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도서]

실패하면 끝나버리는 세계에서 배우는 것
글 입력 2021.10.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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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쉽지, 청춘이 아프면 그다음은 어디일지

 

- 데프콘, ‘아프지마 청춘’ 中

 

 

‘아프니까 청춘이다’만큼 저돌적인 제목이 또 있을까? 작가가 자신을 치켜세우지 않으면서 평이하게 내용을 쓴 덕에 2010년대 초반 대표적인 자기계발서로 자리매김했지만, 책 제목은 청춘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에서 유래한 어른들의 가르침에 분개했다. 그래서 유명한 자기계발서의 이 제목을 풍자하기 시작했다. 날 선 비판의 느낌을 빼고 다분히 현실성을 추구한 ‘에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재미있는 문구부터, 뭇 어른들에게 진정으로 외치고 싶었던 ‘아프면 환자지!’까지.


내가 자기계발서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맘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일상에서 무언가가 탁 걸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해답을 구해보고자 자기계발서를 펴도 이미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것이거나 이른바 ‘꼰대’가 해 주는 잔소리처럼 들렸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겠답시고 책을 쓴 작가가, 과연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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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정리하다가, 게스트로 나와준 후배가 책을 빌려주고 싶다며 세 권의 책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샛노란 표지의 책 한 권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이라는 책이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묵직함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필적했다. 여타 자기계발서와 같지는 않을까? 또 뻔한 이야기를 하겠지.


하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언제나, 길진 않으나 실패의 고배를 숱하게 마셔야 했던 가련한 인생을 청산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군인인 ‘네이비씰’이 가르쳐주는 기술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지은이를 따라 앞으로는 승리의 달콤함만을 맛보고 싶었기에, 홀린 듯 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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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전우들과 함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고 전우를 잃었다.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짐이었다. 내가 희생해서 그들이 돌아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내가 죽고 그들이 살았더라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략) 내가 지휘했고, 내가 책임자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네이비씰 출신의 장교가 들려주는 승리하는 방법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전쟁 중인 이라크 그것도 적진 한복판에서 근무했던 장교가 만약 ‘실패’했다면 이 책을 짓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저격수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고, 언제 아군 간 교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곳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험지에서 살아남은 이 책의 지은이도 작전 상황에서 소중한 동료를 잃은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 있다. 결과가 성공이었지만 하마터면 실패로 귀결될 뻔한 작전도 적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그려질 듯 생생한 전쟁 상황이 책에 묘사되어 있었다.


총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르는 지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하는 전쟁터에서도 장교는 부하를 이끌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동시에 상관의 지시에도 따라야 한다. 상상만 해도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내가 맡은 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극한의 오너십(extreme ownership)’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극한의 오너십이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넘어 자기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말한다.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겉으로 보기에는 나는 내가 맡은 일을 다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책임으로부터 벗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팀의 실패는 곧 개인의 실패라는 점을 인지하고, 팀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지은이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승리의 기술, 이를테면 역할의 적절한 배분, 단순한 계획 짜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기 등은 모두 극한의 오너십이 갖춰진 상태여야 제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도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각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팀 단위로 실적을 내야 하는 압박을 지닌 채로 살아가기에 흡사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남의 일까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신뢰를 쌓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부하 직원을 여러 명 두고 있는 상사는 물론, 심지어 일을 열심히 배워야 하는 신입 사원도 극한의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린 후 먼저 ‘이것을 하겠다’라고 제안을 하는 식으로 팀의 목표에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득,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곤 했던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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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리더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리더가 될 자질을 타고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중략) 반면 그런 자질을 타고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배우려는 열의,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태도, 그리고 꾸준한 훈련과 연습 등을 통해 뛰어난 리더로 발전할 수 있다.

 

 

리더십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은 리더뿐 아니라 팔로워들도 가꿔나가야 할 인생 노하우에 가깝다. 죽음이 가까이 있는 현장에서도 말짱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을 받는 네이비씰처럼, 지은이는 리더십도 충분히 단련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작년 여름에 방영되었던 웹 예능 ‘가짜사나이’에 등장하는 UDT 훈련이 보기에 불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렇지만 훈련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실전에서 성공하려면 실전과 같은 연습을 반복해야 함은 아마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간결하고 적확한 말로 정신 무장을 시켜준 두 지은이, 그리고 책을 선뜻 빌려준 후배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다행인 점은 나는 네이비씰이 아니므로, 실패를 맛봐도 다시 일어날 보다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과감히 도전하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리라. 이 글을 읽는 분께도 강력히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 뒤표지에 적힌 인상 깊은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변명하지 마라

남 탓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적들이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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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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