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스터리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 미스터리 가이드북

글 입력 2021.09.28 19: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스터리가이드북 띠지표지.jpg

 

 

 

미스터리 소설 한 편에 설레본 적이 있다면


 

10년 전쯤이었나, 우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결말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도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 그런 류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그 이후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만 연달아 읽곤 했다.

 

『미스터리 가이드북』이 설명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계보에 따르면, 그때 내가 한창 읽었던 책들은 크게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속한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사회파 미스터리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냈다.) 너무 유명해서 읽어본 적은 없어도 제목은 알고 있을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고전 미스터리’에 속한다. 이 밖에도 하드보일드, 경찰소설, 스릴러...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식구로 여겨지는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 우리를 범인을 찾는 퀴즈쇼에 초대하고, 때론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하고, 숨막히는 경찰-범인의 추격전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장르를 통틀어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라 부른다.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는 의미도 재미도 없을 테지만 한 번이라도 미스터리 소설에 매료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 ‘세계 3대 미스터리’ 같은 걸 읽겠다고 도서관을 뒤적여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제목만 봐도 예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이 떠오른다. 『미스터리 가이드북』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미스터리 전문가의 친절한 가이드


 

책은 ‘가이드북’답게 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의 정의와 역사부터 짚고 넘어간다. 새로운 예술 분야가 대개 그렇듯 미스터리 역시 시대의 변화와 함께 탄생했다. 미스터리는 일반적으로 범죄를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미스터리는 근대에 접어들고 사회에 사법 제도가 갖춰짐에 따라 시작된 장르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1841)을 시작으로 미스터리 소설은 격동하는 시대와 함께 발전하며 다양한 서브 장르로 분화해왔다. 아가사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 도일로 대표되는 ‘고전 미스터리’가 미스터리 장르의 첫 번째 황금기를 이끌었다면, 뒤이어 나타난 하드보일드와 스릴러는 후발 주자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에서 시작된 장르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일본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해지며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일본만의 서브 장르가 발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스파이소설, 경찰소설, 역사 미스터리, 그리고 가장 최근의 흐름인 라이트문예까지 다양한 서브장르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PART1과 PART2에서 미스터리 장르의 탄생, 그리고 여러 서브 장르를 대략적으로 파악했다면 PART3에서는 미스터리에서 주로 쓰이는 다양한 규칙과 기법을 알아본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여러 가지 트릭과 서술 기법, 서스펜스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밀실과 ‘클로즈드 서클’ 같은 설정들은 미스터리 작품을 많이 읽어본 독자에게는 공감을,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스터리를 읽는 사람만을 염두에 둔 책은 아니다. 많이 읽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쓰고 싶은 마음이 싹트는 법. PART4에서는 직접 미스터리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과 레퍼런스를 담았다. PART5에서는 실제 미스터리 작품을 읽어볼 차례다. 이름을 들어봤을 각종 미스터리 상,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될 랭킹 매거진 등을 소개하며 다양한 미스터리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미스터리 읽는 재미


 

 
마지막으로, 미스터리가 왜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꽤 자주 들었다. 제법 오랫동안 고민했고,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답 하나를 만들어두었다. 미스터리 소설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누구나 범죄를 저질러 질서를 깨뜨리려는 욕망이 있고, 누구나 흐트러진 질서를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미스터리는 그 세 가지 욕망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장르다. -278쪽
 

 

처음에 얘기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엄마는 내가 그런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소설을 읽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나 역시도 은연중에 재미로 읽는 소설을 그렇지 않은 소설보다 낮게 평가하곤 했다. 하지만 과연 재미의 가치가 문학의 다른 가치보다 덜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정통 문학계에서는 통속소설과 대중소설을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을지라도, 동시대 보통 사람의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그런 소설들이다. 특정 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스터리에는 그 시대가 풍기는 고유한 분위기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품었을 욕망 또는 두려워했던 대상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사회 상류층이 등장하는 일종의 추리 게임에 가까웠던 고전 미스터리는 전쟁이 끝난 직후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전만큼 사랑받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에 고전 미스터리의 인기를 이어받은 것은 이른바 ‘뒷세계’를 배경으로 '노동자 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장르였다.

    

미스터리는 이처럼 대중적인 장르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흥하지 못한 장르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탓에 미스터리가 발전할 토양이 부족하기도 했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엄격하게 나눠 후자를 무시했던 학계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PART5의 꼭지 중 '한국 미스터리 흥행의 어제와 오늘’에 따르면 1980년대 짧은 황금기를 맞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한국 미스터리는 2010년대 들어 판권이 수출되는 등 새로운 바람을 맞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인기도서는 외서에 편중되어 있다. 웹소설처럼 흐름이 짧은 소설이 유행하는 시대에 긴 호흡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지해야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미스터리 장르에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어떤 장르의 범위를 넓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거기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독자이면서 기획자, 편집자, 저자이기까지 한 저자의 가이드에서는 미스터리를 향한 깊고 꾸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애정은 마음속에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 하나쯤 품고 있는 이의 오래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읽기를 미뤄왔던 미스터리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미스터리의 세계는 방대하고 세상에 재미있는 책은 이렇게 많다.

 

 

[김소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12.1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