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로운 시도는 나의 숨겨진 취향을 이끌어낸다. [도서/문학]

환경주의자와 외계인의 신박한 사랑이야기
글 입력 2021.10.0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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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던 책이던 색다른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좋아하는 어떤 장르 하나를 전부 정복했고 더 이상은 접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슬며시 다른 분야에서 손을 내민다.

 

필자 또한 그랬다. 평소 읽는 소설은 현대로맨스 또는 평범한 일상을 다룬 이야기였다. 재미있는 소설 책을 찾는 과정도 슬슬 질려올 때쯤 언뜻 색다른 것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알게 된 책이 바로 SF와 로맨스를 혼합한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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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로맨스라니 과연 무슨 이야기를 다룰지 궁금했다. 디스토피아 영화는 꾸준한 불호로 다가온 사람으로서 SF는 늘 시도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런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지 않는다면 직접 로맨스 소설을 써서 읽어야 할 상황이었기에 시도해보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였다.

 

‘지구에서 한아뿐’을 한 줄로 요약을 하자면, 외계인과 환경주의자 인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 한아는 의류 리폼 매장을 운영하는 환경을 대단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곁에는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늘 방랑하는 남자친구인 경민이 있다. 어느 때와 같이 경민은 또 다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한아에게 선언한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이 래퍼토리에 그녀는 흔쾌히 동조하며 잘 갔다 오라고 배웅을 한다.

 

경민이 돌아왔다. 근데 훨씬 다정하고 배려하며 영리하게 바뀌어서 말이다. 함께 한지 오래인지라 한아는 짧은 시간 내에 그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이후, 경민의 고백으로 그는 외계행성에서 진짜 경민과 교환하여 지구에 오게 된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심지어 외계인 경민은 사실 머나먼 고향에서부터 망원경으로 한아를 발견하고 반해버렸다는 것이다.

 

황당하지만 로맨틱한 이 고백에 한아는 당황한다. 어쩔 수 없이 진짜 경민의 삶이 위험하기도 하고 이 멀리까지 온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그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경민이 익숙해지고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덕에 한 방향이었던 관계는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그러던 중, 진짜 경민이 외계 여행에서 돌아온다. 과연 세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너무도 잘 알려진 작가인 정세랑 작가의 첫 작품으로 ‘지구에서 한아뿐’을 접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책이었는데 명성에 대응하는 필력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시도였는데 후회 없는 좋은 선택이 된 것 같다. 정세랑 작가의 인류애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와닿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테마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인간이 아닌 다른 정체와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그녀, 셰이프 오브 워터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주제는 내가 주인공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심어준다.

 

과연 내가 한아라면 외계인 경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심지어 그는 자신의 전 남자친구 경민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진짜 경민이 돌아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여러 가지 생각을 심어주었고 깊은 고민을 해보도록 격려하는 책이었다.

 


[임민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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