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젊은 날에 대한 고찰 [음악]

글 입력 2021.10.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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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난날을 추억하고

우리 오늘날을 간직하고

기억해요 깊은 우리 젊은 날


깊은 우리 젊은 날(2017) - 위아더나잇

 

 

누군가 내가 보기에 당신의 외적인 모습이 어떠한지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으나 실제 나이보다 외적인 요소로 판단되는 나이가 적어 보이고 그것만으로 당신은 아름답다고 답했다. 솔직한 마음에서 우러난 답변이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그가 내 말처럼 젊어 보였기 때문에 나에게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한 사람에게 젊음의 요소가 적어질수록 아름다움을 잃는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다움과 멀어지는 것일까.


마트에서 엄마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벌써 지고 있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젊음'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왜였을까. 최근에 본 1976년에 개봉한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영화 <인턴> 속 할아버지 사원으로 나에게 인식된 로버트 드 니로의 너무도 젊은 모습을 보고 놀랐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몸이 자주 찌뿌둥해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제 학교나 사회에서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어느새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젊음'이라는 핵심 단어는 여러 형태로 분열되며 내 머릿속을 가득히 채웠다. 내가 누리고 있는 청춘을 잃고 싶지 않은 슬픔, 태어난 후 시간이 부지런히 지나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남은 날들도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두려움,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싶은 비현실적인 소망, 미래의 나는 지금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상상. 질서 없이 튀어나오고 이어지는 생각들은 현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동시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대변해서 전달하는 노래들이 떠올랐다.


 

 

♪ Young And Beautiful (영원하지 않은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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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이자 여러 차례 영상화가 된 작품이다. 노래 < Young And Beautiful >은 가장 최근인 2013년 개봉 영화의 OST로 제작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 가사를 보면 주인공 개츠비가 잊지 못하는 사랑 데이지의 입장에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름날의 장면에서 인상적으로 흐르는 이 곡은 그가 지금처럼 젊고 아름답지 않아도 개츠비가 자신을 사랑할 것인지에 대한 인물의 생각을 대신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에서 데이지의 아쉬운 선택이 그에게 깊이 감정 이입을 하기 어렵게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음악을 자주 찾아 들을 만큼 개츠비와 보낸 여름날에 데이지가 느꼈을 감정은 왠지 이해되었다. 청춘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 이 곡인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개인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가사에 담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사랑이 나의 젊음이 떠나도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은 더욱 젊음이 늘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 got nothing but my aching soul?


Young And Beautiful(2013) - Lana Del Rey

 

 


♪ 황혼의 문턱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음악에 대한 개념이 없던 어린 나이에도 제목을 모른 채 좋게 들었던 곡은 언젠가 다시 찾아 듣게 된다. 2003년 가을에 발매된 왁스의 4집 수록곡 <황혼의 문턱>이 그랬다.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음악에 관심이 생기고 직접 원하는 곡을 찾아 듣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이 곡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곡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있던 것일 수 있다.)


나에게 이 곡은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노래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담은 자전적 가사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가면서 겪는 중요한 사건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태어나서 흐르는 시간에 맞춰서 세상을 사는 일이 매일 이루어지다 보니 일상이 평범하게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어느덧 황혼의 문턱에 다다라서 뒤를 보면 모두 되짚어 생각할 수 있는 과거가 되어 있다. 내가 인식하는 것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게 한 곡이다.


  

축복받으면서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받으며 나 자라왔어

교복을 입던 날 친굴 알게 됐고

우연히도 사랑이란 걸 알게 됐어

 

황혼의 문턱(2003) - 왁스

 

 


♪ Stop This Train (멈출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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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난 도라에몽이 부러웠고,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부러웠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부러웠다. 당시에는 그들이 지닌 시간을 멈추는 기계/기술로 더 놀고 공부할 시간을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이 생각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한정적인 시간을 내 멋대로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자연의 순리가 어긋나고 망가지는 문제는 잠시 차치하자) 분명 셀 수 없는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소원할 법한 이런 생각을 내가, 그리고 존 메이어가 했다.


< Stop This Train >은 2006년에 발매된 존 메이어의 음반 수록곡이다. 그는 시간을 기차로 비유하며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노래한다. 본인이 기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누군가 멈춰주길 바라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았다. 청춘을 내가 원하는 때에 얻을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실상은 어느 순간 나에게 주어졌고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 익숙해졌을 뿐인데 이제는 점점 나이가 늘어서 젊음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예외 없이 잔인하게 흐르는 시간을 우리가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노래는 이야기한다.


 

I'm so scared of getting older

I'm only good at being young

So I play the numbers game

To find a way to say my life has just begun


Stop This Train(2006) - John Mayer 

 



♪ 시간 (훗날 지난날을 돌아보며)



멈추지 않고 꾸준히 흐른 시간은 결국 나이를 더하고 나를 젊음과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태어나 대가 없이 누리던 젊음을 떠나보내는 일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를 성숙시킬 수도 있다. 가만히 있으나 부지런히 움직이나 같은 속도 시간이 흐르기에, 청춘을 조금 더 활동적으로 보내는 게 현명한 생각이다.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나간 시간이 의미 있는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된다. 어차피 흘러가는 청춘이라면 중간중간 잊을 수 없는 흔적들을 남겨서 아쉬움을 달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노래 김도향의 <시간>은 언젠가 내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부르고 싶은 노래다. 낯설고 무서운 세상 앞에서 나름대로 나의 자리를 찾아 살아간 젊은 날을 가사처럼 먼 훗날 미소지으며 추억하는 상상을 한다. 젊음의 반대말을 '성숙'이라고 말하고 싶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자라서 '어른'에 점차 가까워지고, 의도치 않게 받은 상처에 지난 경험들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고, 사회에 일부가 될 조건이 충분한 상태. 시간이 흘러 젊음과 차차 이별하겠지만, 새롭게 마주하는 순간이 '성숙'으로 정의될 수 있으려면 더 경험하고 지혜를 채우는 준비가 필요하다.


 

모두 내겐 소중했던 시절들

단 한 순간을 택하기엔 추억이 많아

가슴 한 켠 숨어있는 후회도

내가 흘러갈 세월이 가려 주겠지


시간(2005) - 김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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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는 건 즐겁지 않다. 요즘은 외출하고 사람들과 모이는 것이 어려운데 이전과 똑같은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는 건 반칙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1년이라는 표시가 전산 오류처럼 낯설게 느껴진 게 벌써 10개월 전이다. 올해가 이제 남은 날보다 지난 날이 더 많다. 나의 젊은 날이 이렇게 저물고 있다. 시간의 지속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다. 앞서 소개한 노래들이 이야기하듯 모든 사람이 일정한 때가 되면 겪는 일이고, 처량하게 눈물만 흘리기에는 순식간에 지나버릴 수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시간은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만히 울먹이며 아쉬움을 남기기보다 한정적이기 때문에 더 소중한 날들을 충실히 보내고 싶다. 젊음이 멀어지는 건 싫지만 다행인 점은 나 혼자만 나이 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얄밉게만 느껴지는 시간은 때로 현재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우연과 기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한다. 오늘 소개한 노래의 화자들도 혼자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연인, 가족, 친구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은 유한하다. 이 분명한 사실을 이해하고 즐기는 건 아직 어렵다면 평생 한 번뿐인 청춘을 좋은 사람들과 부지런히 채우는 계획이라도 함께 세워야겠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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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지현동
    • “시간이 흘러 젊음과 차차 이별하겠지만, 새롭게 마주하는 순간이 '성숙'으로 정의될 수 있으려면 더 경험하고 지혜를 채우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 구절이 많이 와닿아요. 젊음을 떠나 보내는데는 노력이 필요없지만, 젊음을 성숙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많은 경험에서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이 ‘성숙’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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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란
    • 지현동'많은 경험과 성찰'에 동감합니다. 평생 성숙한 어른이었을 것 같은 분들도 모두 '젊음'의 시절이 있었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흘러가는 시간들을 멈출 수는 없으니
      다만 우리 지금 여기서 작은 축제를 열자
      계절의 끝에서(2012) - 페퍼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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