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암흑의 법칙

지나고 나면 모든 게 더 근사해질 것을 기대한다
글 입력 2021.09.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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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일찍 잠에 드는 법이 없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최소 한두 시간 정도는 피로한 몸과 멀쩡한 정신 사이를 오가며 인내해야 했다. 그렇게 아주 많은 밤들에 나는 혼자 남게 되었다.

 

어느 밤은 차가웠고, 어느 밤은 그 반대였다. 어느 새벽은 괴로웠고, 또 어느 새벽은 그렇지 않았다. 극과 극 사이의 미적지근한 온도에 머무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연락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잠들어가면 나도 마지막 연락을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그 이후로 꽤 오랜 시간 눈을 깜빡이며 아침이 오길 기다린다.

 

혼자인 시간이 늘 울적하고, 미적지근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혼자 남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 틈에서 북적일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누군가의 작은 호흡소리조차 사그라지는 깊은 새벽이면 더더욱 좋다.

 

아주 고요해서 정말 이 우주에 나 혼자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새벽. 그럴 때 나는 곧잘 실없는 상상을 하거나 낮에 미뤄두었던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풀어놓고 차례로 해결한다.

 

혹은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라이브 음원을 들으며 1인 콘서트를 열거나, 정반대로 고요한 클래식을 틀어 놓고 멍을 때리기도 한다. 그 주에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기도 하고, 못다 읽은 시집이나 소설을 읽기도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감성이 절정을 이룬다는 그 새벽, 차마 어디에도 공개하지 못할 절절한 글들을 써보는 날도 있다.

 

혼자 깨어 있는 새벽은 홀로 아주 바쁘다. 어떤 날은 낮보다 밤을 기다릴 만큼. 스스로 충만해지는 그 차가운 시간을 사랑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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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새벽이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던 때도 분명 있었다.

 

종종 과거의 일기를 들춰보곤 한다. 일기장을 넘기고 넘기다 보면 꼭 마주치게 되는 과거의 기록들. 솔직히 말하면 그 시기에 쓴 일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마음이 힘든 시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갈라진 마음 끝에 다다라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 그때서야 일기장과 펜을 쥘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남은 한자락의 기록을 마주칠 때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늘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과거의 시간들과 한 가닥 실로 연결된 느낌이 생생했다. 그것을 차마 단번에 끊어내지 못했던 것은 여전히 우울에 허덕이는 날들이 잦았기 때문이기도, 과거의 나에 대한 지질한 연민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멋대로 나를 상처 내고 있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가 만든 족쇄였다는 걸 깨닫게 했다. 타인에 대한 미움을 포기하고 나니 정말 기댈 곳이 어디에도 없음을 알아챘는데, 그때의 기분은 정말 형용할 수 없이 끔찍했다. 내가 내딛는 모든 곳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하하 호호 잘만 지내던 낮과 상반되는 외로운 밤의 연속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게 내게 내려진 부당한 형벌처럼 느껴졌다. 그런 날들이 일 년도 훨씬 넘게 지속되는 동안 전능한 누군가 장난치듯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밤이 견딜 수 없도록 깊고도 길었던 사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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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은 지나가기로 약속 되어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선물같이 느껴진다. 얼마나 끔찍했던지 간에 밤이 지나면 해가 뜨고 아침이 온다. 물론 다시 밤이 오겠지만 모든 인간이 다 그렇듯 쉬이 망각한다. 그렇다. 그 어떤 어둠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내다보며 더 이상은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날이 있다. 너무 오래 혼자이길 자처한 것은 아닌지 문득 겁이 나기도 한다.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은 억울함 비슷한 두려움도 조금은 든다. 마음이 혼자일 때 외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그 해답을 고민 중에 있다.

 

그렇지만 모든 순간이 아팠던 것은 아니므로, 나는 다시 혼자 남은 새벽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순리대로 흐르고 나도, 삶도 변하는, 극 속 찰나의 암전과도 같은 밤. 지나고 나면 모든 게 더 근사해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밤과 그 외로움을, 그 허기와 자유로움을!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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