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착은 욕망을 먹고 자란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글 입력 2021.10.30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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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전반적인 내용 및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_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최종포스터.jpg

 

 

블랑쉬는 앨런과의 순수했던 첫사랑, 그 순간을 잊지 못하여 살아간다.

 

블랑쉬는 낯선 남자의 친절이라 할지라도, 그 친절의 순간을 유지하고자 낯선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이에 사람들은 육체적 욕망에 빠진 여자라고 하며 블랑쉬에게 손가락질했고, 블랑쉬는 결국 그곳을 떠난다.

 

#Synopsis

 

*

 

극 중 ‘블랑쉬’는 미국 남부의 명문가 출신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을 받고, 집안은 몰락하여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물로, 여동생 ‘스텔라’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극이 시작된다. 그녀는 동생과의 대면 후 이어진 대화에서부터,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맥락의 대화와 감정들을 보여준다.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 속에서 한 가지 명확한 것은 그녀가 가진 ‘욕망’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그녀. 욕망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녀는 어린 시절 첫사랑 ‘앨런’과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앨런’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고, 그 충격과 그때의 순수했던 감정을 잊지 못하고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렇게 그녀는 사랑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거짓으로 욕망을 채우고자 누군가의 친절에 쉽게 기대어 순간을 유지하려 했다. 그녀에게 향하는 작은 친절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쉽게 내주게 했지만 기대와 다른 상대방의 모습은 그녀를 외롭게 했으며, 또 다른 친절에 기대어 계속 삶을 이어가며 점차 파멸로 향해간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1.jpg

 

 

아마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랑’이라는 욕망이 점차 강해져 그 감정에 집착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외로움을 넘어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에 집착하게 된 그녀는 그녀만의 거짓으로 점철된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그것이 진실인 양 살아간다. 스스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파괴된 내면을 보고 있으면, 욕망을 먹고 자라난 집착의 수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욕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집착’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마음을 쏟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림’이라고 설명한다. 블랑쉬의 경우 잊지 못하는 순수한 사랑에 부족을 채우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고,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갈증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소한 친절에도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극 중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점점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집착이 본인의 몸과 마음을 모두 갉아먹는 방법이라는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 심지어 여동생 집에서 쫓겨나 듯 의사가 데려가는 장면에서조차, 악을 쓰며 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자신을 향해 손 내밀어 주는 모습을 보고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어 살아간다.”라는 말을 남기며 순순히 따라가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10.jpg

 

 

아무래도 ‘블랑쉬’를 메인으로 흘러가는 극이나 보니 블랑쉬의 욕망에 대해 보다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사실 전반적은 극 내용은 그녀만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각 주요 인물은 각자의 시선에서 본인의 욕망을 내비치고 있다.

 

 

- 블랑쉬의 ‘진실이어야만 하는 순수한 사랑’

- 스탠리의 ‘이민자가 아닌, 온전한 미국인으로서의 삶’

- 스텔라의 ‘보다 나은 현실’

- 미치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랑’

 

 

필자가 느끼기엔 블랑쉬 뿐만 아니라 극 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모두 단순한 욕망이 아닌, 욕망을 넘어 집착 수준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갈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순수한 사랑에 집착하여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어 살아가는 ‘블랑쉬’를 비롯하여, 자신을 폴락(야만인, 폴란드 종자)으로 부르지 못하게 하며 미국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스탠리’, 임신 중 폭행을 당했으면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스텔라’ 등 약간의 광기가 서린 욕망이 느껴졌다.

 

‘스탠리’는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이민자임에도 불구하고 태생부터 미국인으로 보이는 것을 욕망한다. 폴란드 출신임에도 미국의 공군상사로 세계 전쟁에 참여하고, 폴락으로 비하 받으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온전한 미국인으로서의 삶’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블랑쉬’의 동생이자 ‘스탠리’의 아내인 ‘스텔라’는 부유했던 과거를 완벽하게 잊고 현실을 직시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녀 역시 ‘보다 나은 현실’을 위해 애를 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술을 마시거나 갈등 상황에서 등장하는 ‘스탠리’의 공격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본인이 처한 현실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2.jpg

 

 

처음 연극을 보기 전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인 ‘블랑쉬’에 대한 욕망만 다룰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극을 보고 난 후에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또한, 인간의 욕망이 건강하지 못하게 발현될 경우에는 본인의 삶을 갉아먹는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욕망을 먹고 (부정적인) 집착’이 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질 필요성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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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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