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Z는 신념을 구매하고,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0.20 16: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2020년도부터 유독 많이 볼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돈쭐내다`라는 말이다. `돈쭐내다`는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혼쭐내다`라는 말은 `혼내다`의 강한 어조를 띄고 있는 말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돈쭐내다`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의 혼쭐내다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 `판매자가 판매하는 제품을 소비자로서 사들여 판매자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기쁨을 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선행을 베풀었음이 알려지는 가게나 브랜드의 매출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그 판매자의 선행을 칭찬하고 돕는 것이다.


사실 `돈쭐내다`라는 말이 없을 예전부터 돈쭐내는 소비자의 트렌드 조금씩 찾아볼 수 있었다. 일례로 2018년 브랜드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으며, 홍대에 위치해있는 `진짜 파스타` 집은 꿈나무 카드를 들고 오는 결식 아동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사실이 한 트위터 유저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제 '돈쭐내다'라는 말은 SNS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어떤 가게의 선행이 떠오르면 SNS 댓글에는 '돈쭐내주고 싶으니 그 가게의 상호명을 공개하라' 라는 귀여운 협박 댓글이 무조건적으로 달리고, 심심찮게 '돈쭐난 가게 근황'이라며 가게의 선행과 돈쭐난 사장님의 후기글이 SNS에서 돌아다닌다.

 


141.jpg

돈쭐난 홍대 철인 치킨집 사장님의 글

 

 

SNS의 활용이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된 요즘 시대에서 이렇게 하나 둘 SNS를 통해 선한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MZ세대에게 돈쭐내기 위한 소비는 이미 너무도 익숙하고 친숙하다. 그들에게 소비는 이미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 마리몬드 제품들을 구매하고, 애써 홍대까지 가서 다른 유명한 맛집 대신 `진짜 파스타`에서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이 중요시하는 신념을 돈 주고 구매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MZ세대의 많은 소비자가 그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의 양과 질을 구매 우선사항으로 두지 않는다. 값이 비싸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구매하며, 아무리 저렴해도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제품은 불매운동을 벌인다. 제품을 구매할 때 `이왕이면 저렴한 것` 혹은 `이왕이면 좋은 것`만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던 소비자들 틈 사이로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신념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새로운 것이 비집고 들어와 막대하게 커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양상에서 자신의 의미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뜻의 합성어 `meaningout`이나 `가치 소비` 등의 신조어들도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당연하게도 기업은 발 빠르게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방법을 변화시켰다. 특히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부분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이전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린 마케팅’이 박차를 가하며 급격히 활용되기 시작했다. 제품의 포장지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거나 동물성 대신 식물성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 제작과정이나 유통과정에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여 소비자들로부터 가치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3R 전략`을 수립하여 ‘친환경 포장 설계(Redesign)’, ‘재생 가능성 소재 사용(Recycle)’, ‘자연기반 친환경 원료 사용(Recover)’을 가이드라인으로 두고 제품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햇반 용기의 두께를 줄여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도 투명병으로 교체했다.


생수 페트병에서는 마트와 편의점에서 낱개로 사는 것이 아닌 이상은 이제 라벨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라벨과 페트병의 분리수거가 번거롭고, 불필요한 비닐이 생성된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페트병 그 자체에 생수 이름과 브랜드명을 각인시키고 라벨은 없앤 것이다. 이러한 `무(無)라벨 생수`는 고스란히 가치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매출이 80~95%까지 매우 증가했다.

 

 

1111.jpg



코로나가 시작되며 MZ세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디프로필이 유행하고, 자기 계발 플랫폼들이 인기를 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자기 돈을 들여 그 가치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MZ세대의 이러한 긍정적인 소비 변화는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모양이 안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며 환경을 오염시켰던 못난이 채소를 활용한 밀키트가 제작되는가 하면, 뉴스에서는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며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의 올바른 방향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도서 <계몽의 변증법>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대중문화는 소비자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생산자가 대중문화를 만들면 그 속에서 소비자들이 대중문화를 자신들이 이끈다고 착각하며 대중문화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라 하며, '소비자는 기만당하고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MZ세대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MZ세대의 가치 소비는 진정 소비자가 이끌어내는 대중문화와, 그 속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타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김혜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10986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12.02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