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편견에 주의(ism)하십시오 - 퀴어리즘(QUEERISM)

글 입력 2021.09.1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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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퀴어, 그들이 궁금했다.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지만 궁금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내 곧 알았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취미, 가치관, 꿈 이런 것들이 서로 다르듯이 다양한 것이라고.

 

그렇기에 ‘퀴어는 어떤 사람이야 !’라고 그들을 굳이 내 스스로 정의하지 않았다. 그저 내 주위를 돌고 있는 광범위한 인공 물체 중 하나로 살아갔다. 내 머릿속 궤도에서 돌고 있는 케케묵었던 생각을 나사(NASA)에서 탐지하듯 이 책이 다시 퀴어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의 사생활을 알아도 될까?


 

책에서 정의해 준 단어들을 곱씹어 보면서 퀴어에 대해 알아갔다. 퀴어(queer)는 ‘낯선, 괴상한, 이상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성을 좋아하는 것을 일반화하여 동성을 좋아하는 것을 이반으로 간주하여 그런 어휘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동성 간의 사랑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본연의 사랑으로 보았다. 이성과의 사랑을 번식을 위한 피할 수 없는 필요악으로 간주했다. 오히려 그 시대에는 동성애가 비주류였다. 과연 이성을 좋아하는 것을 누가 일반화한 것일까? 어느 순간 뒤바뀐 주류와 비주류로 퀴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불편한 시선과 행동들이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주류가 저질러온 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이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내가 예술가들의 사적인 성 정체성까지 알아도 될까?’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 트라우마로 자신의 성체성을 숨겼는데 사후에 ‘그의 성생활에 대해 우리의 입방아에 오르내려도 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의 그림에서 자기만의 패턴으로 그를 표현했기에 오히려 사람들이 그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 언급된 예술가들에게 미안하지만 남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그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와 미안함의 감정이 들게 했다.

 

 

  

예술가들을 어떻게 그들을 작품에 투영했을까?


 

여러 일화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예술가들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실생활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긴 예술가들도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우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본명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의 본명은 레오나르도 세르 피에로이다. ‘빈치’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다빈치’라고 우리가 임의로 그를 불렀던 것이었다.

 

 

퀴어로서의 그의 삶을 안다는 것은 그의 진정한 회화세계를 안다는 것 (p.55)

 

 

다음과 같이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전부 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린 것처럼 그림의 얼굴이 모두 유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상이 여성이면서도 남성인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자신의 뮤즈였던 연인 ‘살라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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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세례자 성 요한>, <모나리자>, <살바토르 문디>

 

 

마르셸 뒤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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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셸 뒤샹은 관람객에게 자유롭게 그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 그의 기원을 담은 그림이 <에탕 도네>이다.

 

털은 추한 것으로 여겼던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본받아서일까? 뒤샹은 인간에 몸에 난 모든 털에 병적인 공포를 느껴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작품 정신을 이어 <에탕 도네(étant donnés)>라는 작품으로 오마주 한다.

 

<세상의 기원>은 털과 음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면 <에탕 도네>에서는 그의 공포를 반영하듯 여성의 생식기만 드러낸 채 한 올의 털도 그리지 않았다. 에탕 도네(étant donnés)를 해석하자면 ‘주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이미 정해진 존재 즉, 고정된 존재라는 의미이다.

 

자유 의지로 움직였던 관람객을 즉자존재로 바뀌게 하는 타자의 시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딱 하루만 산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살점을 뜯어내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으깨서 뭉개버린 듯한 그의 그림이다. (p.153)

 

 

프랜시스 베이컨은 실존의 성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적 권위의 허상과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편견을 깨고 곧 인간도 동물과 같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철학을 화폭에 담은 화가이다.

 

그렇기에 다른 예술가들이 두 개의 성을 뛰어넘어 살았다면 프랜시스 베이컨은 두 개의 종으로 살다 간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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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두상>

 

 

그의 잔인하지만 실제를 담은 그림을 보면서 놀라웠던 게 사람들의 그의 그림을 통해 치유를 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괴기스러운 형상을 통해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형태의 인간을 떠올리고 본연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책에 등장한 10명의 예술가들이 ‘퀴어’라는 사실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그들의 작품과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퀴어’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들도 이성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음을, 오히려 성소수자인 그들이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긋고 유행을 선도하기까지 했음을 보여준다.

 

낯선 것에서 흥미를 느끼듯 내가 기존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이기에 최근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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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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