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할리우드 영화 입문서 [드라마/예능]

할리우드 영화 입문서라 쓰고 클리셰 사전이라 읽는다
글 입력 2021.10.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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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를 입은 롭 로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총알이 빗발치는 화염을 등지고 여유롭게 걸어 나오는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 공식 포스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포스터 아닐까.

 

 

전형적인 등장인물과 친숙한 이야기, 편리한 구성법이 돌고 도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개봉됨에 따라 할리우드가 어떤 편리한 클리셰를 사용하는지 그 버릇을 살펴보자는 풍자적인 멘트로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이 시작된다.

 

시청자들에게 클리셰를 소개하며 영화배우,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영화 장면을 예시로 들고, 호스트인 롭 로가 익살스러운 농담을 적절히 섞어 이해를 돕는다는 연출 자체도 클리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가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만을 분석했다면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은 장르 구분 없이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 클리셰를 분석한다. 많은 클리셰들을 다뤘지만 그중에서 기억나는 몇 개만 소개하자면,

 

 

 

THE MAVERICK C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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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A 컨피덴셜

 

 

꼴통 경찰이라는 뜻의 The Maverick Cop. 제멋대로라 상관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일 밖에 모르며 총과 배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꼴통 경찰이라는 클리셰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경찰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이 반영돼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잘 만들지 않고 있다.

 

이런 비화를 알게 되자 할리우드 영화는 아니지만 최근 종영한 드라마가 떠올랐다. 말은 안 듣지만 사건은 곧잘 해결하는 꼴통 경찰이 주인공인,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경찰 소재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나인>이다.

 

시즌 10까지는 채우고 종영할 줄 알았는데 2020년 5월에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후에 방영한 시즌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듯 시트콤임에도 사뭇 진지하게 에피소드를 그렸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시즌 8로 종영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종영한 것 같아 아쉽긴 했지만 세상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별개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도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THE SMURFETTE


 

남자들이 가득한 모험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을 말하는 스머펫은 남자 스머프가 가득한 나라의 유일한 여자인 스머펫으로부터 나온 용어다.

 

<어벤져스> 속 블랙 위도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 <저스티스 리그>의 원더우먼 등을 예로 드는데, 예시 영화가 하나같이 다 세계를 구하고 평화, 평등을 외치는 히어로 무비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특히나 안티 히어로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이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팬티보다 더 짧은 것 같은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상의를 입으며 눈요깃거리로 전락하는 장면에는 남자들의 눈을 희번덕거리도록 여자 하나를 끼워 넣는, 영화의 가장 부정적인 구조라고 지적하는 인터뷰를 삽입했다.

 

영화배우, 관계자, 관람객 모두가 히어로 무비에서 불필요한 성차별적인 장면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의 비율이 더 많거나 마초적인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해 클리셰로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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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영화의 가장 부정적인 구조'인 클리셰를 소개하기 전, 호스트 롭 로가 '할리우드는 평등의 대명사로 불리고 싶어 하지만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현미경은 남자가 발견했어요'라는 대사를 친다.

 

명백하게 성차별 클리셰를 부정적이게 바라보는 이들을 겨냥한 듯한 멘트가 비로소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을 완성시켰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HIGH HEEL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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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월드> 개봉 이후 하이힐 액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쥬라기월드> 속 클레어가 티라노사우루스를 유인하여 달리는 장면

 

 

어렸을 때는 크면 다 하이힐을 신은 채로 뛸 수 있게 되는 줄 알았다. 내가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성들만 보고 자라왔으니까. 그런데 처음 힐을 신고 몇 걸음 채 걷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 까져서 아프기까지 하니 이때까지 봐왔던 하이힐을 신고 달리던 여자들은 다 뭐였나 생각하게 됐다.

 

HIGH HEEL ACTION. 말 그대로 하이힐을 신고 액션을 하는 여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옛날 영화든 최근 영화든 여자는 걷기도 힘든 하이힐을 신고, 심지어 벗지도 않고 위급한 상황에서 달리며 적을 무찌른다. (다 거짓말이다!)

 

영화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할리우드가 여성을 예쁘게만 그리려다가 결국은 완전히 비실용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편집된 최종 영상만 보는 관객들은 당연히 여자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하이힐을 벗기보다는 신고 뛰는 것을 선택하는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보고 차기 블랙 위도우로 활약할 플로렌스 퓨가 이런 클리셰 또한 불쾌하며 하이힐을 신고 싸우는 걸 거부한다고 했으니 앞으로의 블랙 위도우 코스튬에서 힐이 싸우기 편하고 관객들도 납득할만한 신발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

 

이외에도 인종차별적인 클리셰에 대한 지적도 나오며 시대 흐름에 따라 사고가 바뀌며 클리셰도 이를 반영해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가 된 것 같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에 보라색 브릿지를 넣고 내성적이며 무술을 잘 하는 동양인 캐릭터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클리셰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클리셰가 아닌 게 뭘까 싶을 정도로 클리셰라고 하는 소재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초반에는 흥미롭게 봤지만 중후반부터는 시간에 쫓기듯 진행돼 정신이 없었다. 차라리 시즌제로 분량을 조절해서 예시로 드는 영화 장면을 더 분석해서 보여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넷플릭스에서 스페셜로 만든 콘텐츠라 그런지 넷플릭스 특유의 다 봤지만 본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남긴 했지만 할리우드 영화 클리셰에 대한 입문으로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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