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 작품으로 세상을 읽는 방법 -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도서]

글 입력 2021.10.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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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소설가 백민석의 미학 에세이로 예술 작품으로 세상을 읽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전작 <리플릿>에서는 미술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영화, 소설, 음악 등으로 영역을 대폭 넓혔다. 그 때문에 깊이 있는 예술의 미학을 설명하지만 독자의 높은 이해도를 동반한다.

 

19개로 구성된 목차는 각각의 주제에 맞는 1~2개의 작품이 나온다. 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사회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현상과 본 작품이 주는 미학적인 측면에서의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생소한 작품은 물론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작품까지, 우리가 몰랐던 예술의 미학을 통해 ‘인간에게 삶과 예술은 구별되지 않는다’는 대목이 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미학은 철학의 한 부분으로서 뚜렷한 하나의 실체라기보다 가치나 현상으로서의 미(美)를 탐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학문 특성상 모든 사람이 동일한 대답을 하거나 간결한 답변이 나오기 힘들고, 끝없이 토론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 때문에 한 대상을 미학적인 관점에서 논하기 위해선 깊은 사유는 필수적이다. 아마 우리가 평상시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도 깊은 사유가 더해진다면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의 미학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폭넓은 예술에는 누구나 감탄하고 단번에 이해하는 게 있는가 하면 어떤 건 불호를 자아내고 곡해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자신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려고 오랜 시간 작품을 소비하고, 그에 따라 사유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후자의 경우는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물음표가 뇌를 건드려 사유를 끌어낸다. 인간은 사유의 과정을 통해 윤리적 판단을 가능케 하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예술을 더욱더 단단하게 완성한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고 해서 예술이 되지는 않는다. 예술이라는 집을 완성하는 또 다른 건축 재료는, 작가와 감상자 모두에게 윤리적 판단을 주문하는 인간의 사유다. - p.16
 

 

 

사회적 자살인가, 타살인가



목차마다 배치된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2장의 <인간 증발>이다. <인간 증발>의 소재는 실종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실종이 아닌 자발적인 실종, 사회에서 사라지길 희망하여 스스로 자취를 감춘 일본인들의 이야기다.

 

책에서 일본인들은 스스로 삶이 망가졌다는 판단이 들면 완벽히 사라진다. 그들이 말하는 삶이 망가진 기준은 대게 감당할 수 없는 빚, 도박이나 쇼핑 중독, 또는 중요한 시험을 망쳤다는 좌절감과 절망에 빠질 때를 의미한다.

 

스스로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순간이 왔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들은 사회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인 이름마저 포기한 뒤 자취를 감춘다.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이는 일본 특유의 문화와 사회적 관습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말하는 ‘망가진 삶’의 기준이 그리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내 집 마련은 비현실적인 판타지고, 결혼은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고, 대학으로 판별되는 성공과 실패는 많은 현대인의 실존 양상이다. 위의 기준이 당연해져 버리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꿈꿔왔던 삶은 물론 현실 세계와도 멀어졌음을 깨달았다. 개개인의 노력보다 사회가 만든 배경의 힘이 더 커짐에 따라 사람들을 하나둘 절벽으로 밀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과 사회에 연결된 끈을 스스로 끊는 선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니지만 이미 한 번 죽은 것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것 또한 인간 증발 현상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은 사회적 자살인가, 타살인가.

 

 

 

예술, 인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인간의 삶과 예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남기는 수많은 작은 흔적에서부터 열정을 쏟아부어 완성시킨 하나의 작품까지, 새로운 하나가 창조되는 순간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박혀있다. 더는 삶과 예술 사이에 경계선은 없다. 앞서 내가 <인간 증발>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바라본 것처럼 말이다.


예술을 감상한다는 건 동시에 사유한다는 것과도 같아서 우린 하나의 예술을 접할 때마다 새로운 사유를 한다. 사유는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가끔 언어가 없는 예술을 만날 때면 마냥 쾌적하기만 한 사유가 나오진 않는다. 그럴 땐 오히려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윤리적 판단을 결정짓는 오랜 시간이 소모된다.

 

이 과정은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해볼 만하다. 예술이 촉발하는 고통만큼 무해한 고통은 없으니.

 

 

 

지은정_컬쳐리스트.jpg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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