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 가족의 의미를 찾아서 - 가족같이

글 입력 2021.11.0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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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설명하는 서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서적으로는 나를 늘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지원군이었다가 현실적으로는 운명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였다가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이중에서도 하나를 꼽아 딱 떨어지게 말하기란 참 어렵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너무나  맞닿아있어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먼, 아주 복잡한 의미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졌는데 그 의미는 과거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도 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핵가족이 가족의 기본단위가 되었지만 모두 알다시피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개인의 삶의 방식과 사생활의 영역이 분명해지고 있다. 같이 사는 가구의 수는 증가보다 감소의 추세에 있는 것이다.

 

더이상 같은 곳에 거주하지 않는 가족이 많아지는 지금,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있는 걸까.

 

연극 <가족같이>는 한국의 가족상을 그리는 작품이다. '나'는 한국의 적당히 평범하고, 적당히 사연 많은 집안에 태어났다. 태어나 처음 만난 가족이라는 사회는 별과 별 사이만큼 거리가 멀다. '나'는 가장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이해해봄으로 괴로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연극 <가족같이>를 통해 자신의 가족이 거울처럼 비춰 보이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돌아보며, 코로나로 인해 닫혀있던 마음을 두드리는 가슴 따뜻한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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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첫 부분은 작은 '어떤 것'이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동화에 나올법한 이야기로 그려졌다. 그것은 자신이 무엇이 될지 별과 새와 물고기를 보며 고민했던, 출생 이전부터 자아를 갖고 있었던 존재로 비친다.

 

마침내 한 가족의 막내이자 둘째 아들로 태어나지만, 그가 이전에 기대하고 생각하던 것에 비해 그의 존재감은 미미해보였다. 늘 집에서 마주쳐야 했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제에 찌들어있을 뿐 아니라 노름에 빠져 무능력하기까지 했다.

 

아마 주인공은 70-80년대쯤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세대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표상을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좀더 부정적으로 그려낸듯했다.

 

그러나 과장은 아니었던 것이, 그때는 그의 아내나 자식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면서도 아버지라는 권위로 잘못을 무마하고 사회적으로도 아버지의 가정 내에서의 폭력적 행위는 실제로 많이 묵인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더 나아졌다고는 하나, 사적인 부분이라 여겨지는 가정에서의 폭력이나 학대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잘 모르고 잘 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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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족같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계속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이라 부를 만큼 끈끈하게 엮일 정이 있고, 역경을 함께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린 사이라면 그래, 충분히 가족일 수 있다. 혈연으로도 묶여있지만 그만큼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극중에서의 가족은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따뚯한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아버지를 따돌린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이 자신을 아버지로 받아들여주길 원한다면 먼저 그에 맞는 존중과 사랑, 배려를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노름을 하고 경제적으로는 무책임한 사람을 가족으로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상대에게 너무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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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만을 바라지 않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을 의무로만 느끼지 않을 때에야 서로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다. 마음으로 닿아야 하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걱정하고 살펴야 가족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깨닫는다. 그리고 모두의 노력으로 이 작은 사회가 유지됨을 알아야 '가족같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두고 유일한 경제 수입원이 사라졌다며 가족들이 그를 외면한다.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더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었으니 주인공은 이제 그들의 가족이 아닌 걸까?

 

나는 경제적인 역할을 넘어서는 정서적 유대가 그들에게 부족했기에 아들이자 오빠였던 주인공이 단숨에 존재감을 잃고 자신의 존재를 고찰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일방적인 기대나 헌신은 관계를 견고히 하기 어렵다. 가족도 그렇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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