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사랑: 가족같이 [공연]

연극 <가족같이>를 관람하고 나서
글 입력 2021.10.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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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족같이>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되묻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으로 보이는 작은 생명체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눈을 뜬다. 그저 주변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근원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곁을 내주던 그 누구도 주인공에게 자신들과 같은 동류라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고,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상태로 별을 만나 심정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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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들려준 조언은 다음과 같다. “너는 네가 꿈꾸는 모든 게 될 수 있어. 물고기이든, 새든, 별이든 너의 마음에 달려 있는걸.” 주인공의 마음 풍경에서 안개가 걷힘을 시사하듯 대사와 함께 무대의 배경은 별천지로 뒤덮인다. 조명이 잠시 꺼지고 별이 빼곡히 나타나자 나는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뻔한 말을 통해 어린 시절 꿈 많은 아이였던 나를 갑작스레 조우한 기분이었달까.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울컥하게 되었다. 리뷰를 작성하는 지금도 눈앞에 펼쳐졌던 아름다운 별자리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만큼.

 

이후 남자 주인공의 독백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한국의 적당히 평범한 집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로, 세상에 나옴과 동시에 어찌 보면 흔한 가정사를 떠안는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어린아이가 성장기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상처들과 아버지를 향한 애증의 감정. 주인공의 아버지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며 돈이 생기면 술과 도박 비용으로 탕진하기 바쁘다. 아버지의 경제적인 방치 속에서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고통받다가 결국 일시적이지만 가족이 해체되고 만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 가족이란 어찌 보면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된 인연과 같다. 그렇다 보니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리는 감내해야만 한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다 한들 혈연으로 묶인 이상 보통 결심으로는 인연을 끊기 힘들다. 아버지와 감정적으로 충돌한 날마다 새벽에 뒤숭숭한 마음을 애써 누르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청소년기의 내가 겹쳐졌다.


나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에 온 마음 다해 동의하는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내 청소년기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와 나의 가족이 포개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나날이 많았다. 집에 들어가면 공허하기 때문에 그러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 더 밖으로 돌고는 했다. 지금은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연연하다가 움켜쥔 행복마저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당시에는 그러지를 못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즉 가정 내에서 곪아 있던 상처가 점점 가시화될수록 사실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주인공의 사연이 내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한 가정에서 내가 전혀 궁금해하지 않던 누군가의 슬픔을 뜻하지 않게 엿보게 되어 당황스럽고 속상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나는 불행의 크기에 상관없이 그것들을 견디는 역치가 굉장히 낮은 사람임을.

 

타인의 불행을 간접경험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흔들릴 수 있다니. 이 정도 사연은 누구나 갖기 마련임에도 주인공이 힘들어할 때 내 마음이 같이 무너져 내렸으며 진정하기 어려웠다. 앞에서 감동받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면 지금은 심란해서 울 것 같았다. 도중에 나가면 열연하시는 배우분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애써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다행히 결말부에서는 가족이 다시 모여 살게 되고 서로 간에 나름의 화해가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나는 언제쯤 주인공처럼 내 안에 쌓인 상처들로부터 의연해질 수 있을까. 내면에 새겨진 멍이 이토록 긴 시간 나를 붙잡고 무력하게 만듦에 서서히 메말라간다. 잘 짜여진 연극을 감상하고 나서 이런 여운을 얻다니 내 마음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없이 연약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단단해지는 과정이겠지. 이번 연극을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는 가족애에 대하여 곱씹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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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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