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검정치마(Black Skirt) 유니버스 1편 [음악]

검정치마의 사랑 노래들
글 입력 2021.10.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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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좋아하세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말문을 트기 위해 으레 ‘어떤 노래 좋아하세요?’하고 물어본다. ‘그냥 가리지 않고 들어요.’ 그냥 유행하는 노래를 듣는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기꺼이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시는 분도 계신다. 경험상 플레이리스트를 꺼내 보여 주시는 분들은 본인만의 확고한 음악적 취향이 있으신 분들이었다. 질문한 입장에선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대화하기 더 편하다. 내가 아는 아티스트라면,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누면 되고,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라면 상대방이 계속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 듣는 아티스트인데요? 어떤 앨범이 제일 좋나요?’라던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ooo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하는 식으로.

 

음악 얘기로 물꼬를 트는 건 대화를 수월하게 흘러가게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도 있다. 본인의 취향을 아로새길 수 있는 예술 중 음악만큼 친숙한 분야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코드리스 이어폰이 대중화되고 집 밖을 나서고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음악은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향유하는 예술이 됐다.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건 감상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코드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의미 없이 ‘그냥 노래가 좋아서’ 들으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내가 늘 재생하는 플레이리스트들이 나의 어떤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 상대방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그러면 플레이리스트 곡들을 하나하나 꺼내본다. 브리티쉬 락, 힙합, RnB, 그러다가 국내 인디음악들을 하나 둘 어루만지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툭 하니 던진다. ‘검정치마 좋아하세요?’. 나와 비슷한 취향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말이다. 이 글은 취향을 대표하게 된 ‘검정치마’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다. 내가 느낀 검정치마의 노래, 사람들이 사랑하는 검정치마에 대한 사적인 생각들을 담아보려 한다.

 

 

 

[TEAM BABY] - 검정치마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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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TEAM BABY]

 

 

검정치마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익히 들린 시점은 3집 [Team Baby]부터 일 것이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나 나온 앨범이기도 했고, 그가 YG 산하 레이블로 소속사를 옮긴 후 나온 앨범이란 점에서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나도 목을 빼고 기다린 앨범이었다. 입대를 앞두고 나온 그의 신보는 입대 선물 같았다. 평생 검정치마의 라이브 공연은 못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갔었다. 조휴일 씨가 던진 수건에 같이 갔던 대학 동기가 맞았었는데, 조휴일 씨가 괜찮냐고 물어봤던 것도 기억이 난다. 영광인 줄 알라고, 진심으로 부러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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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갔던 콘서트

 

 

하여튼 [TEAM BABY] 이후 ‘검정치마스러운’이라는 말이 자주 보였다. 검정치마 감성, 검정치마 식 사랑 노래. 이런 말들이 그의 이름이 널리 퍼진 것 같아 기쁘면서도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검정치마는 늘 자신이 느낀 바를 거침없이 음악으로 표현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검정치마스럽다’라는 표현이 ‘내 취향이에요!’라는 말의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다.

 

[TEAM BABY]는 조휴일 씨가 밝혔듯 ‘사랑, 그리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그린 앨범이다. 사랑에 대한 절절한 감정을 가득 녹인 앨범이다. 해보지도 않았던 절실한 연애를 떠올릴 만큼 고농축의 애절함이 묻어 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이 환영받는 이유는 그가 이전에 냈던 앨범들의 수록되어 있던 사랑 노래들, ‘Antifreeze’나 ‘Love Shine’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트랙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검정치마스럽다’라고 말하는 것들. 절실한 사랑, 애틋한 마음이 ‘난 아니에요’부터 ‘Everything’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사랑 노래 스폐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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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는 사랑 노래에 있어서 스폐셜리스트다. 사랑이란 복합적이고 멜랑꼴리한 감정에 이름을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가 참여한 OST 곡들, ‘기다린 만큼 더’나 ‘’어떤 날‘ 같은 곡들은 드라마에 깔린 감정선을 우리가 읽을 수 있게끔 해준다. 소름 돋을 만큼 솔직한 감정이 녹아든 가사 덕분이다.

 

[TEAM BABY]의 수록곡들도 그렇다. 자신의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하다고 말하거나-(Big love),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하고 널 사랑하는 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거나-(Diamond), 그냥 대놓고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기도 한다-(love is all).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모습이 대중들이 검정치마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는 두 곡, ’나랑 아니면‘과 ’EVERYTHING’은 검정치마식 사랑 노래의 정점에 있다. 극단적일 정도로 ‘너랑만 있으면 다 좋아.’라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우린 ‘그리워도 보고 싶어지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TEAM BABY]는 조휴일이 사랑하는 존재, 그러니까 지금의 아내에 대한 노래다. 특히 ‘내 고향 서울엔’과 ‘혜야’는 지극히 조휴일 개인의 사랑 노래다. 결혼 이전, 조휴일 씨와 아내는 각각 서울과 부산에 거주하며 장거리 연애를 했는데 ‘내 고향 서울엔’에 부산이 등장하고, ‘혜야’는 장거리 연애가 주된 소재다. ‘혜야’라는 제목부터 어딘가 애칭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아마 그의 아내분의 성함(김신혜 님)에서 따온 것이리라. 실물 앨범에서 트랙을 다 돌리고 나서 들을 수 있는 히든트랙은 조휴일이 검정치마의 이름을 빌려 아내에게 나지막이 고백하는 걸 몰래 엿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난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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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THIRSY]

 

 

‘검정치마스럽다’라는 말의 아이러니는 여기에서 비롯한다. 6년이란 시간 동안 그의 이전 사랑 노래들을 계속 들으신 분들께 [TEAM BABY]는 ‘검정치마스러움’ 그 자체일 테니까. 나 역시 그러했고. 나는 가사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특히 검정치마의 노래는 더욱더. 그의 이전 앨범들은 대게 신경질적이거나 날카롭게 자신의 감정을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2집엔 아예 한국 사회에 대한 피로감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한다-(외아들).

 

[TEAM BABY]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트랙은 첫 번째 트랙, ‘난 아니에요’다. 어딘가 피로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노래는 ‘다음 주면 까먹을 2절’, ‘별이 되기 싫어요’, ‘난 웃으면서 영업하고 빈말하기 싫은걸요’ 등등의 가삿말이 툭툭 끼어든다. 물론 이후 바로 이어지는 로맨틱한 사랑찬가 ‘Big love’ 때문에 ‘그냥 사랑에 관한 얘기인가 보다.’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검정치마 스스로 ‘검정치마스러움’에 대한 반감을 심어 놓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노래에는 어딘가 신경질적인 면모가 있다. 로맨틱한 앨범 [TEAM BABY]에서 ‘난 아니에요’를 통해 조휴일 씨는 조금 짜증을 낸 게 아닐까. 대중들이 기대하는 ‘검정치마스러움’에 대해서. ‘난 배고프고 절박한 예술가가 아니야. 나에게 ’검정치마스러움‘을 강요하지 마.’ 라고. 물론 혈기왕성하던 1, 2집에 비해 그도 가정을 꾸리고, 나이도 들어 성숙해졌지만 대중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인디스러움’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난 아니에요’에서 읽은 조휴일 씨의 감정은 그러한 것들이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거고, 기대에 어긋나면 나에게 비난을 하겠지.

 

그리고 2년 뒤 3집 Part2 [THIRSY]가 발매됐다. 로맨틱하고, 절절한 ‘검정치마스러움’을 기대한 대중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가지고. 나 역시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동시에 조금 통쾌했다. 그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앨범을 만들진 않았겠지. 사람들이 열광한 [TEAM BABY]에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THIRSTY]를 가져왔다. ‘이런 노래도 괜찮겠어?’ 질문을 던지듯이. ‘사랑 3연작’이라고 했지, ‘예쁜 사랑 3연작’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칠 뿐이었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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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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