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해시태그에 담기는 청년들의 공간 [사람]

계획하지 않고는 쉽사리 찾아갈 수 없는 장소들이 사랑받는 시대에 산다.
글 입력 2021.10.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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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Z세대라고 부르는 20대 청년세대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탈경계성의 세대이다. 그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 짓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 사이 경계를 지우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년세대에게 현실과 가상은 동일한 무게를 지니게 된다. 가상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청년세대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가상 세계로 끌어와 자유롭게 변형하고 새롭게 창조해내기도 한다. 이들에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본 글에서 ‘탈경계성’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린 청년세대의 특성을 이른다. 특히 그 속에서 실제 현실이 가상세계에서 재현되고, 가상세계의 것이 재차 현실로 넘어가 트렌드가 되는 현상을 다룬다. 필자는 이를 ‘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시대별, 세대별로 유행하는 공간과 장소가 있다. 이런 공간은 그 공간을 향유하는 세대의 문화적 모습을 담아낸다. 청년세대의 ‘핫플레이스’는 신촌에서 압구정과 홍대로, 이후에는 이태원과 가로수길로 변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을지로, 연남동, 익선동과 같은 골목상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골목상권 유행은 현재의 청년세대와 과거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들은 새롭고, 이색적인 것에 끌린다. 과거의 신촌, 홍대, 이태원이 그랬듯이 말이다. 청년세대는 시대불문, 어딘가 이색적인 놀이의 공간을 선호한다.

 

그러나 오늘의 Z세대는 글의 도입에 언급한 ‘탈경계성’의 측면에서 과거와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세대이다. 과거 청년세대의 공간이 물리적인 장소, 지역에 그쳤다면 현재 청년세대의 공간은 디지털 세계를 통해 새로이 창조되어 우리 곁에 다가온다.

 

계획하지 않고는 쉽사리 찾아갈 수 없는 장소들이 사랑받는 시대이다. 간판 없는 식당은 알고 보니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명소이고, 유명하다는 카페는 지하로 내려가야만 겨우 찾을 수 있다. 지리적 위치, 장소를 부각하지 않음에도 이곳은 20대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장소들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디지털 세계를 통해 특정 장소, 공간이 청년들 사이에서 일명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결과이다. 숨겨진 공간들은 모두 SNS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청년세대는 특정한 ‘장소’보다는 SNS에서 ‘재현’되는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장소가 새롭게 재현되며, 이 과정에서 지리적인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해시태그로 묶일 수 있고 피드에 올렸을 때 ‘힙’한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때문에 청년세대의 ‘핫플레이스’는 넓은 범위에서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당장 우리 집 앞 공원도, 유명하고 분위기 좋은 피드에 담기면 언제 ‘핫플’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현재의 청년세대는 디지털 세계를 통해 특정 장소와 공간을 해시태그(‘#’)에 담아 트렌드로 만든다. ‘핫플레이스’가 되는 이 공간들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거리, 지역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지오태그에 달린 ‘연남동 어딘가’, ‘해방촌 이곳저곳’이 그 예이다. 심지어 인스타 게시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오태그 ‘우리집 방구석에서’ 등은 장소의 유행에 사적인 공간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리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공간’이 해시태그에 담겨 공유되는 모습은 현 청년세대의 탈경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간은 가상의 세계에서 재현되는 과정 속 새로운 의미를 얻어 하나의 유행이 된다. 글의 도입에서 언급했듯, 현재 청년세대에게 현실과 가상의 무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현실에 있는 실체들을 가상세계에서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재창조된 것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할 때와는 다른 성격으로 다시 탄생하며, 청년세대 사이 트렌드가 되어 실체가 있는 현실로 돌아온다. Z세대는 이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을 경험하고, 실제 현실에서 가상세계를 본다.

 

이를 통해 미루어 보았을 때, 필자는 오늘날의 청년세대가 ‘경계를 지워 나가는 세대’라 생각한다. 청년세대에게 현실과 가상은 더 이상 중요한 구분이 아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듯, 화면 속에 있든 오늘날 청년들에게는 결국 모두 같은 현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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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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