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의 기습 [문학]

우리의 삶이 '청춘의 기습'이 되도록
글 입력 2021.10.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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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차들보다 무조건 앞서 나가야 하는 자동차에 타고 있고, 아주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그렇게 한참을 그 차를 운전하다, 앞만 보고 달리는 똑같은 나날들에 지쳐 있다고. 그래서 잠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창문 밖에 꽃이 만개한 화사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잘 정비된 고속도로에서든, 드넓게 펼쳐진 아우토반에서든,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도로에서 앞쪽으로 달리는 자동차보고 "어? 자동차들은 왜 앞으로만 가?" 라고 묻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그 목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시점이 다음 달이든, 내년이든 혹은 그 목표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우리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자동차들이 길에서 달릴 때 앞쪽으로 달리는 것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사람이 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자동차와 같을까.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혹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우리가 목표를 향하여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려 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 지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남들과의 비교'까지 더해지면, 목표를 향하여 한 걸음은 커녕 한 발짝도 내딛어보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목표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목표를 우리의 '옆에' 둘 수 있다. 친구처럼 함께 갈 수 있다. 목표 덕분에 외롭지 않을 수 있다.

 

미래를 빌리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일괄편집_청춘의기습.jpg

 

 

그런 적 있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누군가 귤 하나를 막 깠을 때

이내 사방이 가득 채워지고 마는

 

누군가에게라도 벅찬 아침은 있을 것입니다

열자마자 쏟아져서 마치 바닥에 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면 

주머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계산하는 밤은 고역이에요

인생의 심줄은 몇몇의 추운 새벽으로 단단해집니다

 

넘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습니까

저절로 익어 떨어뜨려야겠다는 질문이 하나쯤은 있습니까

 

돌아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부리로 쪼아서 거침없이 하늘에 내던진 새가

어쩌면 전생의 자신이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 수록된 '청춘의 기습'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청춘, 청춘, 청춘. 이 '청춘'이란 단어는 참 서글프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청춘을 '더는 나에게 오지 않을 때'라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지나가버린 것, 즐기지 못한 것, 아련한 것. 다 이미 지나간 때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청춘이 젊은 것이라고 누가 못을 박아놓았단 말인가. 아이러니한 것은, 청춘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나이대인 10대와 20대조차도 자신이 지금 청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청춘이 우리의 삶에 들어올 틈을 내어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청춘이 우리의 삶에 기습적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면. 우리의 삶에 청춘의 기습을 허락한다면.

 

우리는 그 때에 비로소 우리의 목표가 우리의 앞에 아니라 옆에,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청춘'들은 왜 자신이 청춘임을,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청춘임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 바로 미래를 빌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빌리려 하는 것은 현재를 부정함으로써 일어나게 된다. 현재를 차곡차곡 쌓아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일단 미래부터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를 우리의 친구로 삼자. 목표를 '앞'에 두고 미래를 빌리지 말고, 우리의 '옆'에 두고 과거를 갚자.

 

우리의 삶이 '청춘의 기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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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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