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잡터뷰의 나날들 [사람]

직업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에게 느낀 것들
글 입력 2021.10.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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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하고 있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때.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이 과정에 임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에게서는 분명 본받을 점이 있다. 그들은 내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해준다.


직장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아직 사회 초년생인 나는 앞날에 대한 걱정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 몇 명의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각기 다른 업계에서 다른 일에 종사하며 각자의 목표를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자신감 있는 조언에서는 진심이 느껴졌고, 작든 크든 삶의 음영이 느껴졌다. 그들을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위대한 개인들을 연속적으로 만나는 작업은 내게 큰 흥미와 신비로움을 안겨다주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완전한 지도를 조금씩 짜맞추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떤 순간에는 나만의 인생 지도에서 잃어버린 ‘미싱 링크’를 발견해낸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먼 미래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의 내가 후회를 적게 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연결고리.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 중에는 ‘모험’과 ‘운명’이 있다. 이 키워드를 소재로 삼은 소설책이나 이야기도 좋아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성장 만화의 주인공이 들어간 스토리라면 예전부터 환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만 하는 성장 만화에 위화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나는 분명 그때마다 이 만화에는 현실성이 크게 결여되어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현실감 체득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된 잡터뷰는 원래 각 기관이 채용하고 싶어 하는 인재상과 업계의 근무 조건 등을 알기 위함이 목표였었다. 그렇지만 점차적으로 진행을 하면서 나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잡터뷰의 대상은 대체적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질문 리스트를 만든 것이 잡터뷰를 진행하기 위한 첫 번째 준비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대화를 일정한 흐름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고, 대화거리가 떨어졌을 때 소재를 가져다가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질문들이 준비되어있으면 다른 길로 샐 확률은 줄어든다.


잡터뷰할 대상을 섭외하고 약속 시간을 잡는 것은 두 번째 단계였다. 어떤 활동이든 간에 내가 잠시나마 거쳐 갔던 기관들의 선배님이나, 선임, 선생님 등을 나만의 기준에 맞춰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연락을 하여 미팅 날짜를 잡고 잡터뷰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흔쾌히 응해주셨고, 나는 약소하게나마 음료와 간식으로 답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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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터뷰는 사람마다 다르게 진행되었다. 일대일의 대화는 특히나 상대방과 내가 호흡하며 이루어나가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내세우는 사람과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잡터뷰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가진 각자의 대화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도 큰 재미였다. 회유하고, 역설하고, 압박하고, 종용한다. 다 각자의 스타일인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데 누가 그렇게까지 강한 어조로 말을 하겠냐고 하겠지만,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강한 어조라고 해서 무작정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게 아니다. 조언을 얻으러 온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열변을 토하는 것에 가깝다는 정도로 표현해두겠다. 때로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로 그러한 어조가 호소력 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질문 리스트를 활용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분과의 잡터뷰에서는 준비해온 질문 리스트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화가 잘 안 풀려서 그렇다기 보다는 그분에게 맞추다보니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사유를 이어갈 수 있어서 좋았던 점도 있다. 내 안의 것들을 쏟아내 보이는 건 감수해야 했지만.


앞선 경우도 있는 반면, 질문 리스트 안의 내용만 참고하여 잡터뷰를 진행하고 끝난 적도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효율적이었으나, 그것이 과연 효과적인 인터뷰였나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어떻든 간에 필요한 정보는 알 수 있었기에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고, 할 일이 있고, 사정도 있다.


잡터뷰를 하는 나날은 내게 꿈같은 시간이기 보다는 현실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잡터뷰를 끝내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은 아직 꿈처럼 남아있다. 많은 에너지를 테이블 위에 쏟아내며 열성적으로 대화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체계화하고 숙성시킨다. 그 시간이 나는 좋았다. 약간은 몽롱한 상태로 음악을 들으면서 메모를 정리해나간다.

  

이 일을 수고스럽게 이어가면서 얻은 수확은 내가 할 일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진로에 대한 걱정도 없는 것 같아 보였고, 좋아하는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길이 확고한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단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친구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잡터뷰 그 자체에 대해서 주로 다뤘지만, 잡터뷰에서 얻게 된 삶의 지식들을 언젠가 지면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만났던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서 풀어 쓸 계획이다.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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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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