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 나의 일기 그리고 욕심아 [사람]

글 입력 2021.10.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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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글을 쓰는가? 여기서 내가 말하는 글은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글이다. 내가 종이를 찾고 연필을 쥐는 그런 글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행동의 이유를 찾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확고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일기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초등학생 때는 일기장을 내기 직전에 휘몰아치듯 썼던 기억도 있고, 방학이 끝나기 3일 전에는 밀린 일기를 울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싫어했던 일기가 지금은 왜 좋을까.

 

일단 어릴 때 썼던 일기는 내가 말하는 글쓰기의 정의에 맞지 않는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기 때문에, 숙제이기 때문에 썼다. 타의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선생님이 일기를 보고 평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민감했었기 때문에 일기를 정성스럽게 쓰고 싶지 않았다. 정성스럽게 썼다가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욱 속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첫 시작은 겉멋이었다. 뭔가 글을 쓴다고 말하면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지성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그 시간에는 주변 사람이 보는 나의 시선을 즐겼다. 그래서 카페, 공원을 가기 위한 필수 준비물은 연필 한자루와 검은 노트였다. 처음 검은 노트에 쓰는 것은 가벼운 것들이었다. 오래전 이야기임에도 잊지 못하는 추억을 저기도 하고, 미래 속 나의 모습을 상상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적기도 했다. 누군가의 강요도 없었고, 평가도 없이 오직 나의 겉멋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 겉멋에 헤어나오지 못했다. 추억과 미래에 대해서 글쓰기가 지칠 시기에 아이유의 작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아이유의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지만, 3년 전부터 가사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아이유의 작사는 나에게 순수하고 애틋하고 또 한편으로 뭉클한 감정을 전해준다. 사용한 단어, 문장의 어투까지도 감탄을 자아낸다. 음악을 즐기면서 동시에 나는 글의 묘미를 배우게 된 것이다.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달래주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세상 모든게 죽고 태어나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 아이유, 마음 中


 

에어질듯이 아파와도

이번에는 결코 잊지 않을게

한참을 외로이 기다린 그 말을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영원히 사라진 네 소원을 알아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

 

- 아이유, 이름에게 中

 

 

나는 아이유가 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유처럼 글로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한 처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모르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한다는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다. 그렇게 나는 글을 통해서 나를 먼저 알기로 했다.

 

나를 알아가는 방법은 단순했다. 과거의 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썼던 일기를 쓰는 것이다. 내 하루의 마침표는 글이다. 매일 자정이 지나기 전에 일기를 쓴다. 나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습관이다. 일기에는 자질구레한 마음부터 깊은 마음까지 담겨 있다.

 

일기를 쓰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오늘의 하루는 어땠는지 시간을 돌리는 것도 그때 나의 감정은 어땠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소중하다.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다. 뒤돌아보면서 나의 행동과 말에 대한 반성 그리고 보낸 하루를 통해서 다시 시작하는 하루를 다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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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로 시작한 글쓰기에 점점 욕심이 생겼다. 이제는 일기는 넘어서 온전한 나의 생각과 의견을 담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영화 리뷰이다. 블로그를 만들어서 업로드했다. 일기가 아닌 나의 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몇 편의 영화 리뷰를 하다 보니 독립영화 제작사에서 리뷰 작성 활동을 했다. 나의 글로 이룬 첫 번째 활동이었다.

 

뿌듯함이 컸다. 글을 잘 쓰고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의 대답이 되어주었다. 나는 그 대답을 안고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갔다. 블로그에 영화 리뷰와 함께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상황에 대해서 풀어쓰기도 했다. 이런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다. 이것저것이 얽혀서 복잡한 상황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확인하고 다스리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런 경험을 많이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의 가방에는 연필 한 자루와 검은 노트가 있고,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겨 책도 들고 다닌다. 살면서 가져본 적 없는 욕심이기 때문에 욕심에서 끝내지 않고 정말로 잘하고 싶다. 사실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아직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쓸 준비가 되었고 글을 깊이 있게 쓸 준비를 하고 있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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