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레임의 미학

글 입력 2021.09.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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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삼아 카페를 찾아다니던 것의 연장선으로 사진 찍는 법을 배웠다. 학원에 다니거나 한 건 아니고, 유튜브에서 사진작가들의 강의 영상을 보거나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출판한 사진 관련 이북(e-book)을 읽는 정도가 다였다. 남는 것 없는 일을 싫어하다 보니 이왕 카페를 자주 다니는 거 인스타그램 계정이라도 키워보자 마음먹었고, 예쁜 사진을 찍을 줄 알아야 하는 처지가 돼 지금까지 사진을 배우고 있다.


변변찮은 카메라도 하나 없어 스마트폰으로만 찍으니 프로 작가는커녕 아마추어 작가라는 말도 붙이기 민망한 수준이다. 경험만 한 스승이 없다고,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사진을 찍다 보니 실력이 점점 늘어간다. 그 실력이라는 게 사진 찍는 기술이 발전했다거나 보정하는 법을 더 배웠다거나 하는 것 보다, 사진으로 어떤 걸 표현할지를 생각하고 찍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보다 구도를 좀 더 안정적으로 잡고 보정도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게 된 건 맞지만 그보다는 사진의 ‘프레임(Frame)’에 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점이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사진; 프레임의 미학



프레임은 직역하자면 ‘틀’로 사진에 담긴 정보가 끝나는 경계선이다. 사진을 찍는 데에는 조명, 구도, 색감, 상항 등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프레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한 장의 사진은 그 프레임 속에 담은 것 외에는 보여주지 않기에 ‘보는 것이 믿는 것’이 된다. 창작자와 감상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예술이고 사진도 예술의 하나이기에 감상자에게 전달할 모든 내용을 담아내는 프레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진을 프레임의 미학이라고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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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nnelle Yankovich on Unsplash

 


프레임의 핵심은 ‘어떤 것을 전달할 것인가’를 추려내는 기준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일 수 있으나 아주 예쁘게 지어진 건물과 검은 연기를 뿜으며 불타고 있는 건물이 서로 나란히 놓여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이 상황을 찍는 작가가 자신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 이 두 건물을 모두 담는다면 그 사진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전달한다. 불에 타는 건물만 찍는다면 그 사진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암울한 모습을 전달한다. 바로 옆의 아주 예쁜 건물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없다. 반대로 예쁜 건물만 프레임에 담는다면 불타는 건물의 존재는 잊힌다.

 

사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내는 프레임은 하나의 같은 사실을 그 의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꿔 전달 할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내가 사진을 찍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눈에 보이는 예쁜 것들을 닥치는 대로 프레임 안에 욱여넣거나 어떻게든 많은 피사체를 담아내려고 용을 썼으나, 지금은 하나의 프레임에 한 가지 모습만 담는 사진을 찍는다. 한 장의 사진에 내 시선이 머무른 그 장소의 핵심 정보만 담아 전체적인 사진의 연속이 카페라는 공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전달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는다. 혹은 내가 그곳에 머무르면서 느꼈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만 담아 그 느낌을 잘 전달하도록 찍기도 한다.

 

내 사진은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욱여넣은 남은 신발 상자에서 소중한 것들을 모아두는 보물상자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프레임; 인생의 미학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왠지 서먹하다. 평소에 그다지 들을 일도, 말할 일도 없는 단어다 보니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 먼 나라 이웃 나라의 말 같아도 아주 살짝만 바꿔주면 그렇게 익숙할 수가 없다. 프레임이 이미 일상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 틀, 관점, 가치관 등 이 모든 것이 프레임이 되고 프레임이 곧 이 모든 것이 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내 눈의 프레임이다. 내가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관점이 내 가치관의 프레임이다. ‘프레임 씌우지 마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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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vid Travis on Unsplash

 


사진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프레임으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세상이라는 피사체를 담는 내 눈과 가치관이라는 렌즈를 거친 정보에 시야와 관점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일부를 걸러낸다. 그렇게 우리는 ‘판단’이라는 사진을 출력한다. 똑같은 카메라라도 찍는 사람에 따라 프레임의 비율과 그 속에 담기는 피사체가 달라지듯 각자의 관점과 시야에 따라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판단이 태어나고, 그 판단의 홍수는 세상을 채워간다.


인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판단’의 연속이라고 하고 싶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만 하고 그 모든 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내가 출력한 판단이라는 사진이 한 장 두 장 쌓이면서 인생이라는 앨범을 채워간다. 판단이라는 프레임이 어떤 피사체는 담고 어떤 피사체는 프레임 밖으로 빼면서 앨범에 실을 사진을 결정한다. 그 프레임은 누군가가 자신이 보고, 듣고, 쓰고, 읽으며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재료로 삼아 만든다. 여러 가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프레임으로 다채로운 사진을 채울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비슷비슷한 사진만 가득 찬 재미없는 앨범을 만들 것이다.


한 번의 인생을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세상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프레임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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