 공연을 통해서이다.

 

당시에는 2017년에 낸 리더 데뷔 앨범 [Outta The Box] 한 장이 전부였지만, 이미 그의 실력은 스티비 원더,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등 전설급과 베테랑 연주자를 통해 입증됐으니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뉴욕의 블루노트나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등 큰 무대 경험도 많아 재즈 연주자가 경험해볼 수 있는 웬만한 큰 무대는 20살 전에 올라가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게 무조건적으로 연주자의 음악성을 대변하는 것을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그의 음악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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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데뷔작 [Outta the Box]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적지 않은 편성을 열어젖히는 첫 곡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Matt’s Blues’이다.

 

블루지하고 통통 튀는 리듬의 연주는 가볍게 느껴질 만큼 부담 없으면서 동시에 정확하다. 관악 세션의 에너지에 말려들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연주하는 유연함도 지녔다. 그야말로 맛깔나는 연주인데, 여기서 더 원숙해진 앞으로의 연주는 어떨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아무 배경 정보 없이 들으면 베테랑의 면모도 언뜻 엿보이니 그의 음악에 귀를 열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 앨범은 컨템퍼러리한 뉘앙스가 부각됐는데, 일반적인 피아노와 키보드뿐만 아니라 오르간 연주가 이를 대변한다. ‘Blue Rondo a la Turk’등의 곡에서 수시로 들려주는 레이드 백은 그의 그루브가 비단 재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걸쳐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라틴 음악의 요소도 들려주는데, 두말하면 입 아픈 칙 코리아의 ‘Spain’을 리듬을 자유롭게 변용하며 과거 스티비 원더가 공연에서 보여준 레퍼토리를 연상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Lately’ 역시 스티비 원더가 휘태커에게 중요한 의미인지 상기시켜준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은 베이스 연주자 데릭 호지가 맡았는데 그는 매튜 휘태커가 별다른 제약 없이 자신의 연주를 100%로 들려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면서 앨범은 휘태커 개인의 서사와 사회적 맥락을 넘나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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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 대한 연결이자 개인과 사회의 접촉을 의미하는 표제작 ‘Connections’는 그래서인지 사뭇 진지하다.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발휘하는 진지함은 그에게 또 다른 무게감과 아우라를 선사한다.

 

매튜 휘태커는 이미 그걸 알고 있는 연주자라는 느낌을 준다. 그건 그의 재기 넘치는 레이드 백을 들으며 고개를 까딱거리다가 어느 순간 그냥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 그와 함께한 조나단 블레이크, 오티스 브라운, 존 바티스트라는 이름이 이 젊은 연주자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반영한다. 이만하면 됐다. 이들이 ‘연결’되어있다는 믿음을 주기에는.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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