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장미향 추천기(2)

장미를 즐기기 위한 향 추천
글 입력 2021.10.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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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장미의 특징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관해 적어보았다.

 

꽃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장미. 그 명성만큼 장미가 들어간 향 제품은 셀 수도 없이 많고, 직접적인 장미향이 아니더라도 그 뉘앙스를 이용한 제품까지 따지면 그 가짓수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꽃으로서 장미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을 모두 아우른다. 그 우아함이 궁금하다면 장미가 잘 드러난 향을 선택해서 즐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장미는 가장 클래식한 향료 중 하나인 만큼 넓디 넓은 선택지의 바다 속에서 쉽사리 헤엄쳐 나올 수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또 향수의 노트에 장미가 들어있다 해서 꼭 그 향이 장미를 잘 설명해주는 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도대체 어떤 향을 선택해야 장미를 알 수 있을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장미향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1. 장미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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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주자는 프레데릭 말의 윈로즈이다.

 

장미향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가장 기본적인 장미가 어떤 형태인지 아는 것이 우선인데, 윈로즈는 가장 장미다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정한 상황에 놓이거나 한가지 특징이 아주 부각되는 장미향이 아니다. ‘생장미’ 향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직접 시향을 해봤을 때, 윈로즈는 밝은 분홍빛도 어두운 피 빛도 아닌 가장 정석의 탐스러운 붉은 장미를 연상시켰다. 누가 느껴도 신선한 장미가 느껴진다. 이때의 장미는 작은 송이가 뭉쳐진 군락보다는 아주 굵고 화려하게 피어있는 유일한 한 송이가 어울린다. 한 손 가득 담긴 쨍한 장미의 빛깔에 조금은 물기 어린 잎사귀의 싱긋함이 어우러진다. 아직 미숙 하지도 과하게 성숙 하지도 않은 향기의 자태는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를 잘 표현해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향 중 하나인데, 이 향만 뿌리면 엄청난 확산력 덕분인지 늘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다만 처음 향을 맡은 이들 모두 사람에게서 나는 향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존재감을 진하게 뿜어내면서도 어딘지 물기어린 연약한 모습을 지녔기 때문일까, 재미있게도 윈로즈를 뿌린 날에는 주변에 생장미를 파는지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2. 예쁘게 꾸며진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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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참 다양한 모습을 지닌 꽃이다. 최근에는 품종개량 등을 통해 더욱 특이한 색의 장미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으로 돌아오면, 장미는 붉다. 붉다는 단어 속에서도 그 정도는 제각각인만큼 장미의 붉음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가장 우아한 장미가 진한 검붉은 빛의 빨간 장미라면 가장 사랑스러운 장미는 분홍빛 장미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아 라 로즈는 예쁘고 사랑스럽게 가공된 분홍빛 장미다. 나는 이 향을 맡을 때면 흰 실크 리본에 묶여있는 분홍 장미가 떠오른다. 하지만 틀어 올린 듯 매끈하게 정리되어 묶여있는 꽃다발이 아닌 느슨히 흐트러져 몇 개의 꽃잎은 흐르듯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는 모습이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보면 약간은 바삭한 솜털이 간질인다. 가장 통통한 꽃잎 끝부분은 흰빛에서 매끄러운 곡선으로 번지듯 분홍빛으로 이어진다.

 

아 라 로즈의 장미는 예쁘고 청순하지만 마냥 모범생 같은 모습은 아니다. 철부지 소녀의 형태 또한 아니다.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남아있을 뿐 엄연한 여인의 향이다. 그럼에도 예쁘게 다듬어진 형태 덕분인지 딱히 착장이나 상황을 타지 않는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는 효녀 같은 향이다.

 

참고로 아 라 로즈와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위트를 더한 향으로는 디에스앤더가의 로즈 아틀란틱(D.S&DURGA-Rose Atlantic)을 추천한다. 전반적인 형태는 아 라 로즈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던 향인데, 그 속에 이름답게 바다의 짭짤한 소금기를 더해 재미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향을 표현해냈다.

 

최근에 국내에도 입점 되어 더욱 만나기 쉬워졌으니 짭짤한 향이 궁금하다면 시향을 추천한다.

 

 

 

3. 인기 많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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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가장 인기있던 장미향을 꼽으라면 단연 딥티크의 롬브르단로이다.

 

딥티크는 정말 인기가 많은 브랜드 중 하나인데, 너무 흔한 향과 브랜드는 싫으면서도 또 너무 어려운 향은 엄두가 안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브랜드이다. 롬브르단로는 딥티크 안에서도 베스트셀러에 들어가는 아주 인기 많은 향이다.

 

한 때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어디선가 롬브르단로 향을 맡았던 걸 생각하면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제아무리 흔한 향이라도 자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롬브르단로는 참 자주 흔적을 남겨 재미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돌아와서 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면, 촉촉하고 달큰한 장미라고 할 수 있다. 롬브르단로는 프랑스어로 ‘물에 비친 그림자’쯤으로 해석되는데 그 이름처럼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작은 물웅덩이 옆에 피어나 물기에 젖은 검붉은 장미의 모습이다.

 

이 향 또한 생장미향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 생장미보다는 더 달콤하게 꾸며진 장미로 보인다. 마냥 푸릇한 장미향이라기엔 달큰한 과실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마 롬브르단로의 인기는 그 지점에서 나왔을지 모른다.

 

자칫 지루할 뻔한 장미에 과육의 달콤함을 첨가하여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지점을 잘 포착하였다. 덕분에 딱히 나이나 스타일에 구애 받지 않는 만만하게 손이 가는 새우깡 같은 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주 지하철에서 만났으리라.

 

 

 

4. 색다른 조합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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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향은 세르주 루텐의 상탈 마제스퀼이다.

 

앞서 소개한 장미향들은 ‘장미’에 초점을 맞춰 누가 맡아도 장미향이 강하게 났다면 상탈 마제스퀼은 다르다. 샌달우드와 장미 그리고 카카오가 아주 매혹적으로 뒤섞인 향이다. 어쩌면 장미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차분히 느껴보면 분명히 장미가 존재한다. 다만 촉촉하고 싱그러운 장미는 절대 아니다. 마른 장미를 곱게 빻아 부드러운 분가루로 만든듯한 향이다. 거기에 우유를 탄 듯한 나무향의 샌달우드와 카카오의 쌉쌀함이 더해진다.

 

전반적으로 이국적이면서 건조하다. 이 지점 때문에 누군가는 한약방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향들은 자칫 균형을 잃으면 지나치게 부드럽게 기름칠이 되어 느끼하게 발산 될 위험이 있다. 모든 향이 다 연한 분가루를 뿌린 듯 한 톤 뿌연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탈 마제스퀼은 그 지점을 우아하게 잡아낸다. 덕분에 화려한 색채감을 뽐내는 향처럼 발랄하고 통통 튀지는 않지만 연한 모래의 부드러움을 지녔다.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릴 향으로 장미를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고급스럽게 즐기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을 향이다. 추운 겨울 캐시미어 니트에서 나는 상탈 마제스퀼의 향은 상상만해도 단아하며 우아하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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