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다

Andy Warhol: Beginning Seoul
글 입력 2021.10.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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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서울에 상륙했다! 이 전시회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장소이며, 더현대서울에서 6월 27일까지 진행한다. 어쩌면 당신은 앤디 워홀을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사실 그가 한 말이 아니다. 그의 파격적인 현대미술계 행보 때문에 생겨난 오명이다. 그리고 이 파격적인 행보만큼 앤디 워홀의 작품은 너무나 유명해서, 미술의 문외한이라도 작품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아! 저 작품은!'하며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마릴린 먼로의 팝아트 초상화부터 캠벨 수프 그림까지. 앤디 워홀은 일상 속 그 어떠한 것도 예술로 만들었다. "Everyone needs a fantasy." 그의 말처럼, 당신에게도 분명 판타지가 있을 것이다. 앤디 워홀의 전시회가 당신의 판타지를 자극시켜 줄 영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1. 앤디 워홀과 대중미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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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화면 캡처 2021-10-22 225430.png

캠벨수프

 

 

앤디 워홀(1928-1987)은 현대미술에서 상업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성공한 작가이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까지 자아의 고뇌나 숭고함을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는 다소 낭만적이었던 기존 미술 사조는 뒤집어졌다. 대신 윤리 문제 비판과 상업적인 가치를 표현하는 미술인 팝아트가 떠올랐다. '팝아트(Pop Art)'라는 용어는 '대중 미술(Popular Art)'의 줄임말이며, 선정적이고 강렬한 색감을 가진 대중적인 광고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앤디 워홀은 이러한 팝아트의 가장 대표적인 미술가이며, 그는 대량생산된 공산품이나 할리우드 스타를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해 소비주의와 상업주의에 매몰된 미국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앤디 워홀은 예술이 소수의 선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것이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코카콜라나, 캠벨 수프 통조림처럼 대중에게 가장 익숙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선택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대량 생산했다. 예술품을 대량생산한다는 자본주의적인 개념은 당시 굉장한 센세이션했었고, 그 자체가 가장 예술적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티셔츠나 광고, 책 속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존재한다.

 

 

2. 앤디 워홀의 초상화들 (Andy Warhol’s Portra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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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y Warhol: Beginning Seoul은 총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 세 개의 섹션 이 이 팝아트 초상화와 관련 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팝아트 초상화나 폴라로이드 사진에 담았다. 가장 유명한 팝아트 초상화인 마릴린 먼로, 리즈 테일러, 마오쩌둥처럼 할리우드 스타나 정치인을 그리기도 했고,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드래그 퀸을 모집해 제작한 'Ladies and Gentlemen' 시리즈처럼 사회적 소외계층을 그리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같은 초상화는 앤디 워홀이 명성에 집착했던 이유와 그가 가진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말할 만큼 성공과 명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는데, 이는 그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던 유년기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초상화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림은 그의 어머니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할리우드 스타가 아님에도 왜 이 섹션에 있는 것일까? 그건 어머니가 그의 롤모델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앤디 워홀을 위해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감사해하며, 그녀를 우상화하여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성공한 이후에도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보다도 어머니의 초상화 작품을 가장 꾸준히 만들었다. 성공을 위한 질주 속에서도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잊지 않은 앤디 워홀의 애틋함은 수많은 상업적인 작품들 속에서도 가장 빛났다.

 

 

3. 사이키델릭 실크스크린: 파격적인 정물화 

 

두 번째 섹션인 'ICON: Now? Now!'에서는 앤디 워홀의 미술 경향이 물씬 드러난다. 바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서이다.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을 대표적으로 사용했다. 실크스크린이란, 공판화 기법의 일종이다. 그 중에서도 제작과정이 간편하고 짧은 시간 안에 수십 장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포스터에 많이 이용되었다. 그는 캠벨 수프, 코카콜라, 달러, 과일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선택해 프린트 제작 방식으로 자신만의 정물화를 완성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60년대 이전에는 고상하고 숭고한 자아를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자아가 아닌 슈퍼마켓에서 아무나 고를 수 있는 캠벨 수프 통조림이나 코카콜라와 같은 물체를 그 어떠한 대단한 상징성 없이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은 당시 미술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어떤 이들은 워홀의 작품에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대중들은 이해하기 쉽고 접근성 좋은 워홀의 예술에 열광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실크스크린으로 예술 작품을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찍어내고, 누구나 쉽게 가진 것들을 그린 것은 앤디워홀만의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중과 소통했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사이키델릭함이 돋보였다. 사이키델릭 아트(Psychedelic Art)란, 쉽게 말해 환각 예술이다. 사이키델릭이 환각이나 사고패턴의 변화, 최면 상태와 같이 비정상적인 의식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키델릭 아트는 마약을 한 것처럼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미술을 일컫는다. 이는 1960년대에 뉴욕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유행한 그래픽 예술 경향이었다. 강렬한 색감과 자극적인 표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약 환각제를 쓴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4.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I am a Deeply Superficial Person)

 

앤디 워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지만, 아직 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다. 에서는 앤디 워홀의 이면적인 사실들도 함께 전시했다. 첫 번째로, 그는 앤디 워홀은 뛰어난 미술가이기도 했지만 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열정을 보였는데, 밴드 'The Velvet Underground'의 첫 번째 앨범을 프로듀싱했었다. 그가 바나나 껍질을 그린 앨범 자켓 디자인은 현재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다섯 번째 섹션인 'Music: Portraits of Rock'에서는 워홀이 가진 음악적 콜라보레이션 활동과 그의 수집품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그는 실크스크린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드로잉 활동도 평생 동안 게을리하지 않았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의 팝아트와 실크스크린 작품에 가려진 그의 드로잉들은 오히려 대중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타인에 대한 섬세한 애정이 둔탁한 볼펜 선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앞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작품들과 확실히 대조되는 이 드로잉들은 워홀의 겁이 많고 내성적인 내면을 표현해주었다. 수많은 명언을 남기며 예술계에 당당하고 강한 존재감이 된 워홀,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이 여섯 번째 섹션 ‘Drawings&Interview’ 속 소박한 드로잉들처럼 그저 주변인들을 사랑하며 예술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회를 보며 그의 섬세한 내면이 돋보였지만, 여전히 세간은 그를 상업적 성공을 위해 질주한 대범한 인물로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라고 전시회 벽면에 적힌 그의 말이 반어법처럼 관객들의 기억 속에 깊숙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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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성공한 예술가인 앤디 워홀. 그의 화려하고 직관적인 작품들은 관객들의 눈과 마음에 아주 강렬한 존재감이 되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팝아트를 잘 그리는 사람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팝아트가 가진 의미뿐만 아니라 워홀이 추구했던 대중예술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은 그 동안 열렸던 워홀 전시와 달리 이탈리아 대형 미술관 투어를 마친 후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전시이다. 워홀의 시그니처 작품뿐만 아니라 드로잉 원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번 전시는 당신의 판타지를 자극할 것이다. 오늘도 워홀은 묻는다. 당신의 판타지는 무엇인가?

 


[송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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