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끝이라는 시작 앞에서 [사람]

지은이 : 박도훈
글 입력 2021.10.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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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서 Choose(선택)를 하면서 사는 삶이 인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선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경구임과 동시에 탄생과 죽음, 즉 시작과 끝 또한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내포하는 말이다.

 

사람은 살면서 끊임없이 시작을 하고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굴레는 죽음을 앞두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시작과 끝 안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일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일까지, 우리는 시작을 하고 끝을 내는 크고 작은 행위들을 매 순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지금 커다란 끝이라는 이름의 시작과 마주하고 있다.

 

 

 

글쓰기 



지난 6월경 군 전역을 앞두고 있을 당시에 개인정비 시간을 쪼개서 아트인사이트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원서의 질문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와 문화예술에 대해 심층적인 생각을 하면서 관심 갖고 귀 기울여야 답할 수 있는 문항들이었다. 그렇기에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에 많은 고민과 생각,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4개월간의 에디터 활동 또한 나 자신, 그리고 문화예술에 지속적인 관심과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무슨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리뷰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익하게 내 글을 봐줄까 고민했다. 또 무슨 경험을 이야기해야 스스로 성찰함과 동시에 한걸음 나아가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전에는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피상적 글쓰기만을 해왔는지 깨닫고 반성하게 됐다. 슬프지 않았으면서 문맥상의 이유로 슬프다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그런 척하고 글을 썼다. 다시 말해 내 글은 솔직하지 못한 가식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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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 4개월간의 글쓰기가 전부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분량을 늘리려 억지로 말을 만들기도 했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창피한 모습을 감춘 채 글을 쓴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쓰자고 늘 다짐했다. 그 다짐과 노력 덕분에 이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생각들로 글을 써 나갈 수 있었다.

 

매주 글을 써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느 때는 꼭 쓰고 싶은 기획이 있어서 술술 써 내려가기도, 또 어느 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기고 당일까지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아무리 머릿속을 부유하는 말들이 많다고 해도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일정 분량 이상 써 내려가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글을 써나가면서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었고 글을 쓴다는 것을 조금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7월에 시작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컬처리스트 활동을 통해 글쓰기를 지속해 나가려고 한다. 끝을 마주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하는 지점이다.

 

 

 

사람 



평소에 워낙 겁이 많아 과감하게 무언가 시도해 보기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성격 탓에 컬처리스트 활동을 지원하는데도 걱정이 앞섰다.

 

이런 성격의 형성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 시절에는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늘 웃어 보였고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내는 법을 잊어버렸고 힘든 게 있어도 누군가를 의지하기보단 마음속으로 삭히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인간관계를 능동적으로 맺지 않게 됐으며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 남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되었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겁 많은 성격은 올가을 초엽에 처음 만난 좋은 사람 덕분에 조금씩 바뀌었다. 누군가를 의지해도 되며 나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쓴 글들이 아무런 힘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덕분에 에디터 활동을 끝으로 글쓰기도 쉬어가려 했지만 계속 이어갈 힘을 얻었다.

 

가을 초엽에 좋은 사람을 만나 단풍이 무르익은 지금, 늦가을 무렵에 끝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나중에는 새로운 시작이 되리라고 믿는다. 노래 제목처럼 인생은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고 끝이 있으니 시작이 있는 회전목마와 같다. 인생의 시작과 끝이라는 긴 시간 사이에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음에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글에 위로받고 미소 지을 사람들을 위해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끝이라는 시작 앞에서 마주한 나의 마음이다.

 

 

 

아트인사이트 박도훈 에디터 명함.jpg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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