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일상과 제사상을 함께하는 유일한 공동체, 가족 - 연극 '가족같이'

한 번 살다가는 인생, 가족같이!
글 입력 2021.11.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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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연극 <가족같이>의 제목부터 특별히 깊은 호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필자가 아동가족학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학과 술자리에서 외치는 구호가 "아동 가~족같이!"이기에 이 공연의 제목인 <가족같이>를 접하며 괜시리 반가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간에 어처구니 없는 술자리 구호와는 별개로 필자 자체가 '가족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연극을 통해 보여줄 '가족'의 의미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연극 <가족같이> 리뷰 : 생일상과 제사상을 함께하는 유일한 공동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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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연극 <가족같이>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서 혹은 친구의 초대를 통해서 올해 많은 연극과 뮤지컬을 관람했지만, 이 공연처럼 마음의 온도를 한 순간에 높여준 극은 없었다. 줄거리는 아래 '작품 소개'로 대신하며, 필자의 느낌과 감상을 위주로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

 

마침 한국의 적당히 평범하고 적당히 사연 많은 집안에 태어난 주인공이 태어나 처음 만난 가족이라는 사회를 겪으며, 가장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이해해봄으로써 괴로움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그저 남의 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대략 비슷하기에 운이 좋으면 이 작품에서 자신의 가족이 거울처럼 비춰 보이는 순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두 명이서 꽉 채우는 무대 :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장악력

 

콘서트를 못 간 지 어연 2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다. 협소한 공간인 대학로 '여행자극장'에서 짜릿한 콘서트 분위기를 경험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로지 두 남녀가 진행하는 2인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과장하자면 대학 축제 혹은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장악력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러닝타임 70분 내내 두 배우가 각자 여러 명의 역할을 연기했다. 마치 두 명의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한 씬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간의 구도와 갈등을 오직 두 명이 빠짐없이 표현했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역할'의 전환을 통해 두 배우는 극강의 연기력과 몰입력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연기를 보는 필자마저도 저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하늘에 떠있는 '별님'의 의인화를 연기하거나,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표현하거나, 껄렁대는 불량 '중학생'을 한 사람이 모두 연기했다고 생각해보라. 인물 특성 또한 너무나도 뚜렷히 구분된다면? 몰입력과 무대 장악력 측면에서는 최고의 배우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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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참여' 형식의 무대

 

연극 <가족같이>는 여타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배우과 관객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마치 관객이 없으면 극이 진행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관객을 그저 극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함께 극을 진행하는 '주체자'로 만들어주었다. 예컨대 흥겨운 분위기가 시작될 때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박수를 쳐야만 극이 진행된다거나, 배우들이 보여주는 행동에 대답을 해주어야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즉 관객 모두가 연극의 '출연자'였다.

 

일방향적으로 극의 스토리를 단순히 전달하는 형식과는 다르게, 관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된 연극 <가족같이>는 관객을 살아있는 구성원으로 만들었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객들이 침묵만을 유지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박수를 치는 것밖에 없었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본 작품은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느꼈다. 관객들의 입을 열게 하고, 몸을 들썩이게 하고, 웃음을 짓게 하고, 더욱더 몰입하게 하는 '참여' 형식의 무대는 정말 감동적일만큼 매력적이었다.

 


3)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메세지

 

모든 관계,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깝고도 끈질긴 관계인 '가족'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문제가 된다.

 

본 극은 주인공이 '아버지'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이해해봄으로써 치유 과정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따라서 이 극에서 보여주는 스토리는 '아버지'를 둘러싼 인물들의 사건과 갈등을 주로 다룬다. 갈등을 해결하는 중심 메세지는 바로 '가족 구성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고,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관계의 본질을 관통하는 교훈이었다.

 

평생 술과 담배를 달고 살며, 툭 하면 밖에 나가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는 어찌됐든 '평생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인공은 그런 아버지에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당신의 삶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함으로써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을 사람이니, 아버지를 그 자체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과연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이 절로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4) 아동가족학 전공자로서 바라본 연극 <가족같이>

 

본 작품에서 다룬 가족의 형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다루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자녀가 살고 있는 '핵가족'을 다뤘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띠며, 가족의 범위 또한 그 어느때보다 넓어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아쉽게도 연극에서 보여준 가족의 모습은 가족 형태에 대한 다양성을 반영하진 않았다. 그러나 극의 전체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전형적인 '핵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전개였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족의 모습이 우리네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필자는 이 극에서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에 주목했다. 앞서 3)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구성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일컬었는데,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정정하고 싶다. 왜냐하면 가족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바라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함께 소통하는' 적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물론 본 극에서는 '이해'와 '공감'부터 가족 치유가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듯보였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진취적인 치유 방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가족같이>는 전공생마저도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위력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연극이 끝나자마자 올해 92세이신 외할머니 댁으로 곧장 달려가 함께 식사를 했다. 손녀들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셨던 당신은, 깜짝 방문한 필자를 보고는 봄날의 소녀처럼 기뻐하셨다. 그저 딱 1시간만 함께했을 뿐인데도 외할머니는 "사랑한다"는 말을 퍼부으셨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더 위력이 센 것처럼, 그런 실천의 위력을 느낀 밤이었다.

 

가족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실천, 학습도 중요하지만, 연극 <가족같이>처럼 대중문화 또는 예술의 영역에서 던져주는 메세지 또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도 휴학 전 2년간 가족학과 관련된 과목을 계속해서 공부해왔지만, 본 작품을 볼 때만큼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더 깊이 느낀 적은 없었으니까.

 

이 작품에서 일컬었던 가족의 의미는 '생일상과 제사상을 함께하는 유일한 공동체'였다. 다시 말해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생일상에 초를 불어주고 나의 제사상에 초를 꽂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우나 고우나 가족은 가족이고, 그런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지금 이 순간, 온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행동과 땀으로 보여준 연극 <가족같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을 이해하고,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지예 컬쳐리스트.jpeg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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